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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까지 회생안 제출… '반전' 가능할까>
MBK 방만 경영·온라인 쇼핑 성장에 '휘청'
기업 회생 들어갔지만… 투자자 관심은 '0'
홈플 익스프레스 사업부 쪼개기… 새 국면
연 매출 10조 원,전국 점포 400여 곳,관련 종사자 10만 명.'국내 2위' 대형 마트 홈플러스의 타이틀은 이토록 화려했다.1997년 대구 1호점으로 출발한 홈플러스는 2000년대 중반부터 할인 행사와 자체 브랜드(PB) 개발을 확대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이마트,롯데마트와 함께 3대 대형 마트의 경쟁 구도를 정립한 것도 이때부터다.
그러나 호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2015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뒤 기업 매각 중심의 투자 구조를 갖추게 되면서 회사는 휘청이기 시작했다.연 매출은 10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점포 수도 크게 줄었다.
소비자 발길이 뜸해지자,투자자들의 관심도 멀어졌다.홈플러스는 올해 3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지만,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다섯 차례 연장하는 동안 뚜렷한 인수 희망자를 찾지 못했다.결국 홈플러스는 '통매각'을 포기하고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떼어 분리 매각하는 것으로 노선을 틀었다.잘나가던 홈플러스는 투자 시장에서 왜 찬밥 신세가 됐을까.그 이유를 짚어 보려면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홈플러스가 어쩌다 '인수 희망자 0'이라는 신세에 처했는지를 따지다 보면,결국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이 불거진다.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7조2,000억 원의 인수 자금 중 2조7,카지노 용어 뜻000억 원을 홈플러스 자산 담보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조달했다.
과도한 빚을 지게 된 MBK파트너스는 알짜 점포를 팔았다가 다시 임차해 쓰는 '세일 앤드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자금 회수에 나섰다.이때부터 업계에선 '먹튀' 우려가 나왔다.MBK파트너스가 경영을 통해 성장하려는 게 아니라,인수 차입금을 빨리 갚아 매각에 집중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었다.홈플러스는 해마다 수천억 원의 임대료 부담을 떠안게 됐다.머지않아 투자는 어려워지고,결국 다른 점포의 문을 더 닫아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고 말았다.이렇게 거둬들인 현금은 투자자들에게 고배당금으로 돌아갔다.
유통 산업 구조와 소비자의 구매 방식 변화도 홈플러스에는 악재였다.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새벽 배송을 앞세운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대형 마트 같은 오프라인의 업황은 크게 위축됐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휴일 의무 휴업일' 등 전통 시장을 살리기 위한 각종 규제까지 맞물리면서 대형 마트의 입지는 급속히 쪼그라들었다.
홈플러스의 적자는 2021년부터 눈덩이처럼 쌓이기 시작했다.그해 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기준 1,335억 원 영업 손실을 봤고,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2,602억 원,1,994억 원 손실을 기록했다.지난해 영업 손실은 무려 3,142억 원으로 불어났다.
급기야 홈플러스는 최근 대금 정산 지연,상품 공급 중단 등에 봉착할 정도로 기본적 운영조차 힘든 상황에 처했다.이달 들어선 직원 급여까지 분할 지급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최악 수준으로 치달았다.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전기 요금을 비롯해 못 내고 있는 공과금만 수백억 원이 넘지만,당장은 직원 급여와 협력업체 대금 정산 등을 최우선으로 변제한다는 방침"이라며 "관련 종사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 희망자 '0'… "공공 주도 M&A" 의견도
홈플러스는 올해 3월 기업회생 신청 이후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지정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했다가 적합한 후보를 찾지 못해 '공개 입찰' 방식으로 전환했다.그러나 지난달 진행한 본입찰에서도 참여 기업은 단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기업가치 7조 원'으로 몸값이 너무 비쌀 뿐더러,온라인 시장 강세 속에서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농협이나 쿠팡이 인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관련 종사자와 지역에 미칠 사회적·경제적 파장을 고려하면,'홈플러스 청산'은 비단 기업 한 곳이 사라지며 끝날 문제가 아닌 탓이다.하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농협은 수차례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밝혔고,쿠팡 역시 전국 단위 물류 인프라를 이미 형성하고 있어 '대형 마트 유통망 확보'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
일각에선 "공공 분야에서 홈플러스 인수·구조조정을 이끈 뒤 재매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더불어민주당 내 'MBK 홈플러스 사태 해결 태스크포스(TF)'는 최근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연합자산관리(유암코)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구조조정 전문 기관의 지원을 통해 인수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선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홈플러스 문제는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대형 마트 간 경쟁 상황,향후 시장 전망 등 산업 전반의 복합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유통업 경험이 없는 주체가 이를 정책적으로 푼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분리 매각' 카드… 구조조정 속도 내나
자금은 말라붙고,인수 희망자는 나오지 않는 난국 속에서 홈플러스는 최근 '분위기 반전'의 승부수를 띄웠다.24일 서울회생법원 주최로 열린 홈플러스 회생 신청 사건 절차협의회에서 '분리 매각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회사는 29일까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부 분리 매각 △인가 후 인수합병(M&A) 절차 등을 담은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기로 했다.현금화 가능성이 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하고,일부 점포를 정리한 후 M&A를 재추진하겠다는 계산이다.'통매각·전 직원 고용 승계'를 요구했던 노조도 결국 '파산보다는 쪼개기가 낫다'는 데 동의했다.
분리 매각 방침 결정에 따라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던 홈플러스의 '주인 찾기'도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노조가 한발 물러서면서 회사는 '점포 정리' '인력 감축'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유통 업계 관계자는 "운영비가 많이 드는 매장을 줄이고 구조조정을 이어가면서 경영 효율성을 높이면 (어딘가에) 인수될 가능성도 커지지 않겠냐는 게 홈플러스의 판단"이라며 "상황이 바뀐 만큼 여러 부담 때문에 망설였던 인수 후보들도 다시 한 번 계산기를 두드려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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