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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겨울을 나게 해준 노지귤【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울퉁불퉁한 겉모습에 상처 자국도 남아 있지만,속은 새콤달콤한 과즙으로 가득한 노지귤.겉모양만 보고 지나치기엔 아까운 겨울 제철 과일 ⓒ 김지영
'최진사댁 셋째 따님이 제일 예쁘다'는데,나는 그보다 더 예쁜 과일집 딸이었다.봄에는 딸기와 참외,여름에는 수박과 복숭아,가을엔 사과와 배,겨울에는 귤.철마다 바뀌는 과일 향이 가게를 채웠고,그 향은 언제나 나를 따라다녔다.

친구들은 "너는 과일 맨날 실컷 먹어 좋겠다"라고 말했다.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예쁜 과일은 항상 손님 몫이었으니까.내 몫은 안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는,조금은 기울고 찍히고 멍이 든 과일들이었다.상처 난 것,툭 떨어져 살짝 흠이 생긴 것,껍질이 예쁘지 않은 것.그렇게 진열대에서 밀려난 과일들이었다.

부모님은 "과일은 살짝 무른 게 더 맛있다"며 나를 달래곤 하셨다.그래서 단골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하나씩 주는 거라고.그땐 그게 다 맞는 말인 줄 알았다.나는 제일 맛있는 과일만 먹는 아이라고 우쭐했다.그런데 유독,그렇게 믿고 싶지 않은 과일이 하나 있었다.그건 바로 귤이다.

겨울이면 우리 가게 한 쪽에는 귤 상자가 층층이 쌓였다.동그랗고 매끈한 껍질에 색도 곱고,크기도 적당해 손에 쏙 들어오는 귤들.진열대 한가운데 앉은 그 매끈한 귤을 몰래 쥐었다가,엄마와 눈이 마주치면 슬그머니 다시 내려놓던 기억이 난다.

귤들 사이에는 울퉁불퉁하고 모양이 제각각인 아이들도 섞여 있었다.여기저기 거무스름한 자국이 있고,껍질은 조금 거칠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귤만큼은 새 것으로 마음껏 집어 먹어도 엄마가 뭐라 하지 않았다.바로 노지귤이다.

노지귤은 하우스(온실)가 아닌 밭에서,톰 카지노 먹튀자연을 그대로 맞으며 자란 귤이다.비와 바람,햇볕을 온몸으로 견디느라 힘이 생긴 귤이다.껍질에는 자국이 남고,모양은 울퉁불퉁하고,껍질을 깔 때도 거친 느낌이 강하다.겉만 보면 사람들 눈에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귤'처럼 보이지만,안쪽은 모양과 달리 새콤달콤함이 두 배로 응축돼 있다.말 그대로 '자연산 귤'이다.생선도 자연산이 더 맛있지 않은가.

볼품없는 모양새지만,막상 까고 나면 과육은 탱탱하다.한 조각 베어 물면 새콤달콤한 과즙이 톡 하고 터진다.겉이 이렇다 보니 노지귤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만 집어 갔고,그래서 노지귤만큼은 새것을 먹어도 엄마가 굳이 말리지 않았던 것이다.

'못난이 귤'이었지만,우리 집 겨울 과일 중에서는 단연 인기였다.사람들은 대체로 그냥 껍질을 까서 먹었지만,우리 가족만의 비밀스러운 먹는 비법이 있었다.바로 난로 위에 귤을 굽는 것이다.

달궈진 난로 위에 귤을 올리면 껍질이 살짝 그을리며 향이 퍼졌다.뜨거워진 귤을 손에 들고 "호~" 하고 불어 식힌 뒤,톰 카지노 먹튀조심조심 껍질을 벗겨 알맹이를 입에 털어 넣었다.바깥은 따뜻한데 속은 아직 미지근한,묘하게 따뜻하면서도 살짝 차가운 과육이 입안에서 톡톡 씹혔다.혀가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느낌이다.

또 있다.주전자에는 물과 함께 노지귤을 넣고 끓였다.보리차보다 더 자주,더 많이 마셨던 기억이 난다.콧물이 줄줄 흐르고 볼이 빨개지는 추운 겨울에도,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노지귤 덕분일까,과일을 많이 먹어서였을까,아니면 애초에 건강하게 태어난 걸까.

답은 여전히 알 수 없지만,값비싼 영양제 하나 먹지 않던 그 시절,톰 카지노 먹튀노지귤이야말로 우리 집 겨울 '건강보험' 역할을 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올겨울에도 서둘러 몸속에 많이 채워 넣어야지.노지귤이 가장 맛있다는 12월이 끝나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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