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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언론 자유 안녕하십니까]
지금도 민·형사 압박 심각,“정책 비판했는데 소송 제기”
허위조작정보 근절?“후속보도 막으려 소송 제기할 수 있어”
제3자가 제기하는 대통령 명예훼손,친고죄 전환은 무산

▲언론인들이 정치권력 비판 보도를 내면 민형사상의 이중 압박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그래픽=생성형 AI(제미나이)
▲언론인들이 정치권력 비판 보도를 내면 민형사상의 이중 압박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그래픽=생성형 AI(제미나이)
일본 언론인이 한국 법정에 섰다.한국 대통령의 명예훼손을 했다는 이유였다.2014년 산케이신문 특파원 가토 다쓰야는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을 제기한 기사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았다.검찰이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한 2015년 10월 산케이신문은 논평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민주주의의 근간으로 돌아가 국제 상식에 입각한 판단을 해달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다.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비판자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한국 명예훼손법이 도구가 되고 있다"며 형사처벌이 가능한 한국의 명예훼손죄에 주목했다.2023년 12월 미국의소리(VOA)는 윤석열 정부에서 어느 때보다 기록적인 속도로 언론인 고소·고발이 늘고 있다며 위축 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한국에서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인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국제적인 관심사가 된지 오래다.지금도 민형사상 압박이 큰 상황에서 이제 언론계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의 통과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정치권력 비판보도를 위축시키는 정보통신망법.정리=금준경 기자,그래픽=안혜나 기자.
▲정치권력 비판보도를 위축시키는 정보통신망법.정리=금준경 기자,그래픽=안혜나 기자.
권력 비판 보도에 형사고소·고발 잇따라
정치권을 향한 비판 보도는 민사 차원의 '전략적 봉쇄소송'뿐 아니라 수사로 이어져 위협의 강도가 더욱 크다.이명박 정부 당시 광우병 의혹을 제기한 MBC 'PD수첩' PD들은 자택 압수수색을 당했으며 김보슬 PD는 결혼식을 나흘 앞두고 전격 체포됐다.'PD수첩'에 제기된 민형사상 소송만 7건에 달했다.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비판적인 보도를 냈다가 고소·고발 당하거나 수사를 받은 언론인이 소속된 매체는 14곳에 달한다.뉴스타파,경향신문,뉴스버스 등은 언론인이 압수수색까지 당해야 했다.

정치권력을 향한 비판에 법적 대응이 잇따르는 건 현재진행형이다.한겨레21이 지난해 서울시가 종묘 인근 세운4구역의 용적률을 인상한 가운데 개발이익이 특정 개발사에 돌아갔다는 의혹을 제기한 보도에 민형사상 대응이 잇따랐다.개발사가 한겨레와 기자들을 상대로 총 6억 원 손해배상을 청구한 데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겨레21 명예훼손 형사고소에 나섰다.

한겨레21 기자 A씨는 미디어오늘에 "오 시장이나 공무원을 비방할 목적이 아니라,서울시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 것이다.정상적으로 심의가 집행되고 세금이 집행되길 바라서 보도한 것인데 소송이 제기됐다"며 "소송에 대한 법적 대응 프로토콜이 있지만 (소송이) 늘어나면 취재기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A씨는 "사안을 취재하지 않은 서울시 출입기자는 (한겨레21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서울시 입장을 엄중하게 썼다.우리 기사를 검토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 입장을 그대로 받아쓰기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김병기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아들 대학편입 특혜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는 김 의원에게 반론 한 번 받지 못하고 10억 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홍주환 뉴스타파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언론중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소송을 제기했다"며 "새로운 취재원을 구하거나 깊이 파고들거나 할 시간에 김병기 의원이 보낸 소장을 보고 있거나 자료를 정리해야 하니까 그렇게 보내는 시간들이 매우 답답했다"고 밝혔다.

실제 소송은 장기간 이어지기도 한다.SBS는 2019년 1월 손혜원 전 의원이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의 문화재 등록 여부를 미리 알고 차명으로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손 전 의원은 SBS 기자들을 상대로 6억 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온라인 슬롯 머신 조작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민사소송 1심 판결은 6년 후인 지난해 11월에 나왔다.

