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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옥이네] 17년째 운영 중인 옥천 안남면 마을순환버스,주민들이 "귀중하다"고 입 모으는 이유농촌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 수 있을까요?인도와 자전거도로 확·포장,무상버스,저상버스,순환버스,공용자전거 등 충북 옥천을 비롯한 각 지역의 다양한 고민과 시도를 소개합니다.<기자말>

▲  충북 옥천군 안남면 마을순환버스 ⓒ 월간 옥이네
충북 옥천군 안남면 마을순환버스는 하루 8번 안남면 일대를 순환한다.평일 오전 8시부터 5시까지,1시간에 한 번씩 총 8회(지수리 방면 8·10·14·16시/ 도농리 방면 9·11·15·17시) 운행하고,추가로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 돌봄교실이 끝나는 오후 5시 30분에는 학생들의 귀가를 돕는다.2009년 6월부터 운영돼 온 마을순환버스는 이제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마을의 일부로서 존재한다.그렇게 버스가 운영된 지 어느덧 17년째.옥천군에서 인구 수와 면적 면에서 가장 작은 안남면에서는 어떻게 마을순환버스가 운행되고 있을까?

주민자치의 열매,안남면 마을순환버스

안남면은 '주민자치 1번지'로 불리며,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그 열매로 어르신문해학교인 안남어머니학교(2003.02~),면 단위 주민평의회 역할을 하는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2006~),면 단위 최초의 작은도서관인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2007~),옥천 유일한 면 단위 공중목욕탕인 안남개울가(2024~) 등 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시설과 모임이 탄생했다.안남면 마을순환버스 역시 주민자치의 커다란 열매 중 하나다.

처음 안남면 마을순환버스의 필요성이 논의된 것은 2007년 '안남면 지역발전위원회 지역발전 아이디어 공모전'에서였다.살기 좋은 안남면을 만들기 위해 안남면 12개 마을이 머리를 모아 고민한 결과,온 카지노슬롯보증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이 '마을순환버스'에 대한 아이디어였던 것.안남면 도덕리 주민이자 올해부터 마을순환버스 기사로 활동하는 주재춘(68)씨와 당시 안남어머니학교 교장이었던 옥천군의회 송윤섭 의원은 당시 상황을 이같이 말했다.

"안남어머니학교가 생기고 한창 많을 때는 학생 수가 80명 정도였을 만큼 규모가 컸어요.어머님들이 학교에 다니려면 교통편이 걱정이잖아요.다리도 편치 않으신데,어떻게 학교까지 걸어 다니겠어요." (주재춘씨)

"학교까지 걸어서 등교하시는 어르신이 대부분이었고,남편 오토바이,경운기,마을 주민의 도움을 받아 등교하는 어르신,초등학교 학생들이 타는 셔틀버스를 타려다가 기사님한테 거절당하신 어르신도 계셨죠." (송윤섭 의원)

마을순환버스의 도입을 가장 반긴 이들은 안남어머니학교에 다니는 어르신과 마을 어린이였다.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에서 방과후 시간을 보낸 뒤 집에 가려면 부모님의 도움을 받거나 걸어가야 했기 때문.여론은 조성됐지만,실제 마을순환버스가 운행되기까지는 1년 반가량의 우여곡절이 있었다.여객운수사업법 규정,버스회사 반발 등의 장애물이 있었던 것.고민 끝에 안남면은 대단위주민지원사업비로 버스를 구입한 뒤,마을버스가 아닌 도서관 셔틀버스 형태로 군으로부터 인건비를 지원받아 운행을 시작했다.

"옥천군으로부터 '도서관운영비'라는 이름으로 지원을 받고 있어요.이 지원금은 기사님과 도서관 상주 인력 인건비로 활용되고 있고요.나머지 버스 유류비,수리비 등 유지비는 안남면 지역발전위원회 수계기금(대청댐 대단위지원사업비)으로 충당하고 있죠."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 임진숙 사무국장)

"이 버스가 참말로 귀중한 버스여"

▲  마을순환버스의 도입을 가장 반긴 이들은 안남어머니학교에 다니는 어르신과 마을 어린이였다.ⓒ 월간 옥이네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안남면 마을순환버스는 정각이면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에서 출발한다.지수리 방면과 도농리 방면을 번갈아 운행하는데,한번 순환하는 데 35분가량이 소요된다.주재춘(68)씨는 올해부터 지난 15년 이상 운전을 맡아온 주재결 전 기사를 이어 마을순환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저는 도덕리 주민이고,이전까지는 농협에 근무하다가 퇴직을 하게 됐죠.군대에서부터 큰 차를 운전해본 경험이 있어서 버스를 운행하게 됐습니다.안남면 지역발전위원회 위원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올해부터 마을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네요."

