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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잘 떨어져 지내는 삶에 대하여【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33년 넘게 몸담았던 정든 공직을 떠나던 날,나는 마침내 완전한 자유를 얻었다고 믿었다.출근도,보고도,결재도 없는 삶.퇴직식 내내 가슴을 부풀게 했던 그 감동은 그러나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그곳에는 이미 엄격한 표정의 '새로운 상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퇴직과 동시에 강제로 발령받은 또 하나의 조직,그 수장은 바로 아내였다.
우리 집은 즉시 '가정 내 업무 분장'이라는 전격적인 조직 개편에 돌입했다.평생 결재 서류를 넘기던 손으로 나는 가장 낮은 직급인 '주방 막내'를 자원했다.주 업무는 설거지.여기에 분리수거,빨래 널기,구르메 카지노마당 정리까지 내 전담 구역으로 낙점되었다.별도의 인사 발령도 없는 일사천리의 과정이었다.
나의 주요 일과는 종량제 봉투의 충전율을 수시로 점검하는 세밀한 관찰로 채워졌다.처음엔 "이 정도쯤이야" 싶었지만,상급자인 아내와 온종일 동선이 겹치는 일상은 생각보다 치열했다.보이지 않는 기싸움 속에서 나는 집안일이란 결국 눈치와 타이밍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배워갔다.
자존심을 꺾고 맞이한 '평화 유지군'
그렇게 2년 반 가까이 주방의 터줏대감으로 살아가던 어느 날,아내가 '식기세척기 도입'이라는 신규 사업안을 내밀었다.나는 즉각 반대했다."내 손으로 하면 금방인데,굳이 비싼 기계를 들일 필요가 있나?" 은퇴자의 마지막 자존심을 앞세운 항변이었다.하지만 '아내를 이기는 남편은 없다'(?)는 불변의 진리 앞에 끝내 버틸 수는 없었다.결국 나는 반대 의견을 조용히 폐기하고 '양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전운이 감돌던 주방에 진짜 평화가 찾아온 건 식기세척기라는 '평화 유지군'이 주둔하면서부터다.기계가 묵묵히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아내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보며,나는 내 고집이 얼마나 부질없었는지 깨달았다.인간의 손보다 강한 것은 기술이었고,그보다 더 강한 것은 아내의 판단이었다.
내가 설거지에서 해방되자 잔소리도 줄었고,대신 우리는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시는 여유를 얻었다.가전제품 하나가 부부 사이의 마찰을 줄여주는 든든한 책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생존을 위한 특급 작전
주방 일이 수월해지자 '삼시세끼'의 압박에서도 해방되었다.이제 아내가 집을 비울 때면 나는 나만의 '비밀 작전'을 개시한다.예전 같으면 라면으로 때웠을 한 끼지만,이제는 유튜브 속 유명 셰프들의 레시피를 정독하며 냄비 앞에 선다.
화면 속 손놀림을 따라 완성한 요리는 제법 그럴듯하다.귀가한 아내 앞에 '짠'하고 내놓는 요리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그것은 내가 이 집에서 살아남았음을 알리는 '특급 작전'이자,여전히 쓸모 있는 인적 자원임을 과시하는 '실력 발휘'의 시간이다.
은퇴 후 부부가 스물네 시간을 붙어 지내는 삶은 때로 창살 없는 감옥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하지만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일상은 갈등의 전장이 되기도,뜻밖의 평화지대가 되기도 한다.나는 요즘 그 경계가 생각보다 얇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따로 또 같이',빈틈을 메워가는 시간
요즘 우리 부부는 '적당한 거리의 미학'을 실천 중이다.아내는 거실,나는 서재를 주무대로 삼아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하루 몇 번,식탁에 마주 앉아 간단한 식사를 나누는 것으로 충분하다.불필요한 간섭도,구르메 카지노과도한 침묵도 없다.
장 보러 갈 때는 가급적 '공동 구매' 원칙을 지킨다.무거운 짐을 옮기는 '물류'는 내가,최종 구매를 결정하는 '승인'은 아내가 맡는다.직장 생활에서 배운 그 어떤 전략보다 실용적인 협업 방식이다.
은퇴는 사회적 직함의 마침표일지는 몰라도,구르메 카지노부부 관계에서는 새로운 출발선이다.함께 붙어 사는 법이 아니라,'함께 잘 떨어져 지내는 법'을 배우는 시간.오늘 저녁엔 아내가 좋아하는 짜글이를 끓일 생각이다.이미 유튜브 레시피라는 외부 자문도 확보해 두었다.
은퇴라는 이름의 이직.돌이켜보니 이는 단순한 물러남이 아니라,나라는 존재를 가장 소중한 곳으로 재배치한 '인생 2막'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이었다.가정의 평화가 곧 세계 평화라는 진리를 되새기며,오늘도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일터로 향한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