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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분석] 법원 "KH필룩스,바이오 사업 실체 인정.혐의 입증할 증거 부족"

▲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회사가 후원하는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2022.5.9.ⓒ KH그룹 홈페이지 캡처
'바이오사업'에 진출하는 것처럼 꾸며 주가를 8배 끌어올린 뒤 주식을 매도해 630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KH필룩스 전직 임원들이 지난 23일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KH필룩스 전직 부회장 A와 B씨,전직 대표이사 C씨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1심 판결문에는 무죄에 이르게 된 판단 근거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 15부(재판장 양환승 부장판사)는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도주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기소돼 혐의가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KH필룩스의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인 배상윤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위와 같은 결론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판결문 19쪽 각주 16번)"
배 회장은 2022년 6월 동남아로 출국한 이후 현재까지 만 3년 6개월이 지나도록 도피 중이다.지난 6월 언론 인터뷰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 이재명 대통령 연루설에 대해 "(북한 측에) 비밀스럽게 돈을 주는데 경기도가 어떻게 끼겠습니까"라며 "이재명 지사님하고 경기도하고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이는 북한에 보낸 800만 달러가 경기도지사 시절 이 대통령의 방북 및 경기도 사업 대가였다는 검찰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검찰은 KH그룹이 쌍방울그룹과 마찬가지로 대북 경협 사업권을 얻기 위해 북한 측에 돈을 보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특히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회장이 중국에서 북한 관계자를 만나 북한 희토류 주요 매장지인 단천 특구 광물자원 개발 등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을 때 배 회장 역시 동석해 합의서를 함께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피 중인 배상윤,M&A로 덩치 키워.검찰 "630억 부당이득"

배 회장은 김성태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두 사람은 2007년 이후 코스닥 상장사 인수합병(M&A) 시장에 거의 동시에 등장하며 제도권에 진입했다.2010년께 두 사람은 쌍방울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배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1대 주주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했지만,자금이 부족해 김 전 회장에게 소유권을 넘겼다.하지만 배 회장은 2016년 굵직한 조명회사인 필룩스를 인수했다.2018년 8월 상장사인 삼본전자(현 KH전자)를 인수했고,2019년 2월 장원테크,헤라카지노2019년 3월 KH건설을 사들이면서 사세를 키웠다.이후 그랜드하얏트호텔,강원 알펜시아리조트 등을 사들이기까지 했다.

KH그룹은 무자본 인수합병(M&A) 공식을 반복하며 덩치를 키웠다.사채를 끌어와 기업을 인수하고 전환사채(CB)를 찍어내 또 다른 회사를 인수했다.바이오와 건설,호텔,관광,대북사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이 사건 역시 그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검찰은 구체적으로 배 회장 측근인 A씨 등이 2018년 2월부터 9월 사이 미국 바이오 회사로부터 자금을 투자받고 암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유포해 주가를 띄우고 이후 631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봤다.이들은 2016년 KH필룩스를 무자본으로 인수한 뒤 이같은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했고,주가가 뛰자 차명으로 보유하던 주식 등을 매도해 이익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당시 KH필룩스의 주가는 종가 기준 3480원에서 2만 7150원으로 8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8월 5일 서울남부지검은 법원에 해당 사건을 접수했다.검찰은 공소장에 아래와 같이 적었다.

"피고인들은 배상윤과 함께 관리하던 조합을 대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고,유상증자 등을 통해 외부 투자금 유치를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일반투자의 투자를 유도하고자 했다."
배상윤 빠진 기소,무죄로 귀결."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판단의 결정적 이유는 세 가지다.

① 바이오 사업 실체 인정

재판부는 KH필룩스가 실제로 바이오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판단했다.판결문에는 회사가 미국 현지 바이오기업과 실사를 진행하고,나스닥 상장을 위한 절차에까지 관여한 사실을 인정했다.단지 외관 형성을 위한 허위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KH필룩스에게 바이오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있었고 KH필룩스가 실제로 이를 추진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조명 사업을 영위하던 회사가 전문성이나 어떠한 관련성도 없는 회사였다거나,그 사업 추진이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정이 위와 같은 사실 인정을 방해하지 않는다.오로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신사업으로 바이오사업을 진행할 것 같은 외관을 형성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는 부족하다."
② 실질적 관여 증거 부족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를 인식하거나 주도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들었다.특히 유상증자와 관련해 공시가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그 결정과 실행을 지시한 것은 피고인들이 아니라 배상윤 회장이었고,피고인들은 형식적으로만 업무에 관여했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KH필룩스의 임직원에 불과한 피고인들이 배상윤과 공모하여 거액의 외부 자금이 유입되는 듯한 외관을 형성할 동기나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KH필룩스에 유상증자 대금이 실제로 유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위 공시에 관여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
③ 공시 허위 인식 여부 불확실

재판부는 공시와 관련해서도 주가 부양을 의도로 허위임을 인식하고서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피고인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KH필룩스가 배포한 나머지 보도자료나 관련 공시 또한 그 내용에 허위가 존재하지 않거나,장래 사업계획의 제시 또는 법률적 의견 표명에 해당하거나,다소 과장이 가미된 홍보에 불과하여 풍문의 유포나 위계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또한 피고인들이 주가 부양 의도로 그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하고서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공시하였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
그러나 재판부가 결정적으로 꼽은 이유는 하나다.도피 중인 배 회장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배 회장에 대한 조사가 수사의 출발점이자 핵심이 되어야 했지만 해외로 도피한 상태에서 수사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이 무죄 판단의 사유가 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약 621억 원,추징금 약 156억 원을 구형했다.B씨에게는 징역 13년·벌금 약 530억 원·추징금 약 134억 원,C씨에겐 징역 5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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