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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며 부활한 지방자치.

30여 년이 지난 지금,주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이상은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의 공천헌금 논란을 계기로 KBS는 기초의회 '공천 헌금'의 실태를 추적하기로 했습니다.

"시·구의원들 시켜서 '후원금을 모금해 오라'… 시·구의원들이 헐떡거리면서 여기저기 쫓아다니면서 '후원금 좀 내주십시오,내주십시오'… 이것이 국회의원으로서 할 짓은 아니지 않습니까?"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에서 구의원을 지낸 정치인은 KBS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병기 의원이 초선이던 2018년 무렵,김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보좌관이 '후원금 모금' 부탁을 해왔다는 겁니다.

"의원이 돈이 많이 들어가고,여러 가지 많이 해야 하니까,돈이 필요하니까 후원금도 좀 모아오도록 해 주십시오… 이렇게 얘기한 것 같아요."

"보좌관이 (말)했는데,저는 그걸 못 한다고 거절했고.김 의원이 보좌관에게 시켜서 보좌관이 시·구의원들에게 그걸 모금해 오도록,또 모금액이 미달하면 '왜 이거밖에 못 했느냐,더 해 와라' 채근도 하고…."

다른 지방의원도,후원금 독촉을 받는 상황을 자신에게 토로했다고 했습니다.

"○○○은(는) '누구한테 얼마를 받아왔니,' 뭐 이런 얘기들이 있었죠.그리고 △△△도 '후원금을 내가 얼마나 받아줬는데,제일 많이 받아줬는데' 이런 얘기를 하고…."

KBS는 이같은 '후원금 모금 독촉'이 또 있었는지 동작구에서 활동했던 지역 정치인과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접촉했고,비슷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병기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회의가 끝나고 김 의원이 나가자,보좌관이 시·구의원들에게 '후원금 액수가 모자라니 신경 좀 쓰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는 겁니다.지난 2018년부터 매년요.

■ '후원금 모금 독촉'…법적 문제는 없을까요?

정치 후원금은 법이 정한 방식·상한을 지키면 누가,어떤 정치인에게 줘도 문제가 안 됩니다.

하지만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활동하는 시·구의원들에게 정치 후원금을 받는 일은 정계의 오랜 악습으로 꼽힙니다.이들은 사실상 지역 공천권을 쥔 지역구 지역위원장·당협위원장을 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직 지방의원은 '미래의 공천권'을 쥔 지역구 국회의원과 '암묵적·정치적 관계'를 맺고 있고,충성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공천권을 사이에 둔 관계'라는 점 때문에,국회의원이 시·구의원에게 '후원금 모금 독촉'을 하는 일은 법적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정치자금법 제32조(특정행위와 관련한 기부의 제한)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
1.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

정치자금법은 '공천'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주고받는 일을 금하고 있습니다."당신에게 공천을 해 줄 테니 정치자금 기부를 하라"라거나 "기부를 할 테니 공천을 해 달라"라는 건 안 된다는 뜻입니다.

국회의원이 지방의원에게 후원금 모금을 독촉하는 건 이 법에 정면으로 저촉되지는 않습니다.국회의원이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지역 주민에게 국회의원 후원을 잘 홍보해 달라'고 부탁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이 '공천권'으로 엮인 '암묵적·정치적 관계'라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이 독촉이나 부탁이 '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 벌어진 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라 함은 정치자금의 제공이 후보자 추천의 대가 또는 사례에 해당하거나,그렇지 아니하더라도 후보자 추천에 있어서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11.28.선고 2011도17163 판결)
KBS가 자문을 구한 남언호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는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 부분을 넓게 해석하고 있다"며 "공천권을 가진 자가 공천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지방의원들에게 후원금 모금을 요구한 경우,이것이 과연 공천과 무관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까.그렇지 않다고 볼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직접적으로 금전을 받지 않고 '모아오라'라고 했다고 해도,그 결과 모인 후원금을 실질적으로 수령한다면 실질적으로는 '공천과 관련한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위 대법원 판례는 '공천과 관련하여' 부분을 판단하면서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정치자금법) 규정들은 선출직 공직자 선거에 있어서 후보자 추천 단계에서부터 금권의 영향력을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공명정대한 선거를 담보하고자 하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후원금 모금 독촉' 의혹에 관해 김병기 의원 측은 "일방적 주장"이라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혔고,거론된 보좌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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