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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0일,늘 한 해의 하루를 남겨두고 아내의 생일을 맞이한다.올해는 다른 해보다 더 애틋하게 보내야 하는 50대의 마지막 생일이기도 하다.

아내에게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꽤 오래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꽃다발을 고르고 케이크를 준비하며,연애 시절의 설렘을 생일 선물로 이어가려 애썼던 한때였다.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 부부는 생일에 꼭 거창한 선물을 챙겨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서로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생일이 가까운 시점에 필요하거나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면,그때그때 '생일 선물'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아내는 몇 주 전 값이 나가는 이불을 하나 샀다.그 이불은 자연스럽게 생일을 앞두고 올해의 생일 선물이 되었다.

부부의 돈이란 게 따로 주머니를 나누지 않는 한 결국 같은 쌈짓돈이다.그래서 부부 사이의 선물은 자칫 형식에 그치기 쉬워,서로의 선물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시작했다.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오며 자연스럽게 생긴,우리 부부만의 생일 선물 철학이 되었다.

단 하나,누누 티비 카지노 시즌 3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생일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주는 일과 저녁에 케이크의 촛불을 밝히는 일이다.이번에는 생일 전날,아내에게 슬쩍 물었다."올해는 미역국 말고 다른 음식으로 대신하면 어떨까?" 아내는 그래도 미역국이 있는 생일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대신에 소고기 미역국이 아닌 굴 미역국이면 좋겠다고 했다.

다행히 냉동실에 냉동 굴이 있었다.아내는 집에 굴이 있다는 걸 알고 맞춤형 주문을 한 셈이었다.아내는 무엇보다 굴을 좋아하지만 남편인 나는 사실 굴을 좋아하지 않는다.하지만 생일의 주체는 아내이기 때문에,오늘만큼은 나의 식성보다 아내의 취향을 우선하기로 했다.

생일 당일 아침,조금 일찍 일어나 미역국을 끓였다.늘 해오던 일이지만,오늘은 왠지 '생일을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유난히 마음에 오래 남았다.불과 몇 시간 전의 일도 깜빡하곤 하는 요즘이기에,당연히 기억해야 할 날짜를 온전히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다.

▲  화려한 선물보다 더 깊은 맛을 내는 남편표 굴 미역국.말로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을 대신해 오늘 아침 아내의 식탁 위에 조용히 올려놓았다.ⓒ 김종섭
문득 나중에 더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흐려지더라도,아내의 생일은 한 해 마지막 하루 전날이라는 점에서 날짜만큼은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혹시나 이 소중한 기억마저 희미해질 날이 올까 봐,짧은 찰나에 스친 생각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아찔해져 온다.

아내의 생일은 늘 애매한 자리에 있었다.크리스마스와 한 해의 끝자락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이다.어떤 해에는 크리스마스로,또 어떤 해에는 연말 분위기에 묻혀 지나가곤 했다.미역국에 케이크를 자르면서도 행사가 겹친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그래서 이번 생일을 앞두고,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내에게 생일 날짜를 바꿔보면 어떨까 이야기를 꺼내어 보았다.

아내의 음력 생일인 11월 19일로 바꾸자는 제안이었다.아내는 지금의 생일이 연말이랑 겹쳐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가족 모두에겐 기억하기 쉬운 날이라 바꿀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한다.사실 나의 생일은 음력에 항상 추석 닷새 전이라 기억하기가 쉽다.

하지만 음력을 양력으로 날짜 계산을 하다 보면 자식들에게 번거로운 점이 있어 올해부터 생일을 양력으로 옮겼다.아내는 그저 연말 분위기와 겹쳐 자칫 번거롭거나 분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가족 모두가 기억하기 가장 좋은 이 날을 아내만의 소중한 기념일로 계속 남겨두고 싶었나 보다.

오늘 아침 미역국을 끓이면서 한국의 생일 문화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캐나다인 이곳에는 한국처럼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 문화가 없다.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따뜻한 국 한 그릇을 정성껏 끓여내는 이 시간이야말로,한국 생일 문화가 가진 특별함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사실 어제 아내에게 미역국 대신 다른 메뉴를 제안했던 것이 못내 미안한 후회로 다가오기도 한다.만약 그때 아내가 내 제안을 덜컥 받아들였다면,이토록 정갈하고 따뜻한 아침의 위안을 우리 부부가 함께 누리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를 위해 미역국을 끓여주는 이 소박한 아침 이벤트는,그 어떤 화려한 파티보다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근사한 생일 행사라는 확신이 든다.그래서 올해도 아내의 생일 아침,나는 주방 앞에 서서 미역국을 끓였다.정성 한 그릇으로,말 대신 마음으로 아내의 생일을 조용히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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