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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의 영역 임종기 판단의료진 보수적 판단 허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있는 병원에 입원했더라도,연명의료가 즉시 중단되는 건 아니다.현행법(연명의료결정법)이‘회생이 불가능하고 임종이 임박한 상태’로 정의되는 임종기에만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해서다.
문제는 임종기 판단은‘주관의 영역’에 가깝다는 점이다.대부분 질환에서 임종 시점을 의학적으로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임종기 여부에 대한 판단을 상당 부분 의료인의 개인적 판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특히 의료진 2인 이상이 임종기를 선언해야 하는데,사후 법적 책임 우려가 크다 보니,의료진은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게 의료 업계 종사자 설명이다.결과적으로 임종기 판단은 늦어지고 연명의료는 관성처럼 이어진다.
최근 어머니를 떠나보낸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70대 환자였던 B씨의 어머니는 20년 전 결핵으로 기관지확장증과 폐심장증을 진단받았다.반복되는 객혈과 폐렴으로 일년에 두세 차례씩 입원 치료를 받았다.치료 때마다 매번 위기가 찾아왔다.마지막 치료도 마찬가지였다.치료 중 고이산화탄소혈증이 악화돼 인공호흡기를 착용했고,회복된 듯했지만 다음 날 저혈압과 의식저하가 나타났다.의료진은‘중환자실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가족은 거부하며 의료 중단을 요청했다.하지만 의료진은 임종기를 선언하지 않았다.환자의 가족들에게 중환자실 입실 후 적극적 치료만 강조할 뿐이었다.설득된 가족은 치료를 이어갔으나,얼마 안 가 환자는 가족 곁을 떠났다.
끝으로 중단 이후 돌봄 단계에선 호스피스·완화의료(이하 호스피스) 등 관련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문제다.호스피스는 삶의 마지막을 편안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통증을 없애 신체적 고통을 덜어주는 한편,환자와 가족의 심리적 고통까지 돌보는 의료 방식이다.호스피스는 병동에 입원해 서비스받는 입원형 호스피스가 대부분이다.존엄사가 불가능한 한국 사회에서 유일한 웰 엔딩 수단이다.
하지만 호스피스 이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중앙호스피스센터에 따르면,지난 5월 기준 전국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103개소에 불과하다.입원형 호스피스 병상 수도 1798개에 그친다.유럽완화의료협회(EAPC) 등은 인구 100만명당 병상 수가 50개는 돼야 한다고 말한다.하지만 한국은 100만명당 35개 수준(인구 5170만명,병상 수 1798개)이다.더군다나 호스피스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거주지에 따라 접근 가능성이 떨어진다.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2028년까지 호스피스 전문기관을 360곳으로 확충해 이용률도 2023년 말 기준 33%에서 50%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고통의 연명치료 끝에
‘공장식 장례’로 한 번 더 고통
망자와 가족의 고통은 무의미한 연명치료서 끝나지 않는다.죽음 뒤 또 다른 고통이 찾아온다.바로 죽음 이후의 장례다.
한국 사회는 종교나 직급,사회적 위치와 관계없이 장례 절차가 거의 똑같다.대학병원 또는 대형 장례식장에 시신을 안치하고 3~4일 문상객을 맞는다.이후 화장 절차를 거쳐 납골당에 봉안한다.상주와 남겨진 이를 위로하는 문화라기보단,망자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행정 절차’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공장에서 찍어내듯 장례를 처리하는 행태 때문에‘공장식 장례’라고도 불린다.
공장식 장례 절차 속,도박 중독자의 삶피해는 고스란히 남은 가족 몫이다.쫓기듯이 장례식장에 거금을 지불하고,화장장에서는 화장 순서를 하염없이 기다린다.망인을 모실 납골당 구하기도 전쟁이다.장례 기간 내내 남은 유가족은 돈과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위로조차 못 받는 형국이다.
장례식장부터 유가족은‘갑질’에 시달린다.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2020년 1월부터 2025년 3월까지 5년 3개월간 정부 각 기관에 접수된 장례 관련 민원은 551건에 달한다.장례 과정에서 불합리한 요구를 받았다는 민원이 가장 많았고,음식물을 재사용하는 등 위생상 문제가 있다는 불만과 꽃이 재사용되고 있다는 민원도 상당수였다.불효자는 피하고 싶은 경황 없는 사람들에게 남는 것은‘이쑤시개 하나도 돈으로 계산된’장례 청구서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3일장을 끝내면 화장터 구하기 전쟁이 유족을 기다린다.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사회는 매장이 주류였다.그러나 20년간 장례 문화가 급격히 바뀌면서,화장이 대세가 됐다.한국 화장률은 2001년 38.5%에서 2025년 94%까지 올라왔다.
화장률은 높아지고 있는데,시도별 화장로가 턱없이 부족하다.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장사 통계에 따르면,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화장로 수가 24.7%나 부족하다.서울(15.8%),부산(10.6%),대구(4.9%) 순서로 화장로가 부족하다.전국 평균으로 보더라도,당해 연도 전체 사망자 수가 연간 화장 가능 구수를 넘어섰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족이 장례를 치르기 위하여 화장로를 이용하려면 일정을 예측하지 못한 채 순서를 마냥 기다려야 하거나,멀리 떨어진 지역의 화장시설까지 이동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화장을 끝내고 나면 모실 곳을 두고 다른 유족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현재 전국 봉안시설의 봉안 가능 구수는 전국 기준으로 약 456만구 수준이다.연간 사망자 수를 고려하면 10년 이상 여유가 있다.
