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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경제DB
사진=한국경제DB

2025년을 관통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단연 스테이블코인이다.관련 수혜주는 급등했고 금융권과 빅테크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손을 잡기 시작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통화주권 경쟁의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다.미국은 지니어스법(GENIUS Act·미국 스테이블코인 국가 혁신 및 확립법)을 통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시키며 디지털 세계에서 달러 패권을 강화하고 있다.테더(USDT)와 서클(USDC) 등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지배력은 이미 압도적이다.

각국은 자국 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출발선에 서지 못했다.새 정부 출범 이후 제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탔지만 발행 주체 등 핵심 쟁점이 정리되지 못한 채 여전히 안갯속에 놓여 있다.

◆제도화는 언제

스테이블코인은 쉽게 말하면‘가격이 고정된 디지털 화폐’다.달러나 원화 등 법정화폐 또는 특정 실물자산의 가치에 일대일로 연동한다.이름 그대로‘안정적(Stable)인 코인’이다.가격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과 같은 일반 가상자산과는 성격이 다르다.

정부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와 가상자산공개(ICO) 허용 등을 담은‘디지털 자산 기본법(가칭)’을 이르면 연말,늦어도 2026년 초 국회에 제출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은 이정문 의원은 12월 22일 “정부안은 이르면 이번 주,텍사스 홀덤 포커늦으면 다음 주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라며 “은행 지분 51% 룰,텍사스 홀덤 포커만장일치 협의체 등의 쟁점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시기를 놓칠 경우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2026년 하반기 이후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정치 일정이 변수다.2026년 초부터는 정치권의 시계가 6월 3일로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옮겨간다.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가상자산 규제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민감한 입법 과제는 논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테더 퇴출될까

금융당국이 마련한 정부안 초안을 보면 해외에서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의 핵심은‘유통’을 제한하는 데 있다.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을 국내에서‘유통’하려면 해당 코인 발행사가 본국에서 인가를 받은 사업자여야 한다.예컨대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인 USDC가 국내에서 결제·상환 등 직접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발행사인 서클이 한국 지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말하는‘유통’이란 단순 매매를 넘어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처럼 쓰는 행위를 뜻한다.1테더를 1달러로 상환해 주거나 결제·송금·지급 수단으로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가 여기에 포함한다.이 경우 발행사는 준비금 관리,상환 의무,소비자 보호 책임을 직접 부담하게 된다.

이 같은 규제는 글로벌 기준과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홍콩과 일본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도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자국 내에서 공식 유통하려면 현지 법인 설립이나 금융 라이선스 취득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거래’는 별개의 문제다.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사고팔리는 행위는 발행사가 개입하지 않는‘거래 중개’다.홍콩은 USDT·USDC를 홍콩 내에서 공식 유통하려면 현지 법인이 필요하다고 규정하면서도 일반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이들 코인이 거래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홍콩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해시키에서도 USDT는 정상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종안이 어떤 형태로 확정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거래만 허용하고 유통을 막는 방향으로 결론 날 경우 투자 수요는 남겠지만 스테이블코인의 핵심인 결제·송금 기능은 사실상 봉쇄된다.즉 레돗페이 같은 결제·송금 서비스에서 활용되기는 어렵고 변동성이 적은 코인으로만 기능할 뿐이다.거래까지 금지될 경우 USDT의 국내 퇴출은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된다.

◆‘51%룰’갈등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둘러싼 최대 쟁점은 누가 발행할 수 있느냐,그리고 발행인에게 어느 수준의 자본력을 요구할 것이냐다.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제한할지를 놓고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업계 간 시각차가 뚜렷하다.

은행권과 한국은행은 발행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다.은행 지분이 51%를 넘는 컨소시엄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은행은 이미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고 있고 자금세탁 방지나 이용자 보호,위기 시 유동성 관리 등에서 검증된 주체라는 이유에서다.통화정책과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은행 중심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게 한은의 시각이다.

