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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소머리국밥 한 그릇에 추위도,한 해의 고단함도 녹아내린다【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울타리 밖을 지나는 등산객이 반갑게 인사하는 주말 아침 시골집 마당이 분주하다.소나무 전지를 하며 담장 밑에 흩어져 있던 나무 가지를 모으고 잘 마른 장작도 준비한다.그동안 그늘에 모셔두었던 가마솥도 세상 밖으로 나왔다.김장 준비라고 하기에는 수돗가 주변도 요란하다.겨울 보양식 소머리 국밥과 늦은 김장을 같이 하는 날이다.분주한 발걸음 속에 친정 엄마를 향한 그리움도 가득하다.

▲ 국밥 만들기 시골 집 마당에서 국밥을 만들고 있다.추위도,한 해의 고단함도 녹아 내린다 ⓒ 이지현

남편이 옆 마당 안전한 곳에 가마솥을 걸었다.가마솥이 오랜만에 주인을 만나 활짝 웃고 있다.나름 정성을 들여 보관하는 솥이다.솥에 녹물(쇳물,텐킹 카지노놋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들기름병 바닥에 침전물이 생기면 마른 수건에 묻혀 닦아 주곤 한다.솥을 깨끗하게 씻고,마른 솔잎과 가는 나뭇가지로 불을 붙여 장작불을 피운다.전원생활 몇 년에 장작불 고수가 되었다.반짝 반짝 빛나는 솥뚜껑을 보니 오늘 만들 국밥이 더욱 기대가 된다.김장하는 날 국밥까지 같이 하는 즐거운 사연이 있다.

친정엄마는 김장 준비에 사골을 끓이셨다.혹시 부잣집?전혀 아니고 엄마의 막냇사위가 젓갈 들어간 김치를 못 먹는다.'그 집 사위는 서울 출신이구나!'라고 김장을 도우러 오신 동네 어른이 말했지만,그 또한 아니다.스무 살에 서울 올라가 15년 살고 귀향했으니 반백 년 넘게 전라도에서 살았는데 왜 젓갈 김치를 못 먹는지 나도 알 수가 없다.김치의 감칠맛이 액젓에서 완성될 텐데.결국,막내 사위를 위한 엄마의 선택은 사골 육수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다양한 젓갈을 듬뿍 넣는 이 지역에서는 어쩌면 배추 샐러드 같은 김치를 만들어 주셨다.

전원생활이 시작되고 엄마가 만들었던 김치를 내가 따라하고 있는데 사골 끓이기에서 국밥으로 진화한 것이다.퇴직도 했지만,우연히 친구 집에서 맛있는 국밥을 먹었다.식당을 운영했던 친구는 식사 초대에 감사하는 나에게 혹시 집에서 직접 만들기를 원하면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그리고 지난겨울 드디어 친구가 우리 집으로 출장을 와서 처음부터 모든 과정을 같이했다.추운 겨울날 요리 어린이를 위해 수고해 준 친구 덕분에 겨울철 보양식 국밥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소머리국밥'!국밥 이름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젊은 날에는 먹기에 좀 부담스러웠다.'돼지국밥'처럼 포괄적인 음식 이름이면 될 텐데 왜 그리 구체적인지.국밥 이름에 비하면 사골 육수 만드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정육점에 주문하면 넙~적한 고깃덩어리와 뼈를 주는데 구수한 국물맛을 위해서 잡뼈는 덤으로 온다.큰 그릇에 뼈와 고기를 넣고 수도꼭지를 살짝 열어 흐르는 물에 하룻밤 담가 핏물을 뺀다.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끓는 물에 보이차 잎과 생강,텐킹 카지노소주를 넣고 끓인 후 찬물에 깨끗하게 씻으면서 기름 덩어리와 우설(牛舌) 표면을 제거한다.

솥에 뼈와 고기,양파와 무를 통째로 몇 개 넣고 솥에 물이 넘치지 않게 채우면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과 가마솥이 이제 제 몫을 할 때가 되었다.'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와 궁금해서 찾아온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홍시 하나 따먹고 아궁이에 나무 보충하면서 기다림의 시간이다.차가운 겨울바람과 뜨거운 불꽃이 교대로 얼굴에 내려앉으면 전원의 겨울은 상쾌함의 절정이다.고기는 2시간~ 2시간 30분 후에 먼저 꺼내어 놓고 불멍과 함께 6시간이면 충분하다.뽀얗게 우러난 국물을 찜통에 옮겨 담는다.

다음 날 아침이면 밤사이 내려간 기온에 국물 위에 기름이 하얗게 엉겨있다.김장이 늦어지는 이유다.밤 기온이 내려가 육수의 기름을 제거할 수 있을 때 김장을 한다.육수 일부는 김장 양념으로 사용하고 국밥으로 먹으면 된다.한 끼 먹을 만큼씩 냄비에 끓여 간 맞추고 대파 숭숭 썰어 넣으면 김 모락모락 나는 맛있는 국밥이 완성된다.따~끈한 국밥 한 그릇에 추위도,한 해의 고단함도 녹아내린다.두렵고 혼란스러웠던 지난 봄날의 아픔까지.찜통에 가득 찬 육수의 깊이 만큼 마음은 부자가 되었다.
▲  김장 김치와 소 머리 국밥 그리고 수육 ⓒ 이지현
내가 준비한 밥상 앞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남편의 표정을 읽으면 이렇게 말했었다."직장 여성이 음식까지 잘하면 식당 사장님들이 서운해하셔.맛있는 건 식당에서 먹어야지".그랬던 내가 감히 소머리국밥을 만들고 있다니.흐뭇한 마음에 독백을 한다."나에게 이런 도전 정신이 있다는 걸 진즉 알았더라면 서울대학교에 응시라도 했을 텐데……."

김장을 마치면 전원생활의 휴식이 시작된다.늦잠도 자고,책 읽고,커피 한 잔에 간식 챙기며.시골집 겨울 간식이라야 뻔하다.군고구마와 홍시.요즘 화목난로는 군고구마 만드는 장치를 갖추고 있어 타지 않고 단맛을 최대한 끌어올린 꿀 고구마를 만들어 준다.사실 홍시는 나무에 매달린 채 추위를 맞고 흰 눈이 살짝 덮여있는 홍시가 진정한 홍시다.이가 시리도록 차갑고 부드러운 홍시의 속살이 입안에 맴돌 때 그 달콤함이란…….그 맛을 기대하며 첫눈을 기다리고 있는데 새들은 내 마음도 모르고 아침마다 만찬을 즐기고 간다.

가마솥이 없어도 큰 찜솥만 있으면 국밥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황소,거세우,암소 중에서 나는 크기가 작은 암소를 사용했는데 반절도 살 수 있다.반절 분량을 사면 5만~6만 원이면 살 수 있고 도전정신만 있으면 할 수 있다.요린이인 나도 했으니까.김장이 1년의 밥상을 예비하는 것처럼 국밥은 '한 해 동안 수고했다'라고 다독여주는 위로의 선물이며,새봄이 올 때까지 지켜주는 힘의 원천이다.유난히 힘들었던 2025년 지난 시간에 감사하며 따끈한 국밥으로 우리에게 위로의 선물을 하면 어떨까?

▲  난방과 군고구마를 만들어주는 화목난로 ⓒ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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