오랫동안 마을에서 살아왔기에 주재춘씨가 손님으로 만나는 승객들 역시 친숙한 얼굴들이다.이 시간대에 어떤 승객이 탑승할지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고.

"지난해 안남 개울가가 생긴 이후로는 매일 목욕을 하러 오시는 주민들이 계시죠.일주일에 세 번 경율당(충청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시대 서당) 청소하러 오시는 어르신도 계시고,가끔씩은 텃밭 가꾸러 밭일 나온 분들도 타시고요."

그의 말대로 미산 정류장에서 박종녀(74)씨가 버스에 올라탔다.

"요즘은 매일 이 시간에 버스를 타.목욕탕 가면 혈액순환이 되고 건강에도 좋은 게 느껴지거든.목욕 마치고 나면 다시 버스 타고 집으로 돌아와.걸어서 갈래면 못가지.조그마한 산 넘어서 40분은 걸리니까.버스 덕분에 목욕탕도 다니는 겨.목욕탕 갈 때 아니라도,온 카지노슬롯보증옥천읍으로 병원이나 장 보러 갈 때 버스를 타.면 소재지까지 마을버스 타고,거기에서 시내버스 갈아타는 거지."

김안자(79)씨는 종미리 인근 경율당에서 연주리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곤 한다.

"일주일에 세 번 경율당 청소를 하거든.집이 연주리인데 두 군데 왔다 갔다 하는 거야.수요일·금요일 안남어머니학교 갈 적에도 이 버스를 타지.그러니까,이 버스가 우리 마을에 참말로 귀중한 버스야.우리 발이 돼 주니,얼마나 고마운 일이야."

어린이 12명 방과후도 책임진다

▲  버스의 단골손님으로는 12명의 어린이도 있다.안남초등학교 전교생 14명 중 12명이 도서관에서 방과후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월간 옥이네
버스의 단골손님으로는 12명의 어린이도 있다.안남초등학교 전교생 14명 중 12명이 도서관에서 방과후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예전엔 엄마가 도서관까지 데리러 오시기도 했는데,지금은 버스타고 집까지 가요." (강윤슬씨,안남초2)

"도서관에서 집 갈 때도 타고 옆 마을에 갈 때도 타요.저는 서당골에 사는데 옆에 잔디광장에서 친구들이랑 많이 놀거든요.안남 개울가에서 체험 프로그램도 많이 열리는데 거기에 갈 때도 버스 타요.얼마 전에는 거기에서 쫀득쿠키 만들기도 하고 아프리카 악기 아살라토 연주를 해보기도 했어요." (이백두산씨,안남초5)

이러한 버스의 소중함은 때때로 버스가 고장이 날 때면 더 크게 다가온다.올해로 운행 17년 차,노후화돼 이따금 버스가 고장나면 버스에 이동을 의지하던 주민들은 꼼짝없이 발이 묶이기 때문.

"(버스를 운행한 지) 이제 20년 가까이 됐거든.그러니 때때로 고장이 나.그러면 우리는 아무 데도 못 가지." (김안자씨,79)

"저도 매일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에서 집에 갈 때 이 버스를 타요.전에 버스가 고장 난 날이 있었는데 그때는 도서관에 안 가고 집에서 게임 하고 놀았어요.도서관에 와야 친구들도 만나고 같이 놀 수 있어서 좋아요." (김지한씨,안남초5)

"면 단위에서는 시내버스가 구석구석 닿지 않는데,안남면 마을순환버스는 그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시내버스를 타는 버스정류장까지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어르신들은 마을순환버스가 아니면 이동이 어려우시니까요.마을순환버스의 하루 마지막 임무가 어린이들을 집에 데려다주는 것인 만큼 어린이들에게도 중요한 존재죠.학부모 입장에서도 마을 주민분이 기사님이시니 안심이 되고요."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 임진숙 사무국장)

안남면 마을순환버스는 현재 노후화로 잔고장이 많은 상황.올해도 타이어 4짝을 모두 교체하고 수시로 수리를 맡기며 수리비가 400만 원 이상 들었고,운행하지 못하는 날도 발생했다.이에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는 내년 마을순환버스를 전기버스로 교체할 예정이다.대단위주민지원사업비(약 1억2천만 원)와 환경부 국가보조금(약 9천만 원) 지원을 받아 예산을 마련할 계획인 것.

