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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찾았다 오늘 별이 된 사람]
1993년 12월 16일 75세

다나카 가쿠에이 전 일본 총리.1972년.
다나카 가쿠에이 전 일본 총리.1972년.
1976년 7월 27일 일본 총리를 지낸 거물 정치인 다나카 가쿠에이(1918~1993)를 도쿄지검 특수부가 전격 구속했다.2년 전 총리 재직 당시 미 항공사 록히드로부터 5억엔을 받은 혐의였다.제트 여객기를 일본에 팔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 대가라고 했다.

다나카는 총리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정계 실력자였다.현역 의원 91명을 거느린 집권 자민당 최대 계파 수장으로‘어둠의 쇼군’으로 불렸다.다나카 구속은 한국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됐다.조선일보는‘전후 최대 정치폭풍 경보’라고 전했다.

다나카파 의원들은 반발했다.“다나카 정치를 악(惡)이라 해야 한다면 일본의 전후 정치,토토치과아니 정치 그 자체를 악이라 해야 한다.정치가면 누구나 해왔던 것,그 규모가 좀 크다고 모든 죄를 다나카에게 씌우는 것은 납득 못한다.”(1976년 7월 28일자 3면) 도쿄지검 특수부장은 일축했다.“오직 증거를 좇아 여기까지 왔을 뿐이다.”

1976년 7월 28일자 3면.다나카 구속 충격파‘전후 최대 정치폭풍 경보’
1976년 7월 28일자 3면.다나카 구속 충격파‘전후 최대 정치폭풍 경보’

다나카는‘정치=돈’이란 점을 숨기지 않았다.“정치는 수(數)이고,수는 힘이고,힘은 돈이다”라고 했다.1972년 7월 집권 후‘일본 열도 개조론’을 내세워 전국에서 토건 사업을 벌였다.국토 균형 발전이란 명분이었다.지역 건설업체에 이권을 주고 대신 정치자금을 받았다.다나카는 이렇게 조성한 돈으로 인맥을 관리했다.

다나카 내각은 록히드 사건 1년여 전인 1974년 12월 무너졌다.한 달 전 월간‘문예춘추’기사가 결정타였다.34세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는‘다나카 가쿠에이 연구-그 금맥과 인맥’기사로 현직 총리 다나카의 비리를 폭로했다.

정치인 다나카는 그래도 건재했다.지역구 니가타에서 이후에도 5회 연속 중의원 의원에 당선했다.1990년 정계 은퇴 때까지 16선 의원으로 43년간 재직했다.딸 다나카 마키코는 지역구를 이어받아 중의원에 당선했고,토토치과고이즈미 내각에서 일본 첫 여성 외상을 지냈다.

1995년 10월 24일자 7면.
1995년 10월 24일자 7면.

다나카는 서민 정치인으로 인기가 높았다.빈농 출신으로 고등소학교를 졸업했다.요즘 학제로 중졸(中卒) 학력이었다.라이벌 후쿠다 다케오가 명문가 출신으로 도쿄제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고등문관시험에 수석 합격한 엘리트인 점과 대비됐다.

다나카는 친화력과 결단력을 갖춘 정치인이었다‘일·중 수교’공약을 내걸고 총리에 오른 후 취임 두 달 만에 베이징으로 날아가 중국과 전격 수교했다.미국이 중국과 수교하려 공을 들이던 때였다.키신저 국무장관은 일본에 선수를 빼앗겨 “잽스(일본인 비하 영어 표현)가 (중국에 대한 외교 성과를) 가로챈다”고 화를 냈다고 한다.

록히드 사건이 터진 배경에는 미국의 음모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다나카가 중국과 급속히 친밀해지자 키신저가 이를 경계해 사건을 터뜨렸다는 설명이다.일본 언론인 하루나 미키오는 2021년 출간한 책‘록히드 의옥(疑獄)’에서 이렇게 주장했다.다나카가 일본 검찰에 체포돼도 상관없다고 보고‘Tanaka’라고 적힌 증거 문서를 넘겼다는 것이다.증거 문서엔 다나카가 일본 항공사 전일본공수에 압력을 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2021년 2월 23일 자 A16면)고 한다.

1996년 1월 14일자 8면.
1996년 1월 14일자 8면.

다나카 구속 사건은 한국에서 권력자를 구속·수사하라는 압력이 커질 때 검찰의 독립성과 관련해 자주 소환된다.도쿄지검 특수부는 외압을 이겨내고 독립적 판단으로 권력형 비리를 수사했다는 사실이 강조된다.도쿄지검 특수부는 다나카뿐만 아니라 1989년엔 리쿠르트 사건 수사로 다케시타 노보루 당시 총리를 물러나게 했고,1993년엔 여당 거물 가네마루 신 자민당 부총재를 구속시켰다.

록히드 사건 담당 검사였던 홋타 쓰도무는 1996년 1월 14일 자 조선일보에 특별 기고를 보내왔다.노태우·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이 잇달아 구속 수사를 받을 때였다.홋타 검사는 일본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수사는 검찰청 감독권자인 법무장관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법무장관은 국회의원,토토치과정치인이었다.따라서 장관에게 보고할 경우 정보가 흘러나가 다나카 측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었다.압력을 가해 수사 자체가 흐지부지될 우려도 있었다.법무장관에게 다나카 체포를 알린 것은 체포 하루 전이었다.”(1996년 1월 14일 자 8면)

다나카는‘금권 정치‘뇌물 총리’오명을 얻었지만 이후에도 역대 일본 최고 총리로 꼽혔다.2000년 일본인이 지난 1000년간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 조사에서 4위에 올랐다.전후 인물로는 1위였다.1~3위는 사카모토 료마,토토치과도쿠가와 이에야스,오다 노부나가였다.

1995년 10월 24일자 7면.
1995년 10월 24일자 7면.

소설가 출신으로 도쿄지사를 지낸 이시하라 신타로는 84세 때인 2016년 다나카 일대기를 다룬 소설‘천재’를 출간했다.이시하라는 젊은 날 다나카를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지금은 다나카가 천재였다고 재평가한다.

이시하라는 이 해 1월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 정치인들이 관료가 됐다”며 “다나카 같은 사람이 있으면 4년 뒤로 다가온 도쿄 올림픽 준비도 지금처럼 지지부진하지 않고 화끈하게 진행되고 있을 것”(2016년 3월 5일 자 A19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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