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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하지만 지금도 대다수 노동자는 현행 법정 정년인 60세 전에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난다.세대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65세 정년 연장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더불어민주당이 올해 안에 입법안을 마련하면 새해에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현행 법정 정년은 60세인데,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올해 63세,2028년 64세,2033년부터는 65세로 점점 늦춰지고 있다.1969년생 이후 출생자는 국민연금을 만 65세부터 받게 된다.이 3~5년간의 소득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법정 정년을 연내에 65세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해왔다‘법정 정년 65세 단계적 연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한국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이 비중이 2035년에는 30%,2050년에는 40%로 늘어날 예정이다.고령인구를 적극 활용하지 않으면 노동 공급이 감소해 성장잠재력이 떨어질 수 있다.다른 한편,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쉬는 중인 25~34세 청년층 비율은 지난해 7월 기준 29.7%로 최고치를 찍었다.이런 상황에서 법정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 채용이 축소되지 않을까?
“정년 연장을 안 하면 신규 채용을 하느냐고 되묻고 싶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권오길 기획실장이 말했다.해마다 2000명이 넘는 기술직(생산직)이 정년퇴직하고 있는데도 현대차는 연 800명만 정규직으로 채우고,필요한 인력은‘주니어 촉탁직’이라 부르는 2년제 계약직을 쓰거나 기존 공정을 외주화하고 있다는 것이다.“주니어 촉탁직을 처음 만들 때만 해도 1000명이면 된다고 했는데 현재 6000명이 됐다.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되는데 안 할 뿐이다.회사는 미래 대비라고 말하지만 저비용으로 가려는 전략에 불과하다.정년을 65세로 연장하더라도 회사는 물량을 해소하려면 연 800명을 계속 신규 채용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과 변속기가 없어서 필요 고용 인원이 줄어든다.현대차 사용자 측은 현재 인력이 실제 필요보다 더 많다고 보고 정년퇴직을 통한 자연 감소를 의도하고 있다.노조의 주장은‘어차피 회사의 전략상 신규 채용을 거의 안 하고 있다면 정년이라도 연장하자’에 가깝다.현재 현대차 생산직 정년은 60세인데,그 후로 2년간‘시니어 촉탁직(숙련 재고용)’이라 불리는 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다.정년 직전 1억3000만~1억4000만원이던 연봉이 신입사원 수준인 5000만~6000만원으로 줄어드는데도 “100명이 정년퇴직하면 95~96명은 촉탁직을 택한다”.그럼에도 촉탁직이 끝나면 국민연금 수급 시점까지 소득 공백이 발생하니,그때까지는 현대차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다.
사실 한국에는 원래 법정 정년이 없었다.기업별로 55세 또는 58세로 정년을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법이 개정되면서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2016년부터,300인 미만 기업과 지방정부는 2017년부터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법으로 강제되었다.한국은행 조사국의 오삼일 고용연구팀장(경제학 박사) 등은 법 개정 전 정년이 기업별로 달랐던 점을 활용해 회귀분석을 실시했다.그 결과,기존 정년이 낮았던 사업체일수록 정년 제도 도입 이후 23~27세 청년층 고용이 유의미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2016~2024년에 걸쳐 청년층 임금근로자 고용률은 정년 연장으로 인해 6.9%(약 11만명) 감소했다.이를 정년 연장으로 늘어난 고령층 고용 증가와 비교해보면,고령층 노동자 한 명이 증가할 때 청년층 노동자는 0.4~1.5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었다(오삼일·채민석·한진수·장수정·김대일‘BOK 이슈노트: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한국은행,2025년).
유노조 대기업일수록 청년 고용 감소
이러한 경향은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일수록,대기업일수록 더 두드러졌다.즉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일수록 정년 연장으로 고령자 고용이 더욱 크게 늘어났으며,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조정이 용이한 청년층 신규 채용 규모를 더욱 축소했음을 의미한다”.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장은 “중소기업은 오래 일하는 노동자도 많지 않은 데다,30대나 50대나 임금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중소기업에선 정년 제도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다.결국 정년이 문제가 되는 것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이다.여기는 연차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는 정년의 존재 이유 자체다.직종과 개인 역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연구자들은 평균적으로 노동자의 생산성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시점을 45세 전후로 본다.그런데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서는 연차가 올라갈수록 임금이 올라간다.젊었을 때는 생산성보다 못한 임금을 받고,나이 들어서는 생산성을 웃도는 임금을 받는 구조다.이런 구조에서는 어느 시점에 강제로 고용계약을 종료시킬 필요성이 생긴다.정년이다.
