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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지난해 4월 18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인근에서 열린 제23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기념식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시민의 권리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photo 뉴스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지난해 4월 18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인근에서 열린 제23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기념식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시민의 권리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photo 뉴스1


날이 쌀쌀해지면 출근길 지하철이 멈추는 일도 늘어난다.내년도 예산안을 논의할 무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장애인 권리예산을 보장해달라며 시위에 나서는 일이 잦아지는 것이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의 핵심은 '탈시설'이다.장애인들이 시설에 구속받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취지다.모든 장애인이 처음부터 자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자립'을 돕는 예산이 적지 않게 필요하다.올해 전장연은 1400억원 증액을 요구했다.

그러나 탈시설이 모든 장애인에게 합의된 의제는 아니다.특히 반발하는 것은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다수가 사는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다.가정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전장연을 위시한 장애인 단체에서 주장하는 대안은 '활동지원사가 방문하는 자립지원주택'인데,중증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이것이 '시설'과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고 본다.

그들은 시설에서 나가고 싶었을까

2023년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발달장애인은 약 27만3000명으로 전체 장애인의 약 10.3%가량을 차지한다.지적장애인이 약 23만명(8.7%),자폐성 장애인이 약 4만3000명(1.6%)이다.대부분 자신의 의사 표시를 온전히 하기 어렵다.탈시설이 이들의 실질적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 배경이다.

탈시설(Deinstitutionalisation)이 확산된 것은 1960~197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다.장애인들이 도시 외곽 대형 장애인 거주시설에 수용되는 경우가 많으므로,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주택에 거주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미국,캐나다,호주,노르웨이처럼 국토 면적이 넓어 거주시설과 지역사회가 쉽게 분리되는 나라에서 호응을 얻었다.한국은 이런 탈시설 주도 국가와 현실이 다르다.독일,벨기에,네덜란드 등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는 시설 정책이 유지되고 있기도 하다.그러나 선감학원과 형제복지원 등 장애인 수용시설의 인권침해 사례가 알려지며 2010년대 이후 장애인 단체의 주요 의제가 됐다.국내에서는 고(故) 박원순 시장의 의지로 서울시가 주도적 역할을 했다.

시장이 바뀐 뒤 2023년,서울시는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시 거주시설에서 탈시설한 1215명의 장애인을 전수조사했다.일단 2023년 시점에서 조사가 가능했던 장애인은 700명밖에 남지 않았다.거의 대부분인 690명이 '심한 장애'를 앓고 있었고,390명이 발달장애인이었다.다시 말해 탈시설의 대상은 대부분 의사결정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이었다는 것이다.700명 가운데 사망자는 24명이었고,응답이 대리로라도 가능한 사람은 487명에 불과했다.본인이 직접 조사에 참여한 사람은 고작 118명(16.8%)이었다.넓게 잡아도 시설에서 내보낸 사람 가운데 조금이라도 의사표현이 가능한 사람은 3분의1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했다.전국에 있는 모든 거주시설 장애인이 2041년까지 지역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그 근거는 2020년 9월부터 2021년 1월까지 거주시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탈시설 욕구 전수조사'다.612개 거주시설에 있는 장애인은 2만4214명이었다.본인 응답이 가능한 인원은 전체의 28.5%인 6035명이었는데,이 가운데 '시설에서 나가고 싶다'고 응답한 것은 33.5%(2021명)에 불과했다.특히나 지적장애인의 경우 응답률이 제일 낮았다.탈시설을 원하는 당사자는 10분의1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회원들이 2023년 12월 1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photo 뉴스1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회원들이 2023년 12월 1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photo 뉴스1


중증 발달장애인은 어디서 받아주나

그래도 정책 방향은 여전히 탈시설을 가리키고 있다.가장 큰 문제는 '재가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이다.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가정에서 정상적으로 부양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현실이다.대전에서 19세 남성 발달장애인을 키우는 A씨를 만났다.A씨의 아이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으로 지능은 2살 정도다.웬만한 성인 남성 이상의 몸집을 지닌 아이가 옷을 발가벗고 집안을 돌아다니는 건 예사,화가 나면 가구를 부수거나 엄마를 할퀴고 때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A씨는 "두 살 수준의 지능에 몸은 거인이나 다름없는 도전적 아이를 누가 봐주겠나"라면서 "집에 앉아 가구,냉장고,싱크대,옷,가방 등을 계속 파괴하는 통에 외출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그는 "지금 시설에 자녀들이 있는 부모들도,(시설이 축소되며) 나오게 되면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며 "탈시설을 우렁차게 외치는 분들 덕에 왜 죽어야 하는 신세가 되는가"라고 덧붙였다.