"이번에 교체하면 7년 만이에요.새로 교체하는 버스는 25인승 전기버스이고,바닥에서 발판까지 20cm 정도 높이의 버스죠.본래 올해 교체할 계획이었는데 좀 늦어졌습니다.가격 부담이 있다 보니 일부 국가보조금 지원을 통해 교체가 가능해졌죠."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 임해란 사무국장)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 임혜란 사무국장은 "안남어머니학교,안남초등학교 학생이 줄면서 마을순환버스 도입 초창기보다는 이용 인원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효율성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내년에 전기버스 교체가 잘 이루어져서 주민들이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옥천군 다른 면의 상황은 어떨까?

▲  안남면 마을순환버스 사례가 전국 모범적인 농촌 교통모델로 주목을 받으며 운영되고 있다.ⓒ 월간 옥이네
안남면 마을순환버스 사례가 전국 모범적인 농촌 교통모델로 주목을 받으며 운영되자 안남면뿐만 아니라 다른 면 지역에서도 마을순환버스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이에 지난 2023년에는 옥천군의회에서 '옥천 마을순환버스 연구회(대표의원 박정옥,소속의원 박한범·김외식·송윤섭)'를 열고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과 간담회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연구용역을 수행한 충북연구원은 면 단위 순환버스 옥천군 직영 운영을 제안하며 "군이 직영으로 마을순환버스를 운행하는 게 대중교통에 대한 지자체의 책임을 높이고 민간위탁 방식에 비해 소요예산도 적게 투입된다"고 발표했다.하지만 옥천군에서는 "현 운송업체인 옥천버스운송(주)에 위탁 운영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답변을 전하고 현재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상황.

옥천 마을순환버스 연구회에 참여해 순환버스 필요성을 이야기했던 옥천군의회 송윤섭 의원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첫 번째 단추가 이동권이라 생각한다"면서 "읍은 읍대로,면은 면대로 순환 체계를 만들어 운행하면 옥천 주민의 이동권을 지금보다 갖출 수 있을 것이고,특히 면 단위 소재지의 역할이 지금보다 강화돼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행복동이작은도서관과 청성작은도서관에서도 작은도서관 셔틀버스를 운영 중이다.두 작은도서관 셔틀버스는 현재 돌봄교실 어린이 귀가와 면민 도서관 이용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동이면에서는 행복동이작은도서관 개관 이후 2020년부터 25인승 버스가 운영돼왔다.대단위주민지원사업비 약 9천500만 원으로 버스를 구입한 것.도서관 버스는 한때 동이면 마을을 순회하며 주민들이 도서관과 면 소재지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2020년부터 지금껏 6년째 도서관 버스를 운전했죠.지난해까지는 동이면을 3권역으로 나누어서 요일별로 운행을 하기도 했는데,올해에는 이용률이 저조해서 순회 운행을 하지 않고 있어요.옥천읍까지 도서관 버스가 나간다면 이용객이 좀 있을 것 같은데,면 소재지 나가려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고.지금은 돌봄교실 어린이 10명 귀가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죠." (이동복 기사)

청성면에서는 2021년 청성작은도서관이 개관한 이후,'면사무소 인근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도서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마을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으로 셔틀버스 운영이 도입됐다.이에 2022년 면민협의회,이장협의회,주민자치회 등을 중심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금강수계기금 대단위 지원사업비 약 7200만 원으로 15인승 쏠라티를 구입했다.

이렇게 마련된 셔틀버스는 2024년 청성어린이행복센터 돌봄교실 하교 지원을 시작으로,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회 운영하며 청성면 28개 마을을 순회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이용을 요청하는 전화를 주면 버스가 가는 '콜버스' 형태로 운행되는 상황.

"현재 기사님이 한 분 계시고,오후 2시부터 7시까지 버스를 운행하고 있습니다.청성어린이행복센터 하교 시간에 청성초 12명 어린이의 귀가를 돕고 있죠.청성면 순환버스처럼 운영할 계획도 있었지만,버스 운영의 목적이 '도서관 이용'에 한정돼 있다 보니 이용객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유류비 문제도 있고,순환 방식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으로 지금의 콜버스 방식을 정하게 됐습니다." (청성작은도서관 이주찬 관장)

탑승 요청은 주민이 도서관이나 운전 기사님 연락처로 전화하는 방식이다.청성작은도서관 이주찬 관장은 "현재 운전기사 인건비는 최저시급도 안 되는 수준인데,이 또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버스 운행이 도서관 이용에 한정되어 있는 점 역시 아쉽다.더 많은 주민이 버스를 이용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월간옥이네 통권 102호(2025년 12월호)
글·사진 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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