이 정년을 뒤로 미루도록 강제한 변화가 2016년부터 시행한 정년 60세 법제화였다.물론 임금과 생산성 간 격차의 조정은 법으로 강제되지 않았다(강제할 수도 없다).이 법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주와 노동조합은‘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선언적으로 규정했을 뿐이다.그 결과 정년은 법제화되었으나 임금체계 개편은 장기 과제로 미뤄졌다.정부는 급한 대로 정년 직전의 몇 년 동안 임금을 일부 삭감하는‘임금피크제’도입을 공공부문 중심으로 독려했다.
그러나 임금피크제가 지속 가능한 대안이라 보기는 어렵다.대법원은 2022년 임금이 깎이는 것에 대해 적정한 보상 조치가 없거나,케이 리그 일정임금피크제로 아낀 재원을 청년 고용 같은 본래 목적에 쓰지 않은 경우 등은 임금피크제가‘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연령 차별’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했다.예컨대 정년도 늘려주지 않고 업무 조정도 없으면서 임금만 깎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한 공공기관 노동조합의 50대 간부는 “임금피크제로 인해 조직문화가 완전히 파괴됐다”라고 말했다.“원래 취지는 고령자가 숙련을 살릴 수 있을 만한 별도의 업무를 주거나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임금도 삭감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사실 공공기관에서 별도로 줄 업무랄 게 마땅치 않다.노동시간을 안 줄인 곳도 있다.결국 하던 일을 하는데 임금만 깎이니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열심히 일하지 않고,그들이 일하지 않은 만큼의 업무 부담이 청년들에게 전가된다.그래서 임금피크제 대상자를‘임피충’이라고 부른다.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일도 안 하는 사람들이 조직에 남아 있어서 자신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거다.반면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사람은 그 사람들대로 자신이 피해자라 생각한다.같은 노조로 조직돼 있지만 조합원 요구를 일치시키기 어렵다.심각한 세대 갈등을 일으킨다.”
이런 상황에서 60세인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리게 되면,임금을 어떻게 줘야 할까?앞서의 공공기관 노조 간부는 “호봉 승급분을 계속해서 인정해주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특히 공공기관의 주인은 국민이기에,현대차 같은 민간자본과는 또 다르다.총액인건비제가 존재하니 정년 연장 시 신규 채용 여력이 축소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할 뿐 아니라,국민적 수용성과 지불능력을 고려한다면 일정 정도의 임금통제는 받을 필요가 있다.공공기관의 평균임금이 사회 전체에 비해 높은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대안은 이렇다.“지금까지처럼 임금피크제로 고령 인력을‘잉여인간’취급할 게 아니라,정년이 연장되는 사람들에게 별도의 임금체계를 적용해볼 수 있다.혹은 시간외수당 감소를 전제로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그렇게 확보한 재원으로 청년을 목표치만큼 채용하라고 요구해야 한다.정년이 연장되어도 젊은 세대가 승진할 수 있도록 부장 이상 보직자의 직책을 반납하는 것도 필요하다.젊은 세대가 이기적이고 경쟁만 해와서 조직 생각을 안 한다고 비난할 게 아니라,무엇을 우려하는지 귀 기울여야 한다.안 그러면 노동운동이 망한다.조합원들과 얘기해보면‘정년이 연장되어 생애소득이 늘어난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더라.오히려 지금의 노동운동 리더들이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 아닐까.”
프랑스·일본의 정년 연장과 다른 점
한국의 노동조합은 정년을 연장해달라고 하는 반면,프랑스 노동조합은 정년 연장 반대 시위를 벌인다.정년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김상배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연구원(EHESS) 경제학 박사는 “유럽에도 비정규직이 있지만 대부분은 기한 제한이 없는 노동계약을 맺는 정규직이다.그래서 노동자들이‘나는 언제까지 일을 해야 되나,어느 시점에는 임금소득이 아닌 연금으로 생활하게 해달라’고 오히려 국가에 요구한다.그래서 정년이 연장되면 노동자들이 반발한다.연금 받지 말고 더 일하라는 뜻이니까.반면 한국은 고용주가 이 직원을 언제까지 채용해야 하는지(즉 언제부터 내보내도 되는지) 국가가 정한 나이가 정년이다”라고 말했다.이런 의미의 정년은 한국과 일본 정도에만 있다.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서나 의미가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앞서의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30년 차 노동자의 임금은 1년 차보다 3.4배 더 높다.이는 EU 평균(1.7배)은 물론 임금 연공성이 강하다는 일본(2.5배)보다 높은 수준이다(그림 참조).