반면 금융위원회는‘은행 중심’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지분율을 법에 못 박는 데에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사업 구조와 기술 역량,자본조달 방식에 따라 지분 구조는 유연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지나치게 경직된 지분 규정은 산업 발전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금융위는 최근 당정 협의 과정에서 해외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유럽연합(EU)의 가상자산 규제법 미카(MiCA)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 기관 15곳 중 14곳은 은행이 아닌 전자화폐기관이며 일본에서도 은행이 아닌 핀테크 기업이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가를 받은 사례가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결국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안정성을 위한 통제’와‘혁신을 위한 개방’사이에서 어디에 방점을 찍을 것인지라는 질문으로 수렴된다.이 지점에서 정부안이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행인의 자기자본 요건을 둘러싸고도 5억원에서 250억원까지 폭넓은 안이 거론되면서 정부 최종안 도출까지 상당한 논의가 불가피해 보인다.


그래픽=정다운 기자
그래픽=정다운 기자

◆은행·빅테크는 준비 끝?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위한 사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금융지주는 그룹 차원의‘가상자산 대응 협의체’내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2025년 하반기부터 상설 조직으로 전환하며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은행권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등록한 데 이어 한국은행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실증 사업에서도 관련 인프라를 직접 개발한 유일한 은행으로 디지털 결제 인프라 구축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2023년 헤데라 해시그래프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송금 기술 테스트를 진행했다.이후 한국은행 CBDC 실증사업에 참여해 자사 배달앱‘땡겨요’로 스테이블코인 결제·정산 구조를 실제 환경에서 적용했다.

최근에는 유통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실사용처 확대에도 나섰다.롯데,신세계 등과 가맹점을 대상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지급결제와 예치금 관리 모델을 테스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포인트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하거나 반대로 스테이블코인을 포인트로 교환하는 구조도 실험 대상에 포함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서클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데 이어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해외 송금 시장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하나금융은 글로벌 커스터디 기업 비트고와 합작해‘비트고코리아’를 설립하고 디지털 자산 수탁업 인허가 절차를 준비 중이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자산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고 조직 개편과 사업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12월 기존 디지털전략그룹을‘AX혁신그룹’으로 확대 개편하고 디지털 자산을 포함한 신사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의 전략은 직접 발행보다는 파트너십을 통한 간접 접근에 방점이 찍혀 있다.핵심 축은 지분 투자 파트너인 블록체인 스타트업 비댁스다.비댁스는 2025년 9월 100% 원화 담보 구조의 스테이블코인‘KRW1’을 공식 발행하며 기술 검증을 마쳤다.담보 자금은 우리은행 계좌에 예치한다.API를 통해 실시간으로 담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우리은행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소매 결제보다는 기업 간(B2B) 대금 결제와 증권형 토큰 거래 결제 수단으로의 활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실제로 삼성증권,SK증권과 함께 토큰 플랫폼을 공동 개발 중이다.

NH농협은행은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을 결합한 디지털 자산 금융 모델을 다각도로 실험하고 있다.스마트팜을 기반으로 한 토큰 발행을 준비하는 한편 뮤직카우·아톤과 협력해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K팝 콘텐츠 금융 상품을 접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근 블록체인 스타트업 페어스퀘어랩과 함께 법정화폐 연동형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국가 간 송금 시스템 API 개발을 완료했다.원화(KRW)와 엔화(JPY) 가치를 각각 반영한 디지털 자산을 블록체인상에서 발행·이동시키는 구조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은 스테이블코인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시나리오로 꼽힌다.향후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네이버(빅테크)·두나무(블록체인)·하나금융(은행)을 잇는 새로운 동맹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는 유통을 담당할 거래소를 파트너로 확보하는 것이 초기 시장 선점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토스도 이 흐름에 합류했다.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전담 TF를 꾸리고 빗썸과 지급결제 시스템 연계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은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약 300억원 규모의 전용 펀드를 조성하며 관련 프로젝트와 파트너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그룹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실제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디지털 화폐로 정착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의 강점은 명확하다.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유통 채널로 삼고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가 결제와 금융 인프라를 맡는다.여기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게임즈 등 그룹의 콘텐츠 자산을 연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자연스럽게 소비·정산되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메신저,결제,텍사스 홀덤 포커콘텐츠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 디지털 자산 활용도를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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