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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내란 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건희 씨가 12.3 불법 비상계엄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놓았다‘V1’을 넘어‘V0’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세를 누렸던 김 씨가 과연 비상계엄을 몰랐을까?많은 사람이 궁금해 한 이 문제에 대한 내란 특검의 답은 “몰랐다”이다.
특검 설명대로라면,김 씨는 항간의 의혹과 달리 윤석열 씨의 지배자나 동반자가 아니라 경쟁자였던 듯 싶다.언뜻 부차적인 논쟁거리로 비칠 수도 있지만,여기에는 중대한 의미가 담겼다.정권의 공동운영자라는 소리를 들은 두 사람 관계에 대한 세간의 추정 또는 믿음을 뒤집는 데서 그치지 않고,비상계엄의 동기와 성격 규정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김건희 씨 관련 수사 내용은 조은석 특검의 발표 후 이어진 박지영 특검보와 취재진 간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왔다.박 특검보 설명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24년 8월에서 11월경 비상계엄 관련 대통령 관저 모임에 참석한 군사령관을 다 조사했다.통신 내역도 확인했는데,김건희가 해당 모임에 참석하거나 비상계엄에 관여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비상계엄 선포 당일 김건희를 보좌한 행정관,김건희가 당일 방문했던 성형외과 의사를 모두 조사했다.김건희의 당시 행적을 확인했는데,비상계엄과 관련된 상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내란을 모의했던 2023년 노상원과 김건희가 만났다면‘빼박 증거’일 텐데,두 사람이 만난 정황이 없다.(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했을 때 김건희와 윤석열이 심하게 싸웠고,김건희가 되게 분노하고‘생각하고 있는 게 많았는데,너 때문에 다 망쳤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이 진술은 김건희를 가까이서 보좌한 사람한테서 나온 것이다.비상계엄은 김건희와 모의해서 한 것은 아니다.
- 박지영 내란특검 특검보 (2025.12.15.)
요약하자면,김건희 씨는 ▲윤석열과 비상계엄을 모의한 군지휘관들이나 노상원과 사전에 접촉한 사실이 전혀 없고 ▲당일 행적이 비상계엄과 무관하고 ▲계엄 실패 후 윤석열에게 분노를 표출한 점에 비춰 비상계엄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했다는 것이다.이 같은 판단의 근거는 김 씨의 통화 내역과 행적,관계자들 진술 등이다.
비상계엄 당일 윤석열과 통화 없어
취재 결과,특검으로서는 그렇게 판단할 만한 정황증거가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가장 놀라운 사실은 비상계엄 당일 김 씨와 윤 씨 간 통화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일반 휴대전화는 물론 비화폰(보안폰)에서도 통화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이날 오전 대통령실에 출근한 윤 씨는 온종일 밖에 있다가 계엄 해제가 확정된 다음 날 새벽에 귀가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 윤 씨 부부의 행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윤 씨는 그날 오후 7시께 삼청동 안가로 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불러들여 비상계엄 계획을 알리면서 국회 통제와 치안 임무를 지시했다.계엄의 실무지휘자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동석했다.8시께부터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순차적으로 대통령실로 모여들었다.여기에는 조태용 국가정보원장도 포함됐다.윤 씨는 9시께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비서진을 소집했다.그 사이 홍장원 국정원 1차장에게 전화해 “한두 시간 후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으니 전화기를 잘 들고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윤 씨는 10시 23~27분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10시 53분에는 홍장원 1차장에게 전화해 “봤지?비상계엄 발표하는 거.이번 기회에 싹 다 정리해” 따위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이후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등에게 직접 병력 출동을 독촉하고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하는 등 현장 작전을 진두지휘했다.12월 4일 새벽 1시에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결의하자 합동참모본부 지하 결심지원실로 옮겨갔다.거기서 김용현 장관 등과 2차 계엄을 모의하다가 새벽 4시 26분 역부족을 느끼고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했다.윤 씨가 관저에 돌아간 시각은 새벽 5시께다.