강제 고용종료 나이와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 사이의 격차를 뜻하는 이른바‘소득 크레바스’가 한때 일본에도 있었다.일본에서 후생연금(우리의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가 1974년부터 60세로 늦춰졌는데,법정 정년이 60세가 된 건 1998년이었다.24년의 공백이 있었다.특기할 점은 일본의 경우 1998년 정년 60세를 법제화할 당시 이미 90%의 기업이 자율적으로 60세 정년제를 실시하고 있었다는 점이다.이후 일본은 2006년에 건강이나 취업 의욕 등 기업의 기준에 맞는 사람에 한해 65세까지 고용확보 조치를 의무화하고,케이 리그 일정2013년에는 희망자 전원에 대해 고용확보 조치를 의무화했다.일본에서 후생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2025년부터 65세로 늦춰졌다.2023년 현재 희망자 전원에게 65세까지 고용확보 조치를 하고 있는 기업은 99.9%에 이른다(오학수‘일본의 고령자 고용과 임금,케이 리그 일정〈임금정보 브리프〉 제92호,2024년).
단,모든 기업이‘정년’자체를 65세로 연장한 것은 아니다.일본 기업들은 65세까지 고용을 확보하기 위해 정년 연장(26.9%)이나 정년 폐지(3.9%)보다는‘퇴직 후 재고용(69.2%,정식 명칭은 계속고용)’을 많이 선택했다.한번 퇴직한 뒤 재고용하는 방식이므로 임금 감소가 상당하다.60~64세 연령층의 임금수준은 정년 전인 55~59세의 70% 수준이다.임금 곡선 조정은 기업마다 다양하다.2023년 기준으로 특정 연령(응답 기업의 52.3%가 55세) 이후에도 임금이 계속 오르다가 정년 이후 감소해 평행선을 유지하는 경우가 18.1%,특정 연령 이후 기울기가 완만하게 오르다가 정년 이후 감소해 평행선을 유지하는 경우가 14.9%,특정 연령부터 평행선을 유지한 뒤 정년 이후 감소해 다시 평행선을 유지하는 경우가 14.9% 등이다.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은 〈시사IN〉과의 줌 인터뷰에서 같은 연공임금이라고 해도 한국과 일본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연차가 오른다고 자동적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인사평가를 통해 많이 올라가는 사람과 적게 올라가는 사람이 나뉜다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연령과 함께 임금 곡선이 상승하는데,이를 그대로 둔 채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 경영에 타격이 크다고 보고 노사가 협의를 통해 방법을 찾았다.정년 연장자에 대해서는 정기 승급을 제외하거나 특정 연령이 되면 직책에서 내려오는‘직책 정년제’를 도입하는 식이다.그 결과로서 임금이 특정 연령에서 피크(정점)에 도달한 뒤 줄어드는 곡선이 형성된 것이지‘임금피크제’라는 용어나 제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일본은 고용확보 조치를 의무화했을 뿐 재고용되는 사람들의 고용 형태나 임금수준,근무시간 등은 법적으로 강제한 것이 하나도 없다.최대한 노사의 자율성을 존중했다.한국도 너무 국가에만 기대기보다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찾길 바란다.무엇보다 법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커선 안 된다.정년 60세가 법제화된 이후에도 실제로 정년까지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정년 폐지와 함께 논의해야 할 것들
‘법정 정년 60세’라고 하지만,정작 정년제를 운영하는 사업장은 전체의 21.8%에 불과하다(고용노동부‘2024년 6월 말 기준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300인 이상 대기업의 95.3%가 정년제를 운영하지만 5인 미만 영세기업은 12.1%만 정년 제도가 있다고 답했다.60세 인구 중에서 생애 가장 오래 일한 일자리에서 계속 일하고 있는 사람은 37.6%다.55~64세 취업 경험자 중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연령은 49.4세로 50세가 채 안 되며‘사업 부진,조업 중단,케이 리그 일정휴·폐업’때문에 그만둔 경우가 29.1%로 가장 많다(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이런 상황에서 정년 연장 논쟁은 노동시장 상층부 노사의 갈등에 머물고 있다.재계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60세에 일단 고용관계를 청산한 뒤 재고용하는‘퇴직 후 재고용’을 선호한다.그래야 임금과 노동시간 조정이 용이하기 때문이다.반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법정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퇴직 후 재고용’방식으로는 결국 사측이 재고용할 인원을 선별하는 재량권을 갖게 되고,이러면 힘의 관계에서 불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법정 정년을 2028~2029년부터 시작해서 2036년 또는 2039년 또는 2041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되,법정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 간 차이가 발생하는 2년 동안은 퇴직 후 재고용을 허용하는‘절충안’을 제시했다.사실상 법정 정년 연장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정년을 법으로 연장하게 되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굳이 임금체계 개편에 동의할 유인이 떨어진다.