그러나 지역별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는 이미 포화상태다.서울은 향후 봉안 가능 구수가 2022년도 사망자 수보다도 적은 상황이고,부산·대구·광주·울산 등 대도시도 여력이 거의 없다.또 설치된 지 오래된 노후 봉안시설은 폭우와 산사태 등 천재지변에 취약하다.40년 단위로 재건축이 이뤄지는 아파트와 달리 봉안시설은 재개발·재건축 사례가 드물다.언제까지나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다.
디지털에‘추억’남기기도
# 경기도 양평,청란교회 앞 마련된 잔디밭에 50여명의 사람이 모여 있다.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파티가 한창이다.풍경은 다소 독특하다.웃음을 짓고 활발히 이야기를 나누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조용히 눈물을 훔친다.파티장 한쪽에는 흑백 사진부터 선명한 컬러 사진까지 한 인물의 연대기가 쭉 펼쳐져 있다.일반적인 파티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이 모임은‘생전식’이라 불리는‘엔딩 파티’다.죽어서 진행하는 장례식이 아닌,삶을 마무리하기 전 지인과 가족들을 모아 본인의 삶을 되돌아보는 행사다.행사의 주인공은 동요‘시소’의 작곡자 신영교 씨.살아생전 가족들과 그간의 삶을 돌아보자는 취지서 행사를 기획했다.그는 이날 생전 모습과 추억 그리고 순간을 기록한 영상을 보며 지인들과 삶을 반추했다.
최근 들어서는 무분별한‘공장식 장례’를 넘어 새로운 대안을 추구하려는 바람이 분다.장례식 문화부터 봉안까지 기존의 일방적인 방식을 탈피하려는 것이다.
장례식은 생전에 미리 손님을 맞이하는 이른바 생전식(生前式)에 나서는 이가 늘고 있다.한국 사회 속설로‘결혼식은 부모 손님,장례식은 자식 손님’이란 말이 있다.결혼에는 부모의 지인들이 자리를 채우고,장례식은 자식과 친분이 있는 이들이 조문을 온다는 표현이다.그나마 본인 지인도 상당수가 방문하는 결혼식과 달리,장례식은 특성상 본인 지인이 많이 오지 않는다.본인과 인연이 있는 사람과 제대로 안녕을 고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생전식은 이런 폐해를 막자는 취지에서 생겨난 문화다‘엔딩 파티(Ending party)’라 부르기도 하고,사후에도 추억은 계속된다는 의미에서‘앤딩 파티(Anding party)’라고도 한다.살아생전 본인과 인연을 쌓았던 사람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고,본인의 삶을 되돌아보는 식으로 진행한다.장례 문화 개선에 앞장서온 송길원 하이패밀리 대표는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모르니,본인과 본인 가족을 위해 스스로 생을 매듭짓는 행사 차원에서‘엔딩 파티’를 진행하는 이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일괄적인‘화장 후 봉안’도 거부하는 분위기다.자연에 묻히는 수목장(자연장)을 비롯,산·바다 등 자연에 유골을 뿌리는 산분장을 선호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장례문화 대국민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도박 중독자의 삶응답자가 가장 희망하는 장사 방법으로 자연장(37.6%)이 1위를 차지했다.이어 봉안(35.3%),산분장(22.6%) 등이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전통적인 장사 방법인 매장은 4.5%로 선호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또한 친환경적이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 등의 이유로 산분장 정책에 찬성하는 비율도 응답자 전체의 74.8%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은 이미 자연장과 산분장 등 새로운 방법을 원하지만,현실은 녹록지 않다.자연장지 시설 부족으로 인해 90%가 넘는 시신이 화장으로 처리된다.산분장 역시 규제가 엄격해 절차가 까다롭다.원시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기존에 장사 시설이 부족한 지역에는 다양한 유형의 자연장지 설치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동시에 자연장지 설치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장과 산분장을 원하는 이가 늘면서 자연스레 추모 방법도 변하는 모습이다.묘지나 봉안시설의 경우 직접 대면으로 찾아가 조문이 가능하지만,자연장과 산분장은 특성상 묘소를 특정해 추모하기 힘들다.자연·산분장을 택한 이들이 대안으로 택한 것이 바로‘디지털 장례’다.기존의 물리적 추모 공간을 사이버 공간으로 바꾼 것이다.원시연 조사관은 “망자의 목소리와 모습 등을 구현해 내는 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추모 아카이브 등 새로운 추모의 방식과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 중이다.대표적인 곳이‘얼라이브’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웬이다.얼라이브는 기존 유골 봉안에 비해 가격을 크게 낮추고 접근성을 강화한 혈액 봉안 서비스다.핵심은 혈액과 디지털 콘텐츠가 함께 담긴 스마트 추모 오브제‘마이블록’이다.혈액을 넣는 보관소와 NFC 칩,QR코드로 구성됐다.칩에 스마트폰을 대거나 QR코드를 인식하면 고인의 디지털 페이지로 연결된다.해당 페이지엔 본인이 직접 기록한 인생 이야기,사진,동영상,도박 중독자의 삶음성 메시지 등이 영구 보존된다.이렇게 제작된 마이블록은 전국 각지 교회 내 추모 공간,지역 커뮤니티 센터 등에 봉안이 가능하다.
현재 양평 하이패밀리 갤러리에 봉안 공간‘기억의 벽’을 마련했다.초기 조성 규모는 156칸이다.선착순 분양 중인데 현재 50명 정도가 참여했다.전범주 스웬 대표는 “새로운 장례 방식에 대한 니즈가 다양한 만큼 공동체 추모를 위한 공용 공간도 전국적으로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원·반진욱 기자,도박 중독자의 삶박환희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0호 (2025.12.24~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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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의 삶,통신소위는 26일에도 정기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류희림 위원장은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심의 근거로 '사회혼란 야기'를 적용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