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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2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왼쪽)과 회담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photo 뉴시스·AP
지난 10월 22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왼쪽)과 회담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photo 뉴시스·AP


2025년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은 지역별 전략 우선순위를 대대적으로 재편하였다.전략 우선순위를 서반구,아시아,유럽 순으로 명시했다.역대 미국 NSS에서 서반구의 중요성이 언급된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전략의 중심축 또는 최우선 공간으로 격상된 사례는 없었다.냉전기 NSS에서 서반구는 공산주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후방 안정지대로 인식되었을 뿐,핵심 전장은 언제나 유럽과 동북아였다.탈냉전기에는 서반구가 마약·이민·개발협력 등 관리대상 지역으로 취급되며 전략적 비중이 더욱 낮아졌고,아레스 카지노9·11 이후에도 중동과 인도·태평양에 완전히 가려졌다.

그러나 2025 NSS에 의하면 미국의 전략 1순위는 중남미 등 서반구의 안정을 확보하여 '미국의 안마당'을 보호하는 것,그리고 2순위는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군사력을 집중하는 것이다.유럽은 종전의 핵심적 동맹 지위에서 밀려나 미국 외교안보 관심의 3순위로 밀렸다.NSS 본문은 대놓고 "유럽이 과연 계속 '중요한 동맹'으로 남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다그치며,유럽 대륙이 인구 감소와 이민 범람으로 '문명적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고 돌직구를 날렸다.이러한 우선순위 재설정의 배경은 미국의 과잉 해외개입에 대한 피로감과 미국 우선주의 기조다.즉 "미국의 핵심 이익에 부합하는 것만이 최우선"이라는 현실주의적 접근을 내세웠다.

미국 우선순위에서 3순위로 밀린 유럽

2025년 NSS는 미국이 유럽과 사실상의 결별을 알리는 일종의 선언문이다.이러한 '유럽과의 결별' 기조가 주는 함의는 자못 심각하다.유럽 각국과 EU 지도부는 충격과 반발로 응답했다.전직 스웨덴 총리 칼 빌트는 NSS의 유럽 관련 언급을 "크렘린의 괴이한 인식과 닮은꼴"이라고 일갈했고,전 라트비아 총리 크린야니스 카린슈는 "이번 전략으로 가장 기뻐할 나라는 러시아"라며,"미국 스스로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결속을 깨는 주체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궁극적으로 '미국 없는 유럽'의 가능성이 뚜렷해짐에 따라,향후 유럽의 전략환경과 대외정책에는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미국이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후견국이라면,EU(유럽연합)와 NATO 회원국들은 방위력 증강과 '전략적 자율성'의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또한 NSS는 EU의 규제정책과 에너지정책을 맹비난하며 이를 "자유 억압"이라 규정했다.따라서 워싱턴과 브뤼셀 간에 무역·기술규범을 둘러싼 상호 마찰·불신이 높아질 조짐이다.무엇보다 러시아의 동유럽 압박이나 유럽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침투에 대한 억제력이 약화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냉전기 동안 유럽은 미국의 대전략에서 단연 핵심이었다.제2차 세계대전 이후 트루먼 독트린과 마셜플랜으로 미국은 서유럽 방위를 자국의 안보와 동일시하고,NATO를 '자유세계의 방패'로 삼아 소련에 맞선다는 일관된 기조를 유지했다.레이건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유럽의 번영과 안보가 곧 미국의 국익"이라는 인식을 공유했고,NATO 동맹을 미국 전략의 초석으로 여겼다.냉전 종식 직후인 1990년대에도 클린턴 행정부는 '관여와 확대'를 주창하며 NATO의 동진(東進)과 EU 통합을 지원했다.이 시기의 NSS 문서들은 통일되고 안정된 유럽을 국제질서의 기둥으로 강조하며,미국이 "하나의 자유롭고 평화로운 유럽"을 건설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다할 것임을 천명했다.요컨대 냉전~탈냉전 초기에는 유럽이 미국 전략의 최우선 전구로서,미국 안보와 가치를 지키는 전진거점이자 동맹체제의 중심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NSS에서의 유럽 위상은 상대적인 하향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2001년 9·11테러를 기점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2년 NSS에서 국제 테러리즘과 '악의 축' 대응을 핵심으로 삼고,전략의 지리적 중심을 유럽에서 중동·남아시아로 옮겼다.물론 미국은 NATO 동맹을 대테러전의 파트너로 활용하여 아프간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NATO의 집단안보 조항(5조)을 발동하였지만,그 무렵 이미 '대서양 동맹의 황금기'는 저물고 있었다.2003년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미국과 주요 유럽국 간의 심각한 의견 대립(예: 독일·프랑스의 집요한 전쟁 반대)은 단적인 징후였다.이어 2010년대에 들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공식화하며,아레스 카지노미국 외교·안보의 초점을 인도·태평양으로 옮기기 시작했다.2015년 NSS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와 중국의 부상을 미국이 직면한 중대 과제로 규정한 반면,유럽에 대해서는 '안보 파트너'이자 비교적 안정된 지역으로 간략히 언급했다.이처럼 '유럽이 스스로 번영과 안정을 관리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아시아로 전환한 것이었다.하지만 '아시아 중시,유럽 경시' 구도는 당시 유럽 지도자들에게 미국의 이탈 우려를 자극했다.실제로 2011년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 이후,많은 유럽 외교관들은 미국이 유럽에 대한 관심을 줄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추세는 러시아의 부상과 위협으로 일부 수정되기도 했다.2014년 푸틴의 크름반도 강제 점령과 우크라이나 동부 침탈은 NATO의 존재 이유를 부각시켰고,오바마 정부는 2015년 NSS에 '부활한 러시아의 위협'을 겨냥하여,유럽 방위공약의 재확인을 명시했다.뒤이어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2017년 NSS는 중국·러시아와의 강대국 경쟁을 최우선 과제로 선포함으로써,'글로벌 테러전쟁' 시대가 끝나고 '신냉전 패권경쟁'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했다.이에 따라 유럽도 잠시 전략의 전면에 복귀하는 듯 보였다.러시아가 '수정주의 세력'으로 지목되어 유럽 안보를 위협한다고 언급되었고,표면적이나마 미국은 NATO 방위공약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그러나 이는 레토릭에 불과했다.같은 문서에서 미국은 '동맹의 책임'을 강조하며 방위비 분담 압박을 공식화했고,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연일 NATO 무용론과 유럽 폄훼 발언을 쏟아냈다.결국 2017년 NSS가 내세운 '동맹 중시' 기조는 행정부의 실제 행동과 판이하게 달라,유럽에 엄청난 혼란을 일으켰다.

