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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주최한‘에너지믹스’토론회를 두고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합리화하는 구색 맞추기”란 비판이 나온다.토론회에서 주무 부처 장관이 “국내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해외 원전을 수출하는 게 궁색하다”며 사실상 신규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등 “답이 정해진 토론회”였다는 지적이다.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조차 “들러리를 선 것 같다”며 제대로 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토론회는 궁극적으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포함된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그대로 이행할지 아니면 변경할지 공론화하기 위한 것이다.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 장관은 지난달 “연내 12차 전기본 수립에 착수하고,신규 원전 2기의 공론화 방식과 절차를 확정하겠다”고 밝혔었다.그런데 보수·경제지에선 이를‘탈원전’이라며 이미 정해진 국가 계획을 뒤흔들려는 의도라고 비판하는 보도들을 내놨다.그러자 갑자기 공론회 명칭이‘탄소중립 시대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정책토론회’로 바뀌고,주제도‘미래 에너지 수요 전망과 주요국 에너지믹스르 참고해 국내 정책 방향을 정한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제시됐다‘탈원전’비판을 피해 포괄적인 주제로 물타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에 김 장관은 토론회에서 “탈석탄을 위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1차),“국내에 원전을 짓지 않겠다면서도 원전을 수출하는 것이 참 궁색했다”(2차) 등의 발언을 내놨다.두차례 토론회 모두 원전 진영과 재생에너지 진영이 각자 주장을 늘어놓는 형식으로 진행됐는데,주무 부처 장관이‘둘 다 필요하다’며 원전 건설을 마치 전제 조건처럼 이야기한 것이다.
토론회 준비 절차도 졸속이란 평가를 받았다.한겨레 취재 결과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행사 이틀 전에야 제대로 된 토론회 취지를 전해 들을 것으로 나타났다.1차 토론회 참석자의 경우 다른 토론 파트너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참석했고,2차 토론회 참석자의 경우 일주일 전에 섭외를 받은 뒤 행사 이틀 전에야 발제문을 전달받았다고 한다.결국 토론회는 재생에너지,토토 캠프원전,전력망 전문가들이 각자 주장만 늘어놓은 채 끝이 났다.2차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전문가 10명 중 5명이 원자력계 인물이어서‘원전을 계속 짓자’는 쪽으로 답이 정해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와중에 정작 논의해야 할 사안들이 묻혔다는 것이다‘경직성’전원인 원전은 한번 가동하면 출력 조절이 어려운데,원전을 더 늘릴 경우 전력 과잉으로 전력망 전체가 불안정해지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가 대표적이다.전력 과잉으로 전력망 주파수(60㎐)가 불안정해질 경우‘대정전’위험이 커진다.토론회 참가자였던 전영환 홍익대 교수(전자전기공학)는 “현재 운영 중인 원전 26기에 건설 중인 6기(11차 전기본 2기 포함)가 더해지고,토토 캠프재생에너지도 100GW로 확충되는 2030년 중후반 이후 전력 과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도 없이‘일단 다 짓고 보자’는 결론만 난 것”이라 지적했다.현재 봄·가을철 전력 수요가 30GW 후반대인 상황에서,2030년 설비 용량 기준으로 원전이 30GW,토토 캠프재생에너지가 100GW로 늘어나면 막대한 세금을 들인 전력 설비 대부분이‘좌초자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은 2032년 이후 원전 출력을 50%까지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전력 과잉 문제에 대처하겠다 했지만,원전업계에서도 “한국형 최신 원전(APR1400)은 출력 조절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지 않다”며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심지어 재생에너지‘간헐성’을 보완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비싸다고 비판해온 원전업계가‘원전의 전력 과잉은 에너지저장장치로 대응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기형적인 모습도 보였다.
이 밖에 원전을 신규로 건설할 경우 해결해야 할 부지 선정의 어려움,건설 기간의 불확실성 등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기후부는 앞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나,전문가들은 그 전에 제대로 된 공론화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토론회에 참석했던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답이 정해진 토론회에‘들러리를 서고 있다’는 마음이 들었다.형식적인 토론회와 인기투표식 여론조사 대신 생산적인 해답을 찾기 위한‘끝장 토론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장관의 원전 관련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8일 수석·보좌관회의 뒤 “원전 신규 건설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긴 이르다.앞으로 에너지 정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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