김 씨는 비상계엄 당일 저녁 서울 청담동 모 성형외과에서 특별한 진료를 받았다.특검에 따르면,김 씨는 오후 6시 반에 병원에 들러 9시 반에 나왔다.3시간 동안 치료를 받은 셈이다.특검은 성형외과 원장을 조사해 김 씨의 행적을 확인했다.환자 진료나 치료 내용 유출은 불법인 만큼 성형외과 원장은 이에 관해서는 함구했다.다만 특검은 여러 정황에 비춰 항간에 제기된 의혹이 사실에 가깝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귀가할 즈음 윤 씨와 김 씨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행정관이 한남동 관저를 찾았다.그 무렵‘대통령이 밤 10시에 중대한 발표를 한다’는 이야기가 시중에 나돌았다.이와 관련해 행정관은 여기저기서 문의 전화를 받았다.그중에는 여당 중진 의원과 언론계 인사도 있었다.하지만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몰랐던 그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그래서 김 씨에게 직접 확인하기 위해 관저로 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김 씨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게 행정관의 진술이다.게다가 남편 윤 씨에게 이를 확인하려 전화도 걸지 않았다.두 사람은 관저에서 같이 TV로 윤 씨의 비상계엄 선포 광경을 지켜봤다.큰 충격을 받은 김 씨가 이렇게 내뱉었다고 한다.어떻게 이런 중대한 일을 벌이면서 가까운 사람들과 전혀 상의하지 않을 수 있느냐며.
평소에도 종종 관저에 머물렀던 이 행정관은 윤 씨가 귀가할 때까지 밤새 김 씨 옆에 있었다.부부가 비상계엄 문제로 대판 싸웠다는 얘기도 그의 진술에서 비롯됐다.물론 그의 주장이 거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에 대해 특검 관계자는 “이제 와서 그 측근이 김 씨를 보호하기 위해 없는 말을 지어 낼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특검은 당일 그의 통화 내역과 동선 확인,주변 정황 등을 통해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이 확정적으로 발표했음에도 일부에서는 여전히 미심쩍어한다‘민간인’김 씨의 개입을 감추기 위해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를 만든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속된 말로‘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는 얘기다.하지만 특검 측은 “상식적이지 않은 주장”이라고 일축한다.성공을 전제로 두 사람이 공모해 일으킨 비상계엄이라면,굳이 김 씨의 알리바이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설사 어떤 사정으로 알리바이가 필요했다 치더라도 외부 일정보다는 관저에 죽 머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특검이 확인한 바로는 이날 김 씨는 국무위원이나 비서진 등 비상계엄을 알 만한 위치에 있는 그 누구와도 통화한 기록이 없다.특검은 만약 김 씨가 사전에 윤 씨와 계엄을 모의하거나 선포 계획을 미리 알았다면 평소 스타일에 비춰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하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게다가 공포 시점이 예정시각(오후 10시)보다 30분가량 늦춰진 점을 감안하면 전화 한 통화 안 한 김 씨의 침묵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물론 이에 대해서도‘위장술’이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되지만,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날 김 씨가 유일하게 연락한 사람은 조태용 국정원장이다.두 사람은 비상계엄 전날과 당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통화도 했다.이에 대해 조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계엄과 관련 없는 사적인 용무”라고 사전교감설을 부인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진술하지 않았다.특검은 조 원장도 다른 국무위원들과 마찬가지로 그날 오후 8시께 대통령실로 불려가기 전까지 비상계엄 계획을 몰랐던 점에 비춰 두 사람 간 소통은 김 씨의‘민원’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한다.
국정원이 사전에 비상계엄을 몰랐다는 또 다른 정황증거는 윤 씨가 조 원장을 대통령실로 부른 상태에서 홍장원 1차장을 대기시키고 계엄 선포 직후 따로 임무를 부여한 사실이다.만약 조 원장이 사전에 알았다면 비상계엄 선포 몇 시간 전에 대통령실로 불려가 설명을 들을 이유도,윤 씨가 홍 차장에게 별도 지시를 할 이유도 없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여인형 방첩사령관처럼 각자 위치에서 대기하다가 사전에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느냐는 주장이다.국정원에서 계엄 관련 실무를 책임질 사람은 1차장이다.윤 씨가 직접 홍 차장에게 방첩사와 협조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물론 이것도 사전에 조 원장이 계엄을 알았다면 불필요한 지시였다.원장이 1차장에게 지시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국정원도 안보실도 비서실도 몰랐다
특검의 이 같은 수사 결과는 논리적으로는 타당할지 몰라도 일반의 상식 혹은 선입견과 맞지 않는 면이 있다.윤 씨가 비상계엄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 김용현 장관과 주요 부대 지휘관 등 군 관계자들을 제외하고는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당일까지도 비밀에 부쳤다는 믿기 힘든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그것도 권력을 나눠 가졌다는 김건희 씨에게조차.
특검 수사를 불신하는 쪽에서는 1년여 전부터 모의한 비상계엄 계획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노출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특히 국정원장,국가안보실장,생활 바카라안보실 1차장,대통령비서실장,민정수석비서관 등 대통령 핵심 참모들도 모르게 진행됐다는 것은 도저히 믿기 힘들다고 주장한다.충분히 일리 있는 의혹 제기다.
