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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대응은 한마디로 정말 괘씸했습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20대 직장인 최모씨는 올해 자취를 시작하며 쿠팡을 매일 쓰는 '단골 고객' 중 한 명이다.최씨는 "쿠팡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새벽배송이나 '아묻따' 환불·교환 같은 고객 중심 정책 덕분"이라며 "정작 위기 상황에서 고객을 뒷전으로 두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최씨의 말처럼 지난 11월 29일 '3370만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드러난 직후,쿠팡은 두 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발표했다.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사과문에 '노출' '무단 접근'처럼 책임을 비껴가는 표현을 쓰고,정보 유출에 대한 배상계획을 밝히지 않은 점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쿠팡 탈퇴 방법'이나 '탈팡(쿠팡 탈퇴) 인증' 게시글이 잇따른다.집단소송을 위해 개설된 인터넷 카페는 60여개,가입자만 65만명에 달한다.법무법인 대륜은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도 낼 계획이다.
사과에는 '공감'이 바탕돼야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쿠팡이 위기 대응의 가장 첫 단계인 '사과문'부터 삐끗했다는 지적을 내놨다.특히 지난 11월 30일 쿠팡이 전체 고객에게 문자 메시지로 보낸 약 640자 분량의 사과문은 '형식적 사과'라는 지적을 받았다.비록 "고객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지만,피해 상황을 모호하게 만드는 표현들은 되레 논란을 키웠다.사과문에는 "개인정보가 일부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문장이,kr90 com같은 날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에 게시된 약 670자 분량의 사과문에는 "올해 6월부터 최근까지 고객 정보에 대한 무단 접근이 있었다"는 문장이 담겼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초로 발송한 사과문의 '개인정보 노출'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며 "내부 문제로 일어난 사고인 만큼 '유출'이라고 정확히 명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어 "유출 경로 조사나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 계획 등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제시했어야 했지만 그런 내용이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역시 지난 12월 3일 쿠팡 측에 '노출이 아니라 유출'임을 바로잡고,유출 항목을 빠짐없이 다시 통지하라고 요구했다.쿠팡은 이에 따라 지난 12월 7일 전체 고객에게 발송한 재안내 메시지에서 '개인정보 유출사고'라고 표현을 정정했다.
그러나 사과문에는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커뮤니케이션 코칭 기업 '더랩에이치' 김호 대표는 쿠팡의 사과문에 대해 "법정에서나 쓸 법한 문장들"이라고 평가절하했다.'평판 사회' '쿨하게 사과하라' 등 경영 관련 저서를 다수 집필한 김 대표는 "법정에서는 무죄 추정이 기본이지만,여론은 유죄 추정의 환경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문장들로 인해 공감이 사라진 사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호 대표가 제시한 이상적인 사과문은 A4용지 한 장 기준 약 30%는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사과,60%는 기업과 피해 고객이 취할 조치,나머지 10%는 '고객 안전이 최우선'과 같은 기본 메시지가 담긴 것이다.김 대표는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피해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겪었을 당혹감과 불안을 인정하고,kr90 com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소비자가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를 첫 사과문부터 포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이번 사고로 얼마나 놀라셨을지 감히 짐작하기 어렵습니다.고객님이 주신 신뢰를 지켜내지 못해 부끄럽습니다' 같은 문장으로 시작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피해자에 대한 공감 부족'이라는 문제는 박대준 쿠팡 대표의 사과에서도 지적됐다.박대준 쿠팡 대표는 지난 11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무릎 위에 손을 가지런히 놓은 채 약 7초간 고개도 숙였다.그러나 정작 지난 12월 3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는 보상 시점에 대한 질의에 "피해 범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조사 중이다"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시 한 사람당 3000만원까지 보상한 사례가 있지만,우리나라는 보통 1인당 10만원 수준"이라며 "피해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쿠팡이 천문학적 비용 부담을 우려해 보상 논의를 꺼리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2014년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후 "승무원을 내리게 한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다"는 사과문 발표 후에도 문제 책임을 현장 직원에게 돌리는 듯한 뉘앙스로 여론이 더욱 싸늘해진 것과 유사한 상황전개다.
사과의 '주체'는 누구인가
'사과의 주체'도 문제로 지적된다.지난 12월 10일 박대준 쿠팡 대표는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겠다"며 사임했다.이로써 대중의 관심은 쿠팡의 창업자 겸 실질적 오너인 김범석 의장에게 집중될 전망이다.여론을 반영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오는 12월 17일 청문회를 열기로 의결하고,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쿠팡Inc는 쿠팡의 모회사다.
하지만 한국계 미국인인 김범석 의장이 국회에서 열리는 청문회에 직접 출석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지난 8월 약 297만명이 피해를 입은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고 당시 롯데카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은 지난 10월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를 받은 적 있다.다만 한국계 미국인인 김병주 회장 역시 국회 청문회에는 불출석했다.
김용진 교수는 "미국은 이사회 의장과 CEO가 명확히 분리돼 있어 실행 책임자가 사과하는 것이 맞지만,한국은 대주주가 직접 경영하는 경우가 많아 사과의 주체에 대한 기대가 다르다"고 설명했다.김호 대표는 "과거 과로사 및 화재 등의 사건 과정에서 김범석 의장이 직책을 내려놓고 떠나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며 "이번에 직접 한국에 와 모습을 보여준다면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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