반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NSS에 '전통적 동맹 복원'을 공언하며 유럽에 다시금 손을 내밀었다.바이든은 세계를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로 규정하고,NATO를 '성스러운 동맹'으로 부르며 동맹 결속을 재천명했다.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침공 이후 미국·유럽이 합심하여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대러 제재에 나선 점은 바이든 NSS에 반영되어 "지금의 NATO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단결되어 있다"는 선언으로 나타났다.이는 불과 얼마 전 트럼프 시대의 균열 조짐을 서둘러 봉합하며,유럽을 다시금 미국 안보전략의 중심축으로 격상시킨 것이었다.

결국 NSS에 나타난 유럽의 위상 변화는 곧 미국 대외전략의 변화를 반영하며,나아가 이는 동맹의 형태와 국제질서의 방향 변화를 가늠하는 기준점이 된다.그러한 맥락에서 볼 때,2025 NSS의 극단적인 유럽 경시는 미국 패권 체제의 변곡점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향후 미국 지도부 교체나 국제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다시금 재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3월 20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화상으로 연설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photo 뉴시스·AP
지난 3월 20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화상으로 연설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photo 뉴시스·AP


유럽,새로운 안보 전략 필요

트럼프 2.0 시대의 혼란은 대서양 횡단 관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유럽이 자신들과 '헤어질 결심'을 밝힌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에 골머리를 앓게 됨에 따라,향후 10년간 여러 가지의 상황들이 펼쳐질 것이다.먼저 유럽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역량을 개발하며 '전략적 자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아니면 러시아가 약화된 NATO에서 절호의 기회를 포착하여 유럽의 양보를 강요하고 유럽 내에 새로운 세력권 구도를 형성하게 될 수 있다.혹은 장차 미국 행정부가 동맹의 재건에 나설 수 있지만,대서양 횡단 관계는 새로운 조건하에서 재조정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우선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이 심화되는 시나리오다.이 시나리오는 2025년 이후 미국의 신뢰 저하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조건(structural condition)으로 굳어지면서,아레스 카지노유럽이 더 이상 외부에 안보를 위존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략적 결단을 내리는 경로를 상정한다.핵심은 전략적 자율성이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재정·산업·작전 차원에서 실질화된다는 점이다.유럽국들은 미국 정치의 변동성·불확실성·변덕을 상수로 간주하고,'미국이 떠난 세상'을 기준 시나리오로 삼는다.