정년은 이미 얻은 권리이기 때문이다.반면에 사측은 고령자의 생산성에 맞게 종전보다 낮은 임금을 주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데 임금을 깎으려면 취업규칙(노동자가 직장에서 적용받는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을 바꿔야 한다.임금을 깎거나 해고를 쉽게 하는 등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바꾸는 것을‘불이익 변경’이라고 한다.불이익 변경을 하려면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현행 근로기준법은 규정한다.민주당은 정년 연장이 완료될 때까지 노동자의‘동의’를 얻지 않고‘의견 청취’만 해도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측이 법정 정년 연장의 혜택을 누리는 이들에 대한 임금체계 개편을 보다 쉽게 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이 안은 노동조합들이 반발하면서 일단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평균임금 이상 사업장도 아닌 모든 사업장에,상당히 오랜 기간(민주당 안에 따르면 최대 13년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임금만 삭감될 수 있어서 동의하기 어렵다.적어도 노동위원회를 통한 구제 절차라도 열어두어야 검토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정년 연령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사이의 공백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본다.동시에 법정 정년 연장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고 본다.“고도성장기에 신규 채용된 사람이 장기근속하면서 생애소득을 보장받는다는 전제로 노동과 자본이 타협한 게 연공임금과 정년이었다.IMF 외환위기 이후로 그 모델은 붕괴했다.지금 정년까지 노동시장에서 버틴 이들은 소수이고 대다수는 비공식 노동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지금 젊은 층도 정년까지 다니리라는 기대가 없다.그래서 정년만 봐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임금의 연공성이 존재하고 고용보호가 강한 데다 취업규칙도 바꾸기 어려운 나라에서 법정 정년을 연장한다면,기업은 기간제나 하청,프리랜서 같은 우회로를 찾을 것이다.” 권 교수는 기간제 사용 사유를 규제하고,그것을 전제로 기존 해고 규제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제도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장기적으로 정년은 연령 차별로 보고 폐지해야 하는 건 맞다.다만 정년제를 트리거로 모든 묵은 문제들을 책상 위에 놓고 진지하게 얘기해보자는 거다.”
한국갤럽이 11월11~13일 전국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응답자의 79%가‘정년을 65세로 올려야 한다’고 답했다.특히 20대의 71%,30대의 77%가 찬성했다.일각에서는 이 수치를 정년 연장이 더는 세대 갈등 이슈가 아니라는 증거로 해석했다.권오길 현대차지부 기획실장은 “5위권 기업 종사자들을 상대로 조사하면 같은 결과가 나올지 물음표”라고 말했다.“노동조합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게 세대 갈등 해소더라.20~40대 초반까지는‘굳이 정년을 연장해야 하나’하는 입장이고,소위 1960년대생들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더라도 정년 연장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라고 말했다.현대차에서는 시니어 촉탁직들을 노조 조합원으로 가입시키자는 안건이 지난해 대의원대회에 올라왔으나 3분의 2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되기도 했다.
대기업 정규직 진입을 준비하는 용접공 노동자 천현우씨(35·〈쇳밥일지〉 저자)는 “아빠 엄마가 정규직인 이들의 답인 것 같은데,사실 정년 연장은 하청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다.원래 1000명이 나가도 100명만 뽑는 상황인데 정년을 연장한다고 해서 신규 채용을 덜할 것 같지도 않다.현장에서는 정년 연장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청년 자체가 별로 없다.사무직 노동자들의 이슈다”라고 말했다.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의 김설 위원장(31)은 “법정 정년을 늘릴 것이냐 말 것이냐 못지않게 이미 너무 많은 시민들이 주된 일자리에서 빠르게 밀려나는 현실이라든가,중소기업에 입사했다가 탈락한 것으로 보이는 30대‘쉬었음’인구의 삶의 불안함 또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길 바란다.수많은 프리랜서와 플랫폼 노동자도 자기 직무의 가치와 그 대가를 정당하게 묻고 결정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리길 바란다.이런 이들에게 정년 연장이라는 건 어떤 의미로 가닿을 수 있는지 치열하게 논의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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