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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섭 의학전문기자 ]
치매와도 혼동되기 쉬운 급성 뇌 기능 이상,조기 대응이 예후를 가른다
환경·감염·약물 이상부터 점검해야
81세 A씨는 어지럼증과 전신 무력감으로 의원을 찾았다가 38도 이상 발열로 대학병원 응급실에 전원됐다.검사에서 담낭염이 확인돼 중환자실에 입원했는데,입원 당일 밤부터 침대에서 내려오려 하거나 수액 주삿바늘을 뽑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잠을 이루지 못하고 혼잣말을 하는 모습도 관찰됐다.치매 병력은 없었으나,과거 개복수술 후에도 수일간 유사한 증상이 있었다고 한다.
의식과 인지 기능에 장애 생기는 급성 상태
A씨의 증상은 전형적인 섬망 사례다.최근 한 개그맨이 자신의 섬망 경험을 공개하면서,이 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섬망은 특정 원인으로 갑자기 뇌 기능이 흔들리면서 의식과 인지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급성 상태다.섬망은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노년층에서 특히 흔하다.
장소나 시간을 헷갈리거나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간단한 말의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은 치매와 비슷해 보일 수 있다.그러나 치매와 섬망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증상의 지속성과 변동성이다.치매는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며,하루 사이에 증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반면 섬망은 몇 시간에서 며칠 사이에 갑자기 시작되고,같은 날에도 의식과 인지 상태가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다.또 섬망은 원인이 제거되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위 사례처럼 소리를 지르거나 난폭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는 과활동형 섬망에 해당한다.과활동형 섬망은 초조·흥분·공격성이 두드러져 비교적 쉽게 발견된다.반대로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얌전해 보이는 저활동형 섬망도 있다.이 경우 말수가 갑자기 줄고,낮 동안 멍한 표정을 짓거나 졸린 듯한 모습을 보이며 시간과 장소를 혼동한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음식을 흘리거나,대화 도중 잠에 빠지는 일도 흔하다.주변 환경이나 말소리 같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눈에 띄게 둔해지는 것 역시 특징이다.최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낮인지 밤인지,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헷갈려 한다.심한 경우에는 가족이나 보호자를 알아보지 못하기도 한다.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고 듣는 환각이 나타날 수 있다.이런 증상들은 특히 밤에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저활동형 섬망은 증상이 눈에 띄지 않아 진단이 늦어지기 쉽고,단순한 노쇠나 우울증,초기 치매로 오인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그러나 실제로는 중증 감염이나 탈수,전해질 이상 같은 대사 이상 등 심각한 원인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아,카지노 버스 핀치역과활동형 섬망보다 사망률이 높고 입원 기간이 길며,이후 기능 저하 위험도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저활동형 섬망은 결코 '얌전한 섬망'이 아니라,위험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섬망이다.평소와 달리 말수가 줄고 반응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면 이를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말고,조기에 의료진의 평가와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과활동형 섬망이 시간이 지나면서 저활동형 섬망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대표적인 예가 알코올 의존 환자의 금단 상태다.금단 초기에는 초조하고 흥분된 과활동형 섬망이 나타나지만,여기에 감염이나 탈수,대사 이상 같은 신체적 문제가 겹치면 저활동형 섬망으로 전환되기도 한다.이 과정에서 난폭한 행동이 사라져 증상이 호전된 것처럼 보이기 쉽다.그러나 실제로는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채 형태만 바뀐 것으로,이 시기를 놓치면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가 지연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저활동형 섬망은 가족이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자식들이 오랜만에 노부모 집에 갔는데 부모는 자녀가 곁에 있어도 거의 반응하지 않고,우울증처럼 멍해 보이기도 한다.하지만 우울증과 섬망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김기웅 교수는 "우울증에서는 의식 수준과 반응 자체는 비교적 정상이며,주로 기분이 가라앉아 있다.반면 섬망에서는 마치 술이나 약에 취한 것처럼 말이 어눌해지고,의식 수준과 반응성이 떨어져 대화에 제대로 응하지 못한다.말을 걸거나 몸을 만져도 반응이 둔하다면 섬망을 의심해야 한다.이런 의식 변화가 관찰될 때는 단순한 기분 문제로 넘기지 말고,카지노 버스 핀치역바로 의료기관을 찾아 평가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감염·대사장애·약물…고령자 섬망을 부르는 요인
치매와 달리 섬망은 원인을 찾아 치료하면 회복할 수 있다.섬망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감염,대사 장애,약물,수술 등이 꼽힌다.이 가운데 감염은 노인 섬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특히 요로감염,폐렴,독감처럼 전신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감염이 발생하면,염증 매개 물질의 영향으로 뇌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며 섬망이 나타날 수 있다.실제로 고령자의 요로 감염에서는 상당수가 섬망을 동반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노인은 영양 섭취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전해질 불균형이나 탈수 같은 대사 장애로 인한 섬망도 적지 않다.저혈당·고혈당,신부전,간부전,빈혈 등도 섬망을 유발할 수 있는 대사 장애에 포함된다.
