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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윤석열 정부에 치도곤당한 정율성 기념사업에 무관심한 광주광역시 유감

▲  훼손되기 전 흉상의 모습.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부터 흉상 주변에는 흉상을 철거하라거나 탈북민 모두 북송시키라는 등의 글귀를 적은 현수막이 주위에 내걸렸다.ⓒ 서부원
지난 9월 <기울어진 교실>(가랑비에 옷 젖듯 극우화되는 아이들)을 출간한 이후 여기저기 강연을 다니고 있다.대학 등의 정기적인 출강이 아니라면 현직 교사는 외부 강의의 횟수에 제한이 있어 모두 응하긴 어렵지만,웬만하면 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만은 굴뚝이다.삭막한 학교의 현실을 알려야 한다는 나름의 사명감도 있다.

그런데,강연이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마다 어김없이 나오는 질문이 하나 있다."다른 곳도 아닌,광주의 아이들도 그러하냐"는 것.'민주화의 성지'라는 광주의 이미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세대와 지역별로 정도의 차이가 있을진 모르지만,남학생들의 극우화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질문에 내 답변도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정도의 차이는 있을 거라며 두루뭉술한 '면피용 수식어'를 앞세우지만,솔직하게는 굳이 붙일 필요가 없다고 본다.5.18 민주화운동을 '수험용 지식'으로 배우는 게 전국 공통이고 보면,Mvp 토토5.18에 대해 '안다'라는 게 교실의 극우화를 막는 데 사실상 별 효과가 없다.

교실의 극우화는 공교육의 형해화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다.책에도 썼지만,기실 이는 아이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녀는 부모의 거울'일진대,가랑비에 옷 젖듯 극우화한 그들을 방치하고 심지어 부추기기까지 한 건 우리 기성세대다.'민주화의 성지' 광주의 기성세대라고 다를 것 없다.

정율성 흉상 훼손 사건

▲  지난 2023년 사랑제일교회 특임 전도사에 의해 훼손된 상태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대로변이어서 오가는 시민들이 많지만,누구 하나 눈길을 주지 않는다.광주광역시의 무관심이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옮겨진 느낌이다.ⓒ 서부원
그리 오래 지나지도 않았는데,수십 년 전의 사건인 양 까맣게 잊어버린 황당한 일이 하나 있다.지난 2023년 10월,전광훈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사랑제일교회의 특임 전도사가 광주 남구 양림동 도로변에 세워진 정율성의 흉상을 훼손한 사건이 그것이다.그는 버젓이 흉상을 밧줄로 묶은 뒤 트럭으로 끌어당겨 쓰러뜨린 걸로 조사됐다.

참고로,정율성은 중국 인민해방군가로 불리는 연안송과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중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다.일제강점기 중국으로 망명해 의열단과 조선의용대에 가입하는 등 항일 무장투쟁에 투신했다.개명한 율성은 '음률(律)의 완성(成)',곧 총칼이 아닌 음악을 통해 독립운동에 매진하라는 의미로 의열단을 세운 약산 김원봉이 지어준 이름이라 전한다.

당시 국가보훈부는 명백한 범죄 행위인데도,되레 광주광역시가 추진해 온 정율성 기념 사업을 문제 삼는 호재로 활용했다.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중국과의 우호 선린 관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흉상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 순식간에 척결해야 할 종북 좌파의 상징으로 전락해 버렸다.보수 언론 역시 정율성을 '빨갱이'로 낙인찍는 데 혈안이 됐다.