다음 시나리오는 대서양 횡단 관계의 약화가 유럽의 자율성 강화로 이어지지 못하고,오히려 전략적 공백을 초래하는 상황을 가정한다.이 경로에서 NATO는 형식적으로 존속하지만,억제 신뢰성은 심각하게 훼손된다.미국의 조건부 개입 의지와 애매모호한 신호는 동맹 내부의 결속을 분열시키며,유럽국들은 공동 대응보다 개별적 생존 전략에 골몰한다.러시아는 이러한 균열을 군사적 침공이 아닌 기회주의적 압박의 기회로 활용한다.제한적 도발,에너지 무기화,정보전,정치적 은밀공작 등이 결합된 '회색지대 전략'이 반복되지만,유럽은 매번 우왕좌왕하며 단호한 대응에 실패한다.억제의 불확실성을 감당하기보다 모스크바와의 관계 개선을 선호하는 일부 국가들은 공식적 굴복이 아닌 점진적 양보를 거듭한다.결과적으로 유럽 안보 질서는 회색지대의 영역으로 재편된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트럼프 이후 미국의 정치적 전환을 계기로 워싱턴이 유럽에 다시 관여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조건하에서 동맹을 재구성하는 경로를 상정한다.이 경우 미국은 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재확인하지만,무조건적 보장으로 복귀하지는 않는다.핵심은 '재조정된' 대서양 횡단 거래이다.미국의 레토릭은 전통적인 존중·협의·조율로 전환되며,노골적인 유럽 비판이나 '문명 말살' 담론은 공식 문서에서 사라진다.NATO의 정치적 결속력은 회복되고,제5조에 대한 미국의 약속도 재확인된다.그러나 동시에 미국은 유럽의 전략적·자율적 유지를 전제로 삼는다.즉 미국은 '귀환'하지만 과거처럼 '모든 것을 떠안는 아틀라스(Atlas)'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세력권' 시대의 귀환

2025 NSS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두 차례의 전임 행정부가 공유했던 '강대국 경쟁'에 대한 명시적 초점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트럼프 1기와 바이든 행정부는 모두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국제질서를 구축하려는' 중국·러시아를 미국 외교정책의 최대 우려사항으로 규정했다.중국은 글로벌 영향력 경쟁에서 '추격하는 도전',러시아는 전복(顚覆)과 침략을 일삼는 '급박한 위협'으로 규정되었다.그러나 새로운 NSS는 강대국 경쟁을 단 한 번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미국 터프츠대의 전략연구센터 소장인 모니카 토프트 교수는 '세력권 시대의 귀환(The Return of Spheres of Influence)'이라는 제목으로 포린어페어스에 올린 지난 3월 13일 자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탈냉전 질서(post-Cold War order) 자체가 붕괴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계기라고 규정하면서,오늘날 국제정치가 다시금 '세력권(spheres of influence)'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문제는 '세력권의 귀환'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일방적 야망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오히려 핵심 요인은 미국의 '역할 축소'다.미국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질서 안정자가 아니라,때로는 세력권 정치를 부추기는 촉매 노릇을 하고 있다.

나아가 2025 NSS에서 가장 위험한 대목은 외부의 권위주의 국가가 아니라 자유주의 동맹국,특히 유럽을 문제 대상으로 설정했다는 점이다.'문명 말살'이라는 극단적 표현은 안보 분석이 아니라 이념적 낙인이며,미국이 더 이상 유럽을 방어해야 할 공동체가 아니라 이념적으로 교정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이는 동맹 관리가 아니라 사실상의 동맹 약화로,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외부 공격이 아닌 내부 균열을 통해 붕괴되는 과정을 문서에 명문화한 사례다.이러한 현상은 중국과 러시아에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세기적 기회'를 제공한다.미국이 자유주의 질서의 수호자 역할에서 이탈하고 세력권을 국제정치의 자연스러운 질서로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순간,도전국들은 체제를 전복할 필요조차 없어진다.미국 스스로 규범을 해체하고 자발적으로 몰락을 재촉하기 때문이다.결국 2025 NSS가 던지는 불편하지만 결정적인 메시지는 분명하다.미국이 세계의 미래를 주도하던 시대는 끝났다.이제 동맹국들은 미국의 정책 변동성을 상수로 전제한 상태에서,미국 없더라도 무너지지 않는 질서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를 숙고해야 할 차례다.

2025년 NSS가 암시하는 '세력권 구도'는 한국의 전략적 지위를 근본적으로 재규정하는 위험 신호다.규칙기반 질서하에서 한국 안보는 미국 억제전략의 전제 조건이었지만,세력권 환경에서는 미·중·러·북 간 전략적 계산에 따라 조정가능 변수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진다.쉽게 말하면 '장기판의 졸'이 되기 십상이란 뜻이다.이는 위기 상황에서 미국의 선택 기준이 "한국을 지킬 것인가"라는 도덕적·제도적 질문에서,"한국을 지키는 것이 (이득보다) 더 큰 비용을 초래하는가"라는 이해득실의 계산으로 전환됨을 의미한다.한국 안보의 취약성은 북한의 군사력 증대 자체보다,한국이 미국 전략에서 보호의 전제가 아니라 재검토 대상이 되는 순간에 발생한다.따라서 한국 전략의 핵심 과제는 군사적 의지의 과시가 아니라,한국을 포기하거나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선택이 미국에 구조적으로 비합리적인 옵션이 되도록 '비용-편익 구조'를 재설계하는 것이다.트럼프 2기의 리스크는 우리의 사활을 좌우하는 심각한 구조적 리스크가 된 것이다.이러한 관점에서 2025 NSS는 트럼프 2기 행정부하에서 북한 위협 대응 못지않게,동맹 관리 자체가 한국의 전략적 생존과 국운을 좌우하는 사활적 변수로 부상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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