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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으로 향후 실현 가능. 인간 검증 비용 따지면 효용은 '갸웃'[디지털데일리 이건한기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영어 과목의 난도 조절 실패와 '불수능'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결국 지난 5일 교육부가 수능 출제·검토 과정 조사를 선언했고,문제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오승걸 원장이 10일 "입시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평가원은 이번 수능을 계기로 출제 전 과정에 대한 검토와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공교롭게도 올해 수능 전날인 지난 11월 13일,평가원은 나라장터에 'AI 기반 수능 자동 문항 생성 기능 개발을 위한 정보화전략계획(ISP)' 사업 입찰공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매년 반복되는 수능 출제위원들의 '감옥 합숙'과 인력 섭외난을 해결하기 위한 AI 활용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취지다.다만 이 같은 시도에 AI 교육 전문기업들은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향후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도 예견되고 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5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이 수능 성적을 확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5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이 수능 성적을 확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여보,한달 후에 봐".'감옥 합숙' 한계 AI로 돌파

사업 공고에 따르면 평가원이 이번 사업을 추진하는 핵심 배경은 현행 출제 방식의 한계다.현재 수능 출제는 보안 유지를 위해 출제위원들을 특정 시설에 약 30~40일간 격리하는 합숙 방식이 관행이다.이는 문항의 질과 보안 유지에는 유리하지만,합숙 공간 확보와 장기간 격리에 따른 출제 인력 섭외의 어려움 등 비효율성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이에 평가원은 AI 기반 자동 문항 생성 기술로 문제 해결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구상이다.총 2억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데이터 구축·학습 모듈,해외 홀덤 사이트문항 생성 모듈,검사 구성 모듈 등 3대 핵심 기능 설계가 1차 목표로 설정됐다.이를 활용해 장기적으로 수능 문항 개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해외 홀덤 사이트대규모 문항 풀(Pool)을 신속하게 구축해 지속 가능한 출제 시스템 기반을 닦겠다는 전략이다.

평가원의 사업 추진 목적 中 [사진=평가원 사업제안 요청서 발췌]
평가원의 사업 추진 목적 中 [사진=평가원 사업제안 요청서 발췌]


◆ 분별력 높일 수 있지만."철저한 인간 통제 필수"

그렇다면 AI로 수능 수준의 문제를 생성하는 시도는 현실성이 있을까?국내 교육 업계에서 AI로 문제집을 만들거나,AI 활용 맞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는 이미 많다.하지만 수능은 특성상 실수와 불공정이 용납되지 않는 만큼 무게감이 남다르다.현시점에 'AI가 충분한 변별력과 신뢰성을 갖춘 수능 문제를 생성할 수 있는지'가 본 사업의 관건이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디지털데일리>가 국내 AI 교육 전문기업 2곳에 자문을 구한 결과,업계는 "사업 취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아직 기술 수준이 무르익지 않았고,철저한 인간 검증이 필요하다"는 공통적인 반응을 내놨다.

올해 국내 영어,정보 과목 AI 디지털교과서 제작에 참여했던 엘리스그룹 관계자는 "AI가 문항 생성을 담당하면 평가원의 의도대로 전문가들은 출제 방향 설정과 문항 검토 등 퀄리티 관리 역할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 실현 가능성에도 힘을 실었다.엘리스그룹은 올해 국제 ACL 2025 학회에 발표한 '학습 수준 예측 딥러닝 모델'과 '변별력 높은 객관식 문항 생성' 연구 논문을 근거로 제시했다.해당 연구는 AI로 객관식 문항을 생성할 때 '학습자들이 어떤 오답에 쉽게 속는지' 관련 데이터셋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골자다.이를 통해 AI가 정답처럼 보이면서 학습자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는 '고품질 오답 선택지'를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스그룹은 해당 연구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면 어느 시점에 수능 수준의 변별력과 신뢰성 있는 문항 생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다만 수능 문항 생성 AI 기술보다 중요한 것으로 '인간 전문가의 엄격한 검토 체계'를 꼽았다.

구체적으로 문제 생성 AI 모델의 선택부터 학습 데이터,업데이트,보안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에 걸쳐 표준화된 관리 체계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또한 문항 생성을 담당하는 모델이 악의적으로 복제되지 않도록 모델의 종류와 학습 데이터 구성 등 핵심 정보의 유출 차단도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 "고난도 문제는 아직 무리".배보다 배꼽이 더 커

이어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AI 교육업체 대표 A도 과제의 취지는 공감한다고 밝혔다.그는 "AI 기반 자동 문항 생성이라는 주제가 공적 교육기관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수능 출제는 오랫동안 폐쇄적·보안 중심 구조였다.따라서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이런 '열린 시도'는 공교육 혁신 차원에서 분명 유의미한 도전"이라고 평가했다.또한 "ISP 과제를 통해 먼저 도입 가능성과 한계를 검토해본다는 접근 방식 또한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A 대표는 "실제 현장에서 대규모 문항 제작·검수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수능 수준의 문항의 AI 자동 생성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솔직한 판단"이라고 말했다.특히 AI는 아직 수험생의 1년을 좌우할 수능 문제에 대해 오류,변별력 편차,형평성 측면에서 모두 '단독으로 책임질 수 없는 단계'라는 분석이다.A 대표는 "현실적으로 기초-중하 난도 문제가 현재 AI에게 맡길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그 이상 난도,특히 수능처럼 고난도·고정밀 문제는 아직 생성 오류가 너무 잦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를 단순 보조로 도입해도 실제 효과는 기대와 다를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결국 인간 출제위원이 AI 생성 문항을 검수해야 한다면 해당 과정에도 많은 시간이 쓰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A 대표는 "AI가 10문제 중 1문제만 실수해도 그 하나를 찾고 수정하는 비용이 AI를 쓰지 않았을 때와 비슷하거나 더 많아진다"고 지적했다.이는 현재 관련 업계에서도 공공연한 문제라고 한다.

나아가 이번 사업이 단순한 시스템 구축(SI)으로 변질될 가능성에도 우려를 표시했다.A 대표는 "수능 문항 생성 AI는 지속적인 모델 버전 관리,교과 변화 반영,보안 관리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대상"이라며 "특정 일자까지 SI 방식으로 만들어 수능에 적용 가능한 시스템이 되긴 어렵다"고 말했다.ㄱ결국 모델 관리를 위한 전문팀의 상시적 운영도 비용에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A 대표는 "지금은 AI가 수능 문제를 직접 만들 타이밍이 아니다.AI가 사람이 만든 문제를 검수하고 난도를 예측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안전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 "기출 무용지물 될라" 학생·부모는 노심초사

평가원의 이번 시도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다.특히 국내 입시 시스템의 잦은 변화로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이들은 수능과 AI의 결합에도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2025 개정교육과정 첫 수능 세대) 자녀를 뒀다는 학부모 B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이미 교육과정의 변화만으로도 혼란이 큰 상황이다.만약 여기에 AI가 문제 생성에도 관여한다면 걱정이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더불어 "AI로 문제를 생성하면 기출문제의 활용 가치도 떨어지고 학습 전략을 세우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요즘 학생들은 이미 문제 해결에 챗GPT를 많이 쓴다.여기에 AI가 낸 문제를 다시 AI에게 묻는 구조가 고착화될 것도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평가원은 2026년 2월까지 구체적인 이행 계획과 타당성을 검토할 예정이다.다만 본 과제가 일종의 청사진 수립 절차인 만큼,실제 도입 가능성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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