애꿎은 흉상마저 치도곤당하던 그즈음 국회에선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까지 '빨갱이'로 내몰아 욕보이는 일이 벌어졌다.시대와 상황에 대한 일말의 고려도 없이 공산주의자라면 무조건 '종북 반국가 세력'으로 낙인찍는 몰상식이 횡행했다.그가 내쫓긴 자리는 백선엽을 비롯한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차지가 될 터였다.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중공군의 침략을 정당화한 사람을 마치 위인이라도 되는 양 국가 예산으로 기념 사업을 벌이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이미 국가보훈부는 광주광역시에 정율성 기념 사업의 중단을 시정 권고한 상황이었다.여당 의원들의 질타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답변은 이러했다.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도 (정율성에 대한 인식이) 일정 부분 변화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상식의 눈으로 본다면 조만간 (기념 사업의) 중단 조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처음엔 그저 본인의 바람을 피력한,Mvp 토토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당시 광주 시민들 대다수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국적의 음악가로 살다 간 인물 정도로 알고 있었다.그것도 중국과의 외교 관계가 원만하던 시절,Mvp 토토자국의 '음악 영웅'이 태어난 고향을 찾아 수많은 중국 관광객이 광주를 방문하면서 그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광주 시민들은 정율성이라는 이름에서 '음악가'와 '중국과의 교류'를 먼저 떠올리지,국민의힘 의원들처럼 이름조차 낯선 '중공군'을 연결하진 않는다.이게 박민식 전 장관이 답변에서 언급한 '상식'이다.정확하게는,가족 모두가 항일 독립운동에 투신했다는 점에서 '독립운동가'부터 떠올리는 게 마땅할 테지만,아직 우리의 공교육이 거기까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율성 흉상이 극우 세력의 손에 훼손된 지 만 2년도 더 지났다.그런데,아직도 원상 복구되지 않고 있다.쓰러진 흉상만의 문제도 아니다.당시 국가보훈부의 시정 권고를 받은 뒤 기념 사업 전체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실제로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정율성 음악제와 동요제 등의 예산이 전액 삭감되어 파행이 불가피하다.

윤석열의 이념 전쟁 일단 성공?

▲  정율성이 유년 시절을 보낸 옛집.주민이 거주하고 있어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대문 옆에 안내판과 '스탬프 투어' 상자를 설치해두었는데,스탬프도 없고 상자도 망가진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서부원
정율성을 도마 위에 올려두고 벌인 윤석열 정부의 극단적인 이념 전쟁은 일단 '성공'했다.정부와 보수 언론이 합작한 지난 2년간의 몸부림 끝에,시민들은 정율성이라는 이름에서 '음악가'나 '독립운동가'를 지워내고 '중공군'부터 떠올리기 시작했다.광주광역시 남구가 지난 2008년에 지정한 '정율성로'라는 도로명조차 개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버젓이 나오고 있다.

"정율성 때문에 SNS에서 광주가 '친중 도시'라고 놀림을 당하기도 했어요."

한 아이는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기념 사업 추진을 '친중 도시 인증'이라고 표현했다.SNS에선 '친중'이 5.18의 정신이냐며 비아냥거리는 글도 적지 않다고 했다.독립운동가로서,음악가로서 정율성의 삶은 다 어디 가고,'중공군'과 '빨갱이'라는 낙인만 덧씌워졌는지 통탄스러울 따름이다.윤석열 정부 2년여가 우리 현대사를 이만큼 퇴행시킨 것이다.

지금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도 정율성은 빠르게 잊혀가는 모양새다.그가 태어난 생가터엔 복원한 집 한 채와 생뚱맞은 정자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다.주변에 별다른 표식도 없고,황량한 잔디밭 위로 공사하다 만 듯 검은색 전선만 삐쭉 올라와 있다.육중한 빌딩 숲이 에워싸고 있어 그의 생가터가 더욱 초라해 보인다.

흉상이 세워진 근처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낸 옛집도 을씨년스럽긴 마찬가지다.입구의 안내판은 군데군데 칠이 벗겨졌고,'스탬프 투어'를 하는 방문객을 위한 나무 상자는 망가진 채 방치되어 있다.한때 중국의 고위 관료까지 방문할 만큼 북적이는 관광지였지만,지금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는 걸 방증한다.이제 더는 '정율성로'에서 정율성이라는 존재를 느끼기 어렵게 됐다.

광주광역시 의심스럽다

▲  정율성의 생가터의 모습.기념 공원으로 꾸미려다 집 한 채만 복원한 상태에서 사업이 중단되어 방치되어 있다.휑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운 느낌이다.ⓒ 서부원
윤석열 정부가 '종북 좌파 척결 대상'으로 지목한 정율성을 광주광역시가 과연 복권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전액 삭감된 기념 사업의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Mvp 토토윤석열 정부가 덧씌운 '빨갱이'라는 낙인을 벗겨내는 게 급선무다.하물며 그의 이름이 '혐중'의 불쏘시개로 조리돌림당하는 건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의 비극이다.

사족.정율성을 막무가내 '빨갱이'로 낙인찍는 건,이른바 '건국절 논쟁'의 '시즌 2' 성격이 강하다.그의 공과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대한민국의 시작을 3.1 운동으로 보느냐,아니면 1948년 정부의 수립으로 보느냐의 관점과 정확히 포개진다.부디 흉상의 원상 복구와 기념 사업의 재추진을 간절히 바라며,광주광역시의 맹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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