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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루틴을 마련하지 않으면 속절없이 무너지는 하루.퇴직자의 사회적 연결 고민해야【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회사에 다닐 때는 싫든 좋든 하루가 굴러갔다.출근 시간에 몸이 일어나고,점심시간에 사람이 모이고,퇴근 무렵엔 '끝났다'는 문장이 자동으로 찍히는 리듬이 있었다.그런데 그 리듬이 사라졌다.스스로 일상의 리듬을 만들지 않으면 하루가 속절없이 무너진다는 사실이,퇴직 후 더 선명해졌다.

역할의 공백

▲  퇴직자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갈 곳과 할 일'이 늘어나는 속도는 너무 느리다.ⓒ rm_photography on Unsplash
나는 백수가 아니다.강의가 있는 날과 없는 날이 반복되는 프리랜서 강사다.강의가 있는 날은 확실히 다른 리듬이 생긴다.그날의 나는 '사회 안쪽'에 있다.누군가 나를 부르고,신규 카지노 사이트내가 할 일이 있고,내 역할이 있다.문제는 강의가 끝난 그 다음이다.다음 강의 일정이 자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마치 이빨 빠진 금강새처럼,일상이 툭툭 끊긴다.하루가 '연결'되지 않는다.

달력의 빈칸이 많아질수록 불안은 커진다.아내 말처럼 "괜찮다"는 말로 덮을 수도 있고,"오늘은 쉬는 날이니까"라고 정리할 수도 있다.그런데 그 정리가 며칠 반복되면 마음 한쪽에서 다른 생각이 올라온다.

"나는 지금 쉬고 있는 건가,놀고 있는 건가."

이 불안은 개인의 성격 문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퇴직 이후 많은 사람이 겪는 공통의 감각이다.사회는 여전히 '일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시간을 움직이는 기준도,관계가 만들어지는 장소도,자기소개가 가능한 언어도 대부분 직장에 붙어 있다.

직장을 떠난 사람에게 남는 건 자유가 아니라 구조의 공백이다.그리고 그 공백은 곧 역할의 공백으로 이어진다.일을 멈춘 게 아니라,사회가 "당신은 이제 어디에 있냐"고 묻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우리 사회는 퇴직자를 너무 빨리 개인으로 돌려보낸다."이제 쉬세요." 이 말은 친절한 배웅처럼 들리지만,어떤 때는 무심한 퇴장 안내처럼 들리기도 한다.쉬라고 말하면서도,쉴 수 있게 만드는 연결은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다.

노년 일자리,평생교육,지역 공동체 프로그램은 여기저기 존재하지만,일상 속에서 자동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정보는 흩어져 있고,연결은 결국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고령화를 말하면서도 퇴직 이후의 삶을 담아낼 무대는 여전히 좁다.퇴직자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갈 곳과 할 일'이 늘어나는 속도는 너무 느리다.

그래서 나는 흔들리는 자신을 다잡는 조율 장치를 만들어야 했다.집에 머무르면 하루가 쉽게 접히기 때문이다.일 없는 날 내가 카페로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그곳에서 다음을 준비한다.글을 쓰고,강의 자료를 다듬고,다음 만남을 위해 메모를 쌓는다.시간을 빈공간으로 내버려두지 않기 위한 나만의 최선이다.

퇴직자의 행복 조건

하지만 여기에도 사회적 함정이 있다.내가 아무리 성실하게 하루를 보내도,신규 카지노 사이트그것이 '일'로 인정받는 순간은 강의 요청이 들어오는 그때뿐이다.준비와 공부,기획과 정리는 분명 노동이다.그러나 성과가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되기 쉽다.프리랜서의 시간은 늘 그 경계 위에 놓인다.그래서 강의가 없는 날의 불안은 '아무것도 안 해서'가 아니라 '아무리 해도 연결이 보장되지 않아서' 생긴다.

나는 퇴직 이후의 행복이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일상이 멈추지 않는 감각'에서 온다고 믿는다.오늘 갈 곳이 있고,신규 카지노 사이트그곳에서 내 이름으로 할 일이 있는 퇴직자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반대로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사라진 하루가 반복되는 게 문제다.

그것은 개인의 의지가 약해서이기도 하지만,신규 카지노 사이트한 걸음 더 나아가면 이 사회가 퇴직자의 쓸모를 외면했거나 그들을 '끝난 사람'처럼 취급하는 결과일 수도 있다.은퇴는 개인의 선택처럼 포장되지만,은퇴 이후의 일상은 사회가 얼마나 자리를 내어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일상의 행복은 단순하다.강의가 있는 날만이 아니라 강의가 없는 날에도 삶이 이어지는 구조다.갈 곳과 할 일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사회적 연결이다.퇴직자의 행복은 마음속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사회가 그들을 '이미 끝난 사람'이 아니라 '아직 살아 있는 사람'으로 대할 때,그 행복은 비로소 일상이 된다.

그렇다면 인생 후반의 온도를 따뜻하게 데우는 힘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오늘도 나갈 곳이 있고 내 이름으로 할 일이 남아 있는 일상이다.

"갈 곳과 할 일이 있는 일상,그것이 퇴직자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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