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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무화과,단풍과 철쭉이 한 곳에.혼돈의 계절【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장철인데 시골집 텃밭에 김장할 배추,무가 없다.보통 이맘때면 어린 무 뽑아서 무김치 담고,큰 무는 무청 잘라서 그늘에 널어 시래기 만들고,땅을 파고 가지런하게 묻어 놓으면 다음 해 봄까지 달콤한 겨울 무가 별미였다.멸치 넣고 볶는 무 나물,소고기뭇국,오징어 넣은 무전,생선조림까지 시골밥상의 겨울 단골 메뉴다.노~랗게 익은 배춧속에 수육이랑 새우젓 만나면 막걸리도 한 잔.그랬던 겨울이 그립다.마치 아득한 옛일처럼.작년까지 지극히 평범한 초겨울의 일상이었는데.
12월 달력을 하루 남기고 마당에서 무화과나무가 나를 불렀다.발걸음을 멈추고 다가섰지만 제 몫을 다하지 못한,익지 않은 무화과 열매를 보며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줄기가 올라오고 싹을 틔우며 꿈이 있었을 텐데,풍성한 열매를 통해 뽐내고 싶었을 텐데.저 게으른 무화과를 어이할꼬?저 녀석 잘못도 아닌데.
사실 그 무화과는 '엄마 무화과'가 지난 겨울 폭설에 얼어 죽고,늦은 봄에 옆에서 새로운 줄기가 올라와 자란 '아기 무화과'다.이별의 미안함과 새로운 만남으로 특별했던 어린 것이 쑥쑥 자라며 기쁨을 주었던 무화과.
김장 배추를 심었는데 쌈 배추가 되었다.그동안 초보 농부라서 주변의 배추보다는 크기가 작아도 김장하고,바카라 6매 시스템지인들과 나누는 행복까지 누리는 수확이 있었다.그런데 올해는 꽝이다.지난 여름 100년 만의 폭우라 했는데 배추 모종을 심고 많은 비가 내렸다.1일 강수량으로는 가장 많았던 것 같다.폭우에 흙이 유실되면서 배추가 성장의 영양분을 잃은 것 같다.동네 텃밭의 고수들이 무씨를 두 번,세 번 뿌렸다는데 초보가 한번 뿌리고 기다렸으니.
텃밭은 기후에 민감하다.스마트농업을 하는 시설 작물은 적정한 온도와 물을 제공 받지만 노지 작물은 고온과 폭우를 막아낼 방법이 없다.봄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매화 꽃은 지난 2월 높은 기온으로 일찍 피었는데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냉해로 매실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5월이면 뒷산에 죽순이 올라온다.1년 중 5월 한 달 동안만 수확하는 죽순이 귀한 봄 나물인데 봄철 가뭄이 심해 죽순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올해는 9월까지 이어진 폭우에 곱게 맺힌 토마토와 무화과 열매가 수분을 견디지 못해 터져버렸다.
초겨울 마당이 계절의 혼돈을 가져왔다.봄인 듯 가을인 듯.달력은 겨울인데 설익은 무화과,여기저기 피어있는 철쭉.잡초 위에 드러누운 코스모스와 곱게 물든 단풍나무가 그들을 낯설게 바라보고 있다.여름철 불볕더위와 폭우,겨울철 폭설과 한파,이상 고온 등 기후가 심상치 않다.
기후를 정의할 때 일정 지역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나타나는 기온,눈,비,바람 등의 평균 상태라고 하는데 기상 상태의 평균 수치를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을 사는 것 같다.이상 기후는 작물 수확량의 감소와 농산물의 가격 상승,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 경제에 부담이 된다.정부의 농산물 가격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가격이 많이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미안하지만 나는 트럼프가 밉다.방위비 부담,관세 장벽 그 이전에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와 경쟁할 때부터 미웠다.미국 시민권자도 아니면서 주제넘게 미워하고 있다.선거 공약 중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겠다는 내용에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파리협정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기후 변화 협약이다.지구의 평균 온도상승을 2℃보다 낮게 유지하고 1.5℃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내용의 전 지구적 합의안이다.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후 파리협정에서 탈퇴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재 가입을 했지만 재 집권 후 두 번째 탈퇴를 선언했다.
기후학자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말을 그저 우스갯소리로 스치기에는 서글프다.아이들에게 살만한 세상을 물려주어야 할 텐데.전원 생활이 시작되면서 마당이 전해주는 이상 기후를 보며 학생들에게 기후 변화를 가르쳤고 겨울이 되면 내복 입기를 장려했다.교실의 난방 온도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함이었다.어느 날 '선생님!오늘 내복 입었어요.'라며 바지를 걷어 올리던 학생이 생각난다.촌스러운 교사의 제안에 실천으로 응해준 학생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본격적인 추위와 함께 사무실과 가정의 난방이 시작되었다.추운 겨울 따뜻하게 우리 몸을 보호해야 하지만 조금만 지구를 생각하면 어떨까?각자의 방식으로 조금씩만.실내용 겨울 스웨터를 꺼내 입었고 오늘은 친구 만나는 길에 버스를 탔다.주차 걱정도 없고 지구에게 덜 미안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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