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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거주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재민들과 빚으로 재건한 삶의 터전2023년 4월 11일,강릉 경포호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지역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한림랩 뉴스룸은 이재민들의 삶이 회복됐는지 확인하고자 지난 10월 20일,산불이 발생했던 현장을 직접 찾았다 <기자말>

▲  경포 산불 피해로 임시 거처가 된 A씨의 조립식 주택 외부 ⓒ 맹민주,최민수,김동현
이슬비가 내리던 날,시스템배팅 디시강릉 경포호 일대에는 조립식 주택이 여전히 늘어서 있었다.산불 이재민을 위한 임시 거주지로 들어선 컨테이너 개조 주택이지만,2년이 지난 지금도 이곳을 떠나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다.서울에서 강릉으로 내려와 살던 A씨(여성) 가족 역시 산불로 집을 모두 잃었다.남편은 큰 충격으로 우울증을 겪었고,그 사이 피해보상 기간을 놓치면서 지금까지도 조립식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여기 3층 건물이랑 펜션을 사서 살고 있었는데 다 탄 거야.다시 지으려면 10억 이상이 드는데 어떻게 지어.우리 나이가 팔십은 먹은 사람들인데…"

A씨의 동의를 얻어 조립식 주택 안으로 들어섰다.내부는 대학가 원룸 정도의 크기였다.A씨는 "겨울엔 너무 추워서 집 안에서도 실내용 난방 텐트를 치고 살아야 한다"고 털어놓았다.조립식 '주택'이라고 불리지만 본래 컨테이너를 개조한 구조라 방음과 단열은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  A씨가 생활 중인 조립식 주택 내부.성인 한 명이 움직일 만큼의 공간만 확보돼 있다 ⓒ 맹민주,시스템배팅 디시최민수,김동현
한순간에 사라진 집과 일터

이재민 A씨의 조립식 주택에서 도보로 10분 남짓 떨어진 곳에서,집과 일터를 한순간에 잃은 최양훈씨(남성)를 만났다.그는 생계의 터전이던 펜션 세 채가 그날 모두 불에 탔다고 했다.화재 터 위에 다시 펜션을 세웠다는 최씨와 건물 안에 마주 앉았다.

"겉으로 보면 멀쩡해 보이겠지만,다 빚이에요."

그는 말문을 열며 당시 불탄 건물들의 사진을 꺼내 보였다.사진 속에는 검게 그을린 펜션의 잔해만이 남아 있었다.최씨는 "펜션은 저희 가족의 집이자 일터였어요.빚에 빚을 내서라도 복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죠"라고 털어놓았다.

▲  산불 흔적 위에 다시 삶을 이어가는 최씨의 새 펜션 ⓒ 맹민주,최민수,김동현
최양훈씨가 밝힌 복구 기간은 1년 8개월,들인 비용은 약 30억 원이었다.새 건물을 세워 일상으로 돌아온 듯 보였지만,현실은 달랐다.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법정 공방도 이어지고 있었다.

현재 강릉산불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경포 산불의 원인을 두고 한국전력과 책임을 다투는 중이다.위태로운 펜션 운영과 끝나지 않은 재판 사이에서 두 아이의 아빠가 감당해야 할 무게는 더 깊어졌다.

"화재가 났을 때 작은 애가 고등학생이었어요.친구들이랑 버스정류장에 앉아 울고 있더라고요.그래서 말없이 안아줬죠.괜찮다고.사실 저도 울고 싶었는데,아이들 앞이라서 울 수가 없었어요."

전소가 아니면 보상도 없다

최씨의 펜션에서 차로 5분 남짓 이동하자 불길이 직격했던 저동골길 마을이 나타났다.곳곳에선 여전히 타버린 집들이 당시의 상처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전원주택이 있던 자리에 펜션을 지어 다시 삶을 시작하려 했던 조정희씨는 지자체로부터 충분한 피해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이유는 간단했다.집이 '전소'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씨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피해보상은 소파·중파·완파로 구분해 지급됐다.이는 화재 피해 규모를 정량화하기 위한 행정 기준으로,구조체가 남아 있으면 '완파'로 인정하지 않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하지만 실제 피해자들은 이 기준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호소한다.겉으로 뼈대만 남았을 뿐 내부가 모두 타 거주가 불가능해도 기준상 '전소'로 인정받지 못하면 보상액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외부 기업에서 받은 기부금 500만 원이 전부고,교육청에서 아이에게 노트북하고 문구 세트 준 게 다예요.지붕이 무너져 집 형체가 아예 사라져야만 보상해주는 현행 제도는 정말 바뀌어야 해요."

조씨의 말처럼 현실의 피해 정도가 행정적 분류와 어긋나는 사례는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재난 현장에서 꾸준히 나온다.

▲  2023년 산불 당시 피해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저동골길의 한 펜션 ⓒ 맹민주,최민수,김동현
조정희씨를 따라 펜션 옥상에 올랐다.시선 너머로는 회복 중인 자연이 눈에 들어왔다.산불로 불탄 산등성이에는 돌배나무와 밤나무가 조금씩 자라 생기를 되찾고 있었다.이곳은 '2025년 우리가 키운 우수조림지 평가'에서 최우수상으로 선정될 만큼 자연 회복 속도가 빨랐다.

그러나 그날 취재진이 만난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그날에 멈춰 있었다.경포 산불 2년이 지나도록,그들의 재난은 끝나지 않았다.

▲  산림청이 주관한 '2025년 우리가 키운 우수조림지 평가'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된 저동 산23번지 일부 모습 ⓒ 맹민주,최민수,김동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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