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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회 기자 ]
테슬라 FSD 한국 상륙에 잇단 호평…GM도 시장 공략 본격화
현대차,패스트스핀 슬롯송창현 수장 떠나고 방향성 재정비…기술 격차 갈수록 커진다
"이건 정말 혁신이에요.핸들을 만지지 않아도 돼요."
최근 테슬라가 한국에 도입한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 Driving) 기능을 체험한 개그맨 이봉원씨는 운행 후기 영상에서 이렇게 말했다.해당 영상에서 이씨는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있지만 FSD 기능에 의해 차는 스스로 정지 신호에 멈춰서고,패스트스핀 슬롯제한속도에 맞춰 감속과 가속을 이어갔다.차선 변경은 물론 좌회전과 우회전도 매끄럽게 진행했다.단순한 차선 유지나 차간 거리 제어에 그쳤던 기존 '오토파일럿' 기능과는 차원이 달랐다.
무인택시 시험주행에도 나선 테슬라
11월23일 테슬라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감독형 FSD를 한국에 배포하면서 자율주행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FSD 기능을 탑재한 테슬라 차량을 운행한 차주들의 동영상들을 살펴보면,비보호 좌회전을 능숙하게 해내는가 하면 빗길과 눈길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보여줬다.FSD 기능만으로 서울에서 강릉까지 주행한 사례도 있었다.차량에 탑재된 8개 카메라와 인공지능(AI) 기술이 신호등,보행자,패스트스핀 슬롯교차로,도로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한 결과물이다.
다만 FSD 기능을 모든 테슬라 차량에 적용하기는 힘든 상황이다.미국에서 생산된 모델S·모델X 가운데 HW(하드웨어) 4.0 장착 차량에 한정되기 때문이다.국내 판매된 차량 기준으로는 2000여 대로 추산된다.
운전자의 전방 주시 의무도 필수적이다.테슬라의 FSD는 운전자가 핸들에 손을 대지 않아도 되는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했다.미국자동차공학회(SAE)의 자율주행 기술 레벨 0~5단계 중 레벨2(부분 자율주행) 인증을 받았다.제조사의 책임 등을 고려해 레벨2를 인증받은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감독형'이란 이름답게 전방 주시를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룸미러에 장착된 카메라로 운전자의 전방 주시 여부를 감시하고,이를 어길 경우 경고와 함께 알람이 울린다.5회 경고에도 전방 주시가 없을 경우 1주일가량 FSD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사고 발생 시 운전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는 셈이다.
GM도 최근 테슬라 FSD와 유사한 기능인 '슈퍼크루즈'를 탑재한 SUV '에스컬레이드IQ'를 한국 시장에 출시했다.운전자가 전방 주시만 유지하면 차량이 스스로 조향·가감속·차선 변경 등의 주행이 가능하다.차이점은 있다.FSD는 카메라와 AI 신경망으로 도로 상황을 실시간 판단하지만 슈퍼크루즈는 GM이 구축한 HD 지도를 기반으로 라이다 등 센서를 활용한다.일반도로,패스트스핀 슬롯골목길을 지원하는 FSD와는 달리 슈퍼크루즈는 고속도로와 간선도로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메르세데스-벤츠는 전방 주시 의무조차 없는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이미 독일과 미국 일부 지역에 내놨다.중국은 12월15일 '레벨3'급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차량 2종에 대한 제품 허가를 승인했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무인 로보택시 시험주행을 공식화했다.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고도 자동화)'에 이미 접근한 상태다.
정의선 "우리는 안전에 더 초점"
판매량 기준 글로벌 톱3 메이커인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현재 사용할 수 있는 현대차·기아의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대에서 손을 떼면 경고음이 울리는 '레벨2' 수준에 머물러 있다.현대차는 현재 테슬라나 GM과 같은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2027년 말에야 내놓을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현실을 인정했다.12월5일 '기아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그는 "저희(현대차)가 좀 늦은 편이고,중국 업체나 테슬라가 잘하고 있기 때문에 격차는 조금 있을 수 있다"면서도 "격차보다 안전에 좀 더 초점을 맞추려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의 자율주행 내재화 프로젝트를 이끌던 송창현 현대차그룹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최근 물러났다.테슬라의 FSD 한국 도입 이후 송 전 사장의 퇴진이 맞물린 모양새다.포티투닷은 2019년 애플·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출신인 송 전 사장이 창업한 기업이다.2022년엔 현대차가 4200억원에 인수하며 현대차그룹에 합류했다.이후 현대차그룹은 세 차례 유상증자 등 총 2조원 가까운 투자를 했는데도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다.업계에선 하드웨어 중심의 현대차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포티투닷 간 화학적 결합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송 전 사장이 퇴진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일단 내부 정비에 나섰다.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최근 AVP본부와 포티투닷 구성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앞으로 우리가 함께 마련한 기술 비전과 개발 체계는 흔들림 없이 계승하고 지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특히 포티투닷 구성원들에겐 "지금은 외부의 근거 없는 소문이나 억측에 흔들릴 때가 아니다"며 내부 동요를 잠재우려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차 방향성 재정비에 나선 가운데 미국 합작법인인 모셔널의 역할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최근 정 회장이 "미국에서 모셔널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장 부회장은 "모셔널이 웨이모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로보택시를 만들고 있다"며 '모셔널'을 잇따라 언급하고 있다.모셔널은 2020년 현대차그룹이 미국 자동차업체 앱티브와 함께 설립한 자율주행 합작법인이다.
문제는 모셔널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현대차그룹은 모셔널에 지난 5년 동안 유상증자 등 2조5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지분율도 86.61%까지 끌어올렸다.그러나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누적 손실액이 3조원에 육박한 상태다.기술 개발 현황도 뒷걸음질치고 있다.시장조사업체 가이드하우스가 2024년 12월 발표한 자율주행 기술 순위에 따르면,모셔널은 기존 5위에서 15위로 급락했다.
업계에선 내년을 모셔널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모셔널은 2026년 현대차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 사업을 미국에서 준비 중이다.구글의 웨이모가 장악하고 있는 북미 로보택시 시장에서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기술력 증명과 실적 반등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모셔널의 기술력을 현대차그룹에 내재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하드웨어 기반의 기존 현대차그룹 연구소와 소프트웨어 기반의 모셔널 간 협업체계를 확실히 정하지 않으면 결국 현재의 포티투닷과 같은 결론에 이를 것"이라며 "계속 시간을 지체해서는 자율주행 시장에서의 격차를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