SBS 기자 B씨는 미디어오늘에 "소송을 당해보면 어떤 식으로든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소송을 제기하겠다' '언론중재위 조정신청을 하겠다'는 말은 자기검열을 하는 이유가 된다.확인된 것만 쓰려고 하지만,꼬투리 안 잡힐 것만 쓰게 된다.심리적으로 위축되다 보면 기사나 콘텐츠 나오는 것도 무뎌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또 B씨는 "회사로 소송이 제기됐어도 담당 기자가 증거 수집을 다 해야 한다.기사는 쓸 거 다 쓰면서 소송을 대비한다는 게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특별수사팀이 지난 2023년 9월14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옥 압수수색에 나섰다.뉴스타파가 지난 대선 직전 보도로 윤석열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특별수사팀이 지난 2023년 9월14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옥 압수수색에 나섰다.뉴스타파가 지난 대선 직전 보도로 윤석열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다.뉴스타파 취재진이 검찰의 수사와 정권의 언론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취재 경쟁 통해 완성되는 권력비판 보도,흔들린다
오는 7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시행되면 정치권을 상대하는 언론의 위축 효과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청와대 출입기자 C씨는 "대부분 특종은 의혹 제기에서 시작하고,완전한 사실관계를 확보한 뒤 보도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하지만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통과된다면 의혹 제기 자체를 원천 봉쇄할 수 있다.법 통과로 인해 기자들이 방어적으로 변하고,자기검열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언론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속 보도를 했기에 가능했다.애초 언론의 이목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서 시작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이어지는 부정부패에 집중돼 있었다.이런 가운데 TV조선이 미르재단 모금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포문을 열었다.이후 한겨레가 TV조선 보도를 기반으로 재단의 실세가 최순실씨라는 점을 처음 드러냈다.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수세에 몰리자 개헌을 제시해 상황을 뒤집으려 했으나 JTBC의 '태블릿 PC' 보도로 '비선 실세'가 수면 위에 드러났다.언론 보도가 위축되면 이와 같이 후속보도가 끊길 우려가 있다.

방송사 기자 D씨는 "정치인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1차 목적은 다른 언론의 후속보도를 막으려는 것"이라며 "대형 매체는 크게 위축되지 않을 수 있지만,규모가 작은 매체는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시행된다면 정치인들은 후속보도를 막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이중 제재 가능성까지 있다.판결이 확정된 사안을 반복 유통할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최대 10억 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정부와 정치권이 위원 추천권을 갖고 있는 방미통위 특성상 정부비판 보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윤석열 정부 당시 이동관 방통위 위원장은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가짜뉴스·국기 문란 행위"로 규정했고,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은 뉴스타파 심의를 무리하게 강행했다.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연합뉴스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연합뉴스
방미심위가 허위조작정보를 심의할 우려도 있는데,이 역시 정치권력 비판 보도가 1순위가 될 수 있다.류희림 위원장 체제 방심위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풍자 영상이 사회혼란을 야기한다며 접속차단을 결정하는 등 논란이 있는 결정을 내려왔다.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허위보도라고 판결된 보도라도 어떤 부분이 허위인지는 사안마다 다를 수 있는데,어디까지 허위조작정보로 인정할지 구체화되지 않았다.또 방미통위 구성상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특히 정부 비판보도가 그 대상이라면 논란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은 정치인에게 반드시 필요할까.문제적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할 수 있다는 의미는 있지만 사회적 소수자·약자가 아닌 정치인은 이미 SNS에 글만 올려도 '인용 보도'가 쏟아지는 등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다.SBS가 손혜원 전 의원 의혹을 보도했을 당시 손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전했고,다수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또 검찰은 2023년 뉴스버스의 윤석열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사건을 '가짜 녹취록 보도' '가짜뉴스 의혹'으로 규정했고 다수 언론은 이를 받아썼다.

B씨는 "(손 전 의원은) 보도 첫날부터 굉장히 강력하게 법적 조치를 예고했는데,손 전 의원은 강력한 스피커이기도 했다"고 밝혔다.이진동 뉴스버스 대표는 미디어오늘에 "지금도 검찰의 주장을 받아 쓴 기사들이 많이 남아있다"며 "권력과 싸우는 언론은 단순히 소송뿐 아니라 여론전에 직면해야 한다.'보도를 제대로 하면 될 일'이라고 쉽게 이야기할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손혜원 의원이 2019년 1월23일 목포 현장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손혜원 의원이 2019년 1월23일 목포 현장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오히려 언론탄압 제도 완화해야 할 시점
오히려 정부비판 보도를 향한 지나친 규제를 완화해야 할 시점에 더욱 강력한 규제가 들어서게 됐다.

특히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고 제3자에 의한 고발이 가능한 경우는 선진국에서 찾기 어렵다.산케이신문과 뉴스버스 등 언론에 '대통령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한 이들은 대통령이 아닌 자유청년연합·사법시험준비생모임 등 시민단체다.민주당은 당초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친고죄 전환을 약속했지만,법안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이 제도는 정치인의 봉쇄소송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

▲ 2014년 10월 어버이연합의 산케이신문 규탄 집회 중 퍼포먼스.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가면을 쓴 이들이 무릎을 꿇고 있다.사진=금준경 기자.
▲ 2014년 10월 어버이연합의 산케이신문 규탄 집회 중 퍼포먼스.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가면을 쓴 이들이 무릎을 꿇고 있다.사진=금준경 기자.
이진동 대표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 친고죄로 전환됐다면 검찰의 인지수사도 불가능할 것이고,고발사주 같은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언론의 비판대상이 되는 이들은 대부분 고위공직자인데,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고발을 남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친고죄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사실적시 명예훼손은 OECD 가입국 중 일본과 한국만 유지하고 있는 제도로,온라인 슬롯 머신 조작사실을 보도하더라도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면 처벌 가능성이 있어 위험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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