하지만 특검은 이러한 합리적 의심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바로 내란 재판 법정에서도 일부 공개된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이다.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대접견실과 복도에 설치된 CCTV 영상에는 비상소집 연락을 받고 허둥지둥 달려온 국무위원들과 대통령 핵심 참모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상황 설명을 듣고 난 그들 중 일부는 대통령에게 계엄을 만류하고 일부는 멍한 상태로 앉아 있다.일부는 윤 씨로부터 받은 계엄 관련 지시나 임무가 적힌 쪽지(한 장짜리 문서)를 손에 들고 있거나 주머니에 접어 넣는다.그들은 대통령이 나간 뒤 삼삼오오 모여 서로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를 캐묻거나 왜 적극적으로 막지 않느냐고 탓한다.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걱정하고 논의하기도 한다.이러한 대화가 오갔다는 것은 당사자들 진술로 확인됐다.그 자리에서 몇몇 국무위원이 웃은 이유는 별도로 따질 일이다.
인물 별로 살펴보면,조태용 국정원장은 앞서 살펴본 대로 여러 정황에 비춰 사전에 몰랐던 것이 확실해 보인다.국방부 장관 재직 시 대통령의 비상계엄 계획에 반대했던 이력이 있는 신원식 안보실장은‘당연히’배제됐다.정진석 비서실장은 현장에 와서야 비상계엄 계획을 알고 몇 차례 반대 의사를 밝히고 대통령을 만류한다.김주현 민정수석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등도 전혀 낌새를 채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설명이 아니더라도,만약 이들 중 누구라도 사전에 알았다면 계엄 선포를 불과 한두 시간 앞두고 대통령실에 불려와 상황 설명을 듣거나‘쪽지’로 임무를 부여받을 게 아니라 자신의 집무실에서 미리 조율된 임무를 수행할 태세를 갖추는 게 이치에 맞는다.또한,굳이 대통령실에 모인다면 비상소집 형식이 아니라 적어도 몇 시간 전에 와서 대기하면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1년여 전부터 모의했음에도 보안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딱히 외부에 드러날 만한 행동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말하자면 비상계엄이라고 해서 무슨 특별한 훈련이 있었던 게 아니다.당일 군 지휘부의 치밀하지 못한 작전과 현장에 출동한 군인들의 어수선한 행동도 이를 뒷받침한다.대통령이 국방부 장관과 함께 주요 군 지휘관들을 포섭하기 위해 몇 차례 밥 먹이고 술 먹인 게 다다.야당에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지만,누구도 비상계엄이 실제로 발생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 점도 보안 유지에 한몫했다.
윤 씨는 군을 이끌고 비상계엄을 일으켰다.비상계엄 치하에서는 군이 실력자다.경찰도 검찰도 법원도 국정원도 다 군 밑으로 들어간다.일부의 관측과 달리 군 외에 타 권력기관이 비상계엄에 개입한 흔적이 드러나지 않은 데는 그런 이유도 있다.특검 관계자는 비상계엄을 압수수색에 비유했다.
“윤석열이 계엄을 주도할 군 지휘부 외에 사전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은 오랫동안 특수부 검사로 재직하면서 몸에 밴 보안 의식 때문으로도 보인다.치안을 맡을 경찰 지휘부조차 당일 저녁에야 알게 되지 않나?압수수색의 성공 여부는 보안에 달려있다.압수수색 시점과 장소는 현장에 투입되는 수사 인력만 알아야 한다.주변에 정보가 새어 나가는 순간 끝이기 때문이다.군 역시 보안을 생명으로 여기는 조직이다.그런 점에서 12.3 비상계엄 계획은 윤석열과 군 지휘부만 공유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내란 수사를 하면서 윤 씨와 김 씨 관계를 깊이 들여다본 특검 주변에서는 두 사람이 집권 초기에는 대등한 지분을 가진 협력관계를 유지하다가 인사 문제로 자주 충돌하면서 경쟁 관계로 바뀌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공멸 위험이 있는‘김건희 리스크’에 대해서는 공동 방어에 나섰지만,어느 시점부터 권력 다툼이 격해졌다는 것이다.권력 판도를 뒤흔들 비상계엄에서 김 씨가 배제된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게 특검 시각이다.그럼에도 김건희 지휘설 또는 개입설은 여전히 위력적인 가설이다.다만 관련 증거나 특검 수사를 뒤집을 만한 반증을 제시하지 못한 채 그저 “그럴 리가 없다”고만 외치는 건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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