고등학교를 곧 졸업하면 거주시설로 보내야 정상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데,보낼 시설이 없다.장애인 거주시설이 정부 정책에 따라 축소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근무하는 이들에게 부담이 되는 이런 최중증 장애인은 좀처럼 받아주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 10월 기준 장애인거주시설 입소를 대기하고 있는 장애인은 2609명에 달한다.그 자신도 34세 발달장애인 아들을 돌보는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김현아 회장은 주간조선에 "탈시설 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이런 최중증 발달장애인이다.탈시설 정책을 밀어붙이며 거주시설 정원을 줄이면 누구를 내보내겠는가"라며 "현실이 그렇다.말 잘 듣는 경증 장애인을 굳이 내보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탈시설 로드맵 이후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시설 수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 속,작년부터 정부가 시행하는 대책은 '통합 돌봄 모형'이다.앞선 A씨 아이처럼 폭력적 성향이나 행동을 보이는 것을 '도전행동'이라고 하는데,이 도전행동의 정도에 따라 점수를 매겨 지원하는 정책이다.

심각성에 따라 하루 7~24시간 돌봄 서비스가 제공된다.주말에는 운영하지 않는다.선정되면 수급 자격 유효기간은 최초 3년으로,회당 1년씩 2회 연장 가능하다.최대 5년까지만 가능한 것이다.최중증 발달장애인들의 부모는 도전행동이 심각해질 때쯤이면 이미 중년기를 넘어선 상태인데,부모 사후는 물론 노년기 대책도 모자란 셈이다.작년의 경우 총 2340명의 장애인이 혜택을 봤는데,라이브 카지노 사이트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만 1246억원이었다.

김현아 대표는 답답함을 토로하며 이렇게 말했다."시설에서 내보내진 발달장애인들이 어디로 가겠나.가정에 복귀하면 비장애인 가족과 함께 살 수가 없다.가족도 감당하지 못하면 정신병원에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전장연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 (가)항 '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자신의 거주지 및 동거인을 선택할 기회를 가지며,특정한 주거 형태를 취할 것을 강요받지 아니한다'를 들어 탈시설을 주장한다.하지만 (다)항에는 '일반 국민을 위한 지역사회 서비스와 시설은 동등하게 장애인에게 제공되고,그들의 요구를 수용한다'고 돼 있다.그렇다면 장애인이 요양의 대상이 되거나 집중치료의 대상이라면 시설을 이용하면 안 되는 건가?"

전장연 수익사업?

탈시설 정책에서 가장 민감한 화두는 이것이 전장연을 위시한 장애인단체의 수익사업이 아니냐는 것이다.현재 장애인 활동지원에 들어가는 세금은 올해 기준 4조원이 넘는데,운영을 맡는 민간 자립지원센터(IL센터)가 사업 핵심인 활동지원사 임금은 2022년 기준 시간당 1만5570원이다.이 가운데 25%를 수수료로 가져간다.지원센터 직원의 급여는 별도로 지급된다.전장연과 연관된 IL센터가 적지 않은 까닭에 '독점'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다만 전장연 측은 자신들과 유관한 단체는 얼마 되지 않고,센터 예산도 충분치 않다는 반론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전장연의 선의를 이해하더라도 탈시설에 필요한 예산이 천문학적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이를테면 중증장애인을 24시간 돌보려면 1일 8시간 근무 기준 4조 3교대 근무가 필요하다.한 사람을 돌보기 위해 최소 네 명이 필요한데 한 달에 월급으로 드는 금액만 1000만원이 넘는다.

향후 '완전 탈시설'이 되면,가정에서 돌봄이 불가능한 장애인들은 '자립지원주택'으로 들어가게 된다.거주시설은 지자체의 관리를 받지만 자립지원주택은 민간 비영리법인이 운영하는데,간호사 등 의료인력이 상주하지 않아도 된다.주거 코디네이터와 활동지원사 등이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다.현재의 자립지원주택은 시설처럼 24시간 서비스를 받지도 못한다.보건복지부가 2023년에 펴낸 '장애인 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학대 피해자의 73.9%는 발달장애인이다.피해 장애인 거주지에서 학대당한 경우가 44%로 제일 많고,라이브 카지노 사이트시설은 13.2%로 현저히 적다.주거 예산 이전에 민간 자립지원주택에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장애인의 주거 보장 요구는 6.5%(2023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불과하다.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23 장애인삶 패널조사'는 탈시설 장애인의 주거 환경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을 한다.특히 엘리베이터나 경사로가 없어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게 주된 지적이다.'수도권 지역사회'에서 탈시설 장애인을 위해 안전하고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하려면 예산 문제에 크게 부딪힐 전망이다.

전장연 박경석 대표는 "외국에서도 처음에는 발달장애인 자식을 시설에 보냈던 부모들의 반대가 높았지만,라이브 카지노 사이트탈시설 후 조사해보면 만족하는 비율이 더 많아졌다"며 "(탈시설 후에도 살기 좋도록) 지역사회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박 대표는 "발달장애인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탈시설한다고 하지만,시설에 들어갈 때는 본인이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갔느냐"며 "오히려 그런 주장이 발달장애인을 열등한 존재로 보는 우생학적 발상"이라고 반론했다.

한편 국회에는 IL센터(유달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소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발의한 '탈시설 지원법'이 발의된 상태다.2041년까지 전면 탈시설을 목표로,보건복지부 장관이 탈시설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국무총리 소속 '중앙 장애인 탈시설지원위원회'와 지자체별 '지역 장애인 탈시설지원위원회'도 두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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