약물도 중요한 원인이다.이뇨제,항우울제,항콜린성 약물,수면제,마약성 진통제 등은 섬망을 유발할 수 있으며,용량이 표준 범위라 하더라도 고령자에게서는 섬망이 나타날 수 있다.또 고령 환자가 수술을 위해 마취를 받는 경우 수술 후 섬망이 발생할 수 있다.수 시간에 걸친 큰 수술을 마친 뒤,마취에서 깨어나면서 갑자기 이상 행동이나 혼란을 보이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김기웅 교수는 "섬망은 원인이 있고,이 때문에 한시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원인을 찾아 교정하면 섬망은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노인의 경우 전해질 불균형이나 탈수로 인해 섬망이 발생하는 일이 흔한데,이런 경우에는 전해질 균형을 바로잡고 수분을 보충하는 것만으로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다만 모든 원인이 쉽게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중증 치매 환자처럼 뇌 기능의 예비력이 크게 떨어지면 사소한 자극에도 섬망이 반복되거나 회복이 더딜 수 있다"고 말했다.
섬망 치료의 핵심은 빛·소리·사람
섬망은 병력 청취가 진단의 출발점이다.증상이 갑자기 시작됐는지,하루에도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필요할 경우 혈액 검사나 영상 검사 등을 통해 다른 질환과의 감별을 진행한다.
치료에서는 원인 교정이 가장 중요하다.감염이나 전해질 이상 등이 확인되면,해당 원인을 신속히 제거하는 것이 섬망 치료의 기본이다.약물이 원인으로 의심되면 중단하거나 대체하며,고령자에게서는 표준 용량도 섬망을 유발할 수 있어 약물 검토가 중요하다.
섬망 치료에서 약물 사용은 심한 초조나 환각이 있을 때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한다.대신 섬망 치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환경적 개입이다.섬망은 감염이나 전해질 이상 같은 의학적 원인으로 시작되더라도,이후 빛·소리·사람과의 상호작용 같은 감각 자극이 부족해지면 증상이 악화하거나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
따라서 섬망 환자에게는 의식과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낮에는 햇빛을 충분히 쬐고 밤에는 조명을 어둡게 유지해 수면–각성 리듬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기본이다.무조건 조용한 환경보다는 말을 걸어주거나 잔잔한 음악을 틀어주는 등 적절한 청각 자극이 도움이 된다.또 침대에만 누워있게 하기보다는,가능한 범위에서 일어나 앉고 걷는 등 움직임과 공간 변화를 통해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 좋다.이 과정에서 손을 잡아주는 등 촉각 자극도 도움이 될 수 있다.시각이나 청각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안경이나 보청기를 사용해 감각 입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환경적 개입의 중요성은 감각 자극이 차단될 때 나타나는 변화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영화에서 죄수를 독방에 가둔 뒤 시간이 지나 멍한 상태로 나오는 장면은,감각 자극이 차단될 때 현실 감각과 인지 기능이 급격히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다.김기웅 교수는 "환경적 개입은 원인과 상관없이 섬망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이처럼 감각 자극이 지나치게 줄어드는 '자극 박탈'은 섬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전해질 불균형이나 감염 같은 직접적인 원인을 교정했더라도 환자가 빛과 소리,사람과의 상호작용 같은 환경적 자극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섬망은 지속되거나 재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섬망 예방에는 탈수를 피하고 수면–각성 주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낮에는 활동과 빛 노출을 늘리고,밤에는 어둡고 조용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항콜린성 약물이나 진정제,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은 고령자 섬망 위험을 높일 수 있어 불필요한 사용은 피해야 한다.시각과 청각 기능을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한 예방 전략이다.안경이나 보청기를 적절히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도록 도와,감각 저하로 인한 혼란을 줄여야 한다.다만 섬망 위험이 있는 환자는 스스로 이러한 예방 행동을 꾸준히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보호자나 간병인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섬망 예방에서는 영양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특히 고령 환자에게는 영양 상태 자체가 섬망 발생 위험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오주영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2013~22년 중환자실에 입원한 50세 이상 환자 5622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저체중인 고령 중환자는 정상 체중의 고령 환자보다 섬망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오주영 교수는 "고령 중환자에게는 비만뿐 아니라 저체중 역시 중요한 섬망 위험 요인"이라며 체중과 영양 상태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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