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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살 먹으니 몸이 예전 같지 않네.올해는 건강부터 챙기자!"
매년 이맘때면 굳게 다짐하지만,매번 작심삼일이 되고 마는 계획이다.헬스장을 등록한다고 알아보고,달리기를 시작한다고 러닝화를 사고,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본 새로운 영양제도 구매해보지만,결국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로 돌아가고 만다.우리 몸 상태를 좌우하는 것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작은 선택이다.병오년 새해를 맞아 '당연하지만 놓치기 쉬운 기본'을 다시 짚기 위해 명의 11인에게 건강 관리법을 물었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현대인의 입맛을 장악한 '단짠(달고 짠)' 트렌드와의 거리 두기를 제안했다.국내 최고 '당뇨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이 치명적인 조합이 우리 몸의 장 상피세포에 있는 수송체(SGLT1)를 자극한다고 경고했다.당분과 염분이 동시에 유입되면 수송체가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당을 흡수하며 혈당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린다는 설명이다.조 교수는 "단짠 음식은 고혈당과 고혈압,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한 끼 식사 안에 모두 담고 있는 셈"이라며 "어쩌다 즐기는 간식은 몰라도 습관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혈관에 시한폭탄을 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하다.조 교수는 "밥상 위의 음식 순서만 바꿔도 약에 의존하지 않고 혈당 스파이크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원칙은 간단하다.나물이나 샐러드 같은 식이섬유를 가장 먼저 섭취해 위장에 방어막을 친 뒤,단백질과 지방을 거쳐 탄수화물을 맨 마지막에 먹는 방식이다.그는 "먼저 들어간 식이섬유가 탄수화물의 소화와 흡수를 지연시키면서 혈당의 급격한 변동을 완만하게 다독여주는 원리"라고 말했다.
식사 후에는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듯 몸을 움직여야 한다.습관적으로 소파에 눕거나 앉아 있는 행위는 혈당 관리를 망치는 주범이기 때문이다.조 교수는 "식후 15분만이라도 무조건 움직여야 한다"며 "가벼운 산책만으로도 근육이 혈액 속 당분을 엔진오일처럼 흡수해 태워버리기 때문에 식후 혈당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올바른 식습관은 췌장과 간에도 영향을 미친다.강창무 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잦은 야식과 폭식,금식은 간과 담낭 기능을 해칠 수 있는데 최근 젊은 담석 환자가 늘어난 것도 불규칙한 식생활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과식과 폭식은 무증상의 담석을 증상으로 이어지게 함과 동시에 지방간을 유발하고,지나친 공복은 담석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잘 조절되던 혈당이 갑자기 올라가거나 새로 당뇨가 생겼다면 다른 건강 문제가 없는지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강 교수는 "임상에서는 당뇨 치료 중 뒤늦게 췌장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지금까지 한번도 병원에 간 적이 없다'는 건 축복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너무 과신하면 증상이 없는 중대한 질병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혈당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은 혈관이다.김장용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는 혈관 질환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침묵'을 꼽았다.그는 "동맥은 50%가 좁아질 때까지도 혈류 감소가 거의 없고 70% 이상 막혀야 증상이 나타난다"며 "통증을 느꼈을 때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심근경색이나 뇌혈관 질환뿐 아니라 60세 이상 인구의 상당수가 겪는 하지정맥류 역시 방치하기 쉬운 대표적인 혈관 질환이다.
혈관 건강의 해법 역시 기본으로 귀결된다.김 교수는 규칙적인 걷기 운동과 저염식 위주의 식단을 가장 확실한 관리법으로 꼽았다.그는 "다리 저림이나 상처 회복 지연,숨이 쉽게 차는 증상은 혈관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으니 작은 변화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젊을수록 덜 달고 덜 짜게 먹는 습관을 들이고 중년 이후에는 고혈압,고혈당,고콜레스테롤혈증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혈관을 통해 전달된 에너지를 실제로 소모하고 몸의 형태를 지탱하는 주체는 근육이다.이유영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건강 관리의 출발점으로 '근육'을 꼽았다.그는 "나이가 들수록 근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근육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적금 붓듯 꾸준히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바쁜 진료 일정 속에서도 주 3~4회 하체와 코어 중심의 근력운동을 꾸준히 이어 간다.매일 마주하는 환자들에게도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력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를 권장한다.그는 "근육은 노후를 지탱하는 가장 확실한 보험"이라며 "심폐 기능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은데,특히 테니스는 쉽게 질리지 않으면서 사회적 관계까지 유지할 수 있어 추천한다"고 말했다.
