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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숙소 6만 5000여 곳 방치 혐의
“관광객 탓에 월세 10년 새 2배 폭등”
뿔난 민심 달래기 총력전

스페인 정부가 세계 최대 숙박 공유 플랫폼‘에어비앤비(Airbnb)’에 11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과잉 관광)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다.

15일(현지시각) 로이터와 스페인 현지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스페인 소비권리부는 에어비앤비가 허가받지 않은 불법 관광용 숙소를 플랫폼에 노출했다는 이유로 6410만 유로(약 1100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했다.스페인 당국이 소비자 권리 침해와 관련해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열린 오버투어리즘 반대 시위에서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연합뉴스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열린 오버투어리즘 반대 시위에서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조치는 지난 5월 소비자권리부가 에어비앤비 측에 규정 위반을 이유로 약 6만 5000개에 달하는 숙소 목록을 삭제하라고 명령한 데 이은 후속 행정 처분이다.스페인 현행법상 관광객을 대상으로 단기 임대 영업을 하려는 숙소는 반드시 지방 당국 허가를 받고 고유 등록 번호를 발급받아야 한다.

그러나 스페인 당국 조사 결과,에어비앤비 플랫폼 내 6만 5122개 숙소 리스트에서 유효한 면허 번호가 누락되거나 당국 데이터베이스와 일치하지 않는 가짜 번호가 발견됐다.일부 숙소는 호스트 정보조차 불분명했다.소비권리부는 “이러한 불법 숙박 업소들이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합법적인 주거 시장을 교란했다”고 처분 배경을 설명했다.

파블로 부스틴두이 스페인 소비권리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에어비앤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부스틴두이 장관은 “주택 위기로 스페인 전역 수천 가구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카지노 커뮤니티 정비소일부 기업은 사람들을 집에서 쫓아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고 했다.그는 이어 소셜미디어(SNS)에는 “어떤 기업도,아무리 규모가 크더라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며 “주거권 문제라면 더욱 타협은 없다”고 못 박았다.

에어비앤비에 항의하는 스티커가 붙은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중심부./연합뉴스
에어비앤비에 항의하는 스티커가 붙은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중심부./연합뉴스

스페인 정부가 이처럼 강경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심각한 주택난이 자리 잡고 있다.스페인 부동산 업계 통계에 따르면 2014년 평균 553유로(약 80만 원) 수준이던 스페인 평균 월세는 2024년 984유로(약 143만 원)로 10년 새 78% 가까이 폭등했다.특히 바르셀로나,마드리드,말라가 등 인기 관광 도시는 상승 폭이 한 해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상승세를 주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주된 원인으로 임대 수익률 격차를 지목했다.엘파이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같은 집이더라도 집주인이 스페인 사람에게 장기 월세를 놓는 대신 에어비앤비에 단기 관광 임대를 해주면 수익이 최대 4배까지 치솟는다고 전했다.여행객들은 체류 기간이 짧고,가격 민감도가 낮다.반면 현지인은 소득 대비 주거비에 민감하고,6개월 이상 거주 계약을 맺을 경우 스페인 정부가 보장하는 세입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집주인들은 엔데믹 이후 앞다퉈 세입자를 내보내고 숙박 공유 시장으로 매물을 돌렸다.현재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같은 대도시에서조차 현지 주민이 살 장기 임대 물량이 씨가 말랐다.공급 부족은 곧장 임대료 폭등으로 이어졌다.주요 도시에서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관광객이 주거 지역까지 밀고 들어오면서,정작 현지 주민들은 치솟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평생을 살아온 터전에서 원주민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미디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정재훤 기자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미디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정재훤 기자

주거 문제로 생긴 불똥은 곧 반(反)관광 정서로 튀었다.지난 7월 바르셀로나에서는 시민 수천 명이 물총을 관광객을 향해 쏘며 “집으로 돌아가라”는 구호를 외쳤다.카나리아 제도와 마요르카처럼 관광으로 먹고 사는 휴양지에서조차 주민들이 쇠사슬로 숙소 입구를 막는 조직적 항의를 벌였다.

자우메 콜보니 바르셀로나 시장은 “2028년 11월까지 시내에 있는 1만 1015개 단기 아파트 임대 허가를 전면 취소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는 수준을 넘어,기존에 합법적으로 영업하던 숙소까지 모두 주거용으로 강제 전환하겠다는 강도 높은 규제다.이 법안은 스페인 헌법재판소 판결에서 법적 효력을 인정받았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벌금 부과는 스페인 정부가 기업 이익보다 주거권 보호라는 공익을 우선시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라며 “법적 공방 결과에 따라 유럽 타 국가 규제 정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로이터는 “소비자 권리와 현지 법규를 무시하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유럽 당국 감시망이 촘촘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 /뉴스1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 /뉴스1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공유 경제 비즈니스 모델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공유 숙박은 과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지만,이제 세계 곳곳에서 도시 주거 생태계를 위협하는 규제 대상으로 전락했다.

미국 뉴욕은 2023년 9월부터‘로컬 법 18(Local Law 18)’을 시행했다.이 법은 집주인이 거주하지 않는 상태에서 아파트 전체를 단기 임대하는 행위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이다.뉴욕시 특별단속국(OSE) 보고서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뉴욕 내 에어비앤비 단기 임대 공급은 90% 가까이 증발했다.사실상 시장 퇴출이다.

이탈리아 피렌체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 지구 내 신규 단기 임대 숙소 등록을 금지했다.이탈리아 정부는 올해부터 모든 단기 임대 숙소에‘국가 식별 코드(CIN)’부착을 의무화하고,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8000유로(약 1160만 원)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탈세를 막고 불법 영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에어비앤비와 일부 전문가들은 “공유 숙박을 옥죄면 호텔 가격만 오를 뿐,주택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미국 여행 전문 리서치 기업 스키프트에 따르면 뉴욕시가 에어비앤비 규제를 시행한 이후 1년 동안 뉴욕 호텔 평균 숙박비는 약 7.4%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저렴한 숙소를 찾는 배낭여행객이나 가족 단위 여행객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 전체 관광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에어비앤비 대변인은 로이터에 “스페인 정부 조치는 현행 규정에 어긋난다”며 “법원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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