윤원기 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운동으로 걷기를 추천했다.걷기에 집중하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고 스트레스도 자연스럽게 해소되기 때문이다.윤 교수는 "헬스장 갈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려워 집 근처를 하루 5~6㎞씩 꾸준히 걷는다"며 "뇌동맥류와 같은 뇌혈관 질환은 수술이나 시술 시 한순간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되기 때문에 강한 체력과 정신적 균형이 필수"라고 말했다.이어 "걷기는 발목이나 무릎에 부담이 적어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된 현대인에게는 운동만큼 바른 자세 유지도 중요하다.대표적인 척추 문제인 거북목증후군은 장시간 고개가 앞으로 숙여지는 자세로 인해 나타난다.오재근 강북삼성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머리 무게는 약 4~5㎏에 불과하지만 고개가 앞으로 나올수록 목과 어깨에 가해지는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며 "목 앞쪽 근육은 약해지고 뒤쪽 근육은 긴장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목과 어깨 통증,두통,토토 골드팔 저림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북목 교정의 핵심은 머리를 정상 위치에 유지하는 것이다.가장 기본적인 운동은 턱 당기기로,고개를 숙이지 않고 턱을 뒤로 살짝 당긴 뒤 5초간 유지하면 목을 지탱하는 근육이 활성화된다.오 교수는 "어깨 날개뼈를 뒤로 모으는 운동을 함께 하면 굽은 어깨가 펴지고 목의 부담이 줄어든다"며 "장시간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수시로 목을 스트레칭하고 하루 5분 정도 정확한 자세로 운동을 실천하면 시상면(인체를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는 세로 방향의 면) 정렬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신 건강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작은 휴식과 충분한 수면이 쌓이면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지고 마음과 몸이 함께 회복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를 관리하려면 내려놓을 일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하고 피곤한 날에는 과감히 쉬어야 한다"며 "규칙적인 수면 역시 건강의 기본이므로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생활 습관은 신경면역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오성일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중증근무력증,다발성경화증,시신경척수염과 같은 신경면역 질환은 명확한 1차 예방이 어렵기 때문에 평소 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잘 자고 잘 먹는 습관이 면역 항상성 유지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 예방 역시 중장년기 건강 관리에서 빼놓을 수 없다.오성일 교수는 "치매 위험을 낮추려면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을 적극 관리하고 청력과 시력 저하,우울증을 조기에 진단·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일주일에 150분 이상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고 가족,친구,지역사회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치매 위험을 줄이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모든 에너지원은 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오므로,구강 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치주 질환은 단순한 입안 문제가 아니라 당뇨,심혈관 질환 등 전신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이동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치주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40대 이상 성인의 40~50%가 전문 치료를 필요로 하는 치주염 환자"라며 "칫솔질만으로는 치아와 잇몸 사이 공간을 완벽히 닦을 수 없기 때문에 치실과 치간 칫솔 등 구강 위생 보조용품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스케일링 달력'을 만들어 3~6개월마다 치과를 방문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치질 중 피가 나더라도 중단하지 말고 꼼꼼히 닦아야 염증이 완화된다.식사 후에는 이쑤시개 대신 치실이나 치간 칫솔을 사용해 치아 사이를 청결하게 유지하도록 한다.이 교수는 "젤리,떡,토토 골드캐러멜 같은 끈적이고 단 간식은 치태 형성을 촉진하므로 간식 후 물로 입을 헹구는 습관이 필요하다"며 "임플란트의 경우 금속 재료인 티타늄 자체는 썩지 않지만 주변 잇몸과 뼈가 세균에 의해 손상될 수 있어 정기 검진과 꼼꼼한 관리가 필수"라고 말했다.
최근 '젊은 부인 암'이 늘면서 여성 질환 예방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부인 암은 자궁과 난소 등 여성 생식기관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자궁경부암,자궁내막암,난소암 등이 대표적이다.2022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체 여성에서는 자궁체부암이 7위,난소암이 10위였으나 15~34세 여성으로 범위를 좁히면 자궁경부암은 4위,난소암은 5위로 순위가 높아졌다.
김주현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젊은 여성에게서 부인 암이 증가한 공통 원인은 비만과 서구화된 식습관"이라며 "일상 속에서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비정상적인 출혈이나 무월경 등 생리 변화를 점검하고 주기적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이어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접종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강 관리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지속성이다.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는 새해마다 반복되는 작심삼일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건강 계획이 실패하는 이유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목표가 추상적이기 때문"이라며 "'운동하기' 대신 '매일 30분 걷기'처럼 당장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큰 목표보다 짧은 구간의 성취를 쌓아 가야 한다"고 말했다.다만 타인과의 비교는 백해무익이다.김 교수는 "건강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이므로 자신만의 리듬으로 1년을 채운다면 달라진 몸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