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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
“국민대표기관 사외이사 추천” 불씨
 국민연금 금융지분 보유 목적 왜곡
 경영실태평가 반영시 감독압박 심화
 은행권 “개별 회사 여건 고려해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8대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박충현(왼쪽부터) 금감원 은행 부원장보,텍사스 홀덤 사이트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이찬우 농협금융지주 회장,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원장,조 회장,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황병우 iM금융지주 회장,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금감원 제공]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 사외이사 구성에 국민연금이 개입하는‘가이드라인’을 시사하면서 감독 권한을 넘어선‘과잉 관치’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사외이사를 향한 견제 기능 강화가 취지지만 자칫 국민연금이 정부와 정치권의 관치금융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금융권은 국민연금의 주주권이 정치적 도구로 변질되면 부적절한 경영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최근 제기되는 지배구조 승계와 관련해‘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이달 중 가동해 개선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라며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주주 추천 등 사외이사 추천경로 다양화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이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 무엇인지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국민연금이나 시민단체 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관치 비판이 한층 심화되는 모양새다.이 원장은 과거 국민연금기금위원회에서 활동할 당시 국민연금이 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그는 “지주회사는 투명한 승계시스템과 독립적 이사들에 의한 견제 기능을 확보할 때 주주와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서 “사외이사의 경우 사외이사 추천경로 다양화와 함께 사외이사 임기 차등화 등을 통해 독립성을 갖춘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과 공정한 운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이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추천 명문화를 꺼내 들면서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관치금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지금까지는 여론이나 금융당국 메시지 등을 통해 금융지주를 간접 압박해 왔다면 사외이사를 추천하겠다는 건 앞으로 직접 개입하겠다는 신호”라며 “국민연금이 추천한 사외이사는 사실상 정부 라인(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이 관여하는 구조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직접 추천은 국민연금이 금융지주 지분을 보유하는 목적과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국민연금이 단순 재무적 수익을 넘어 기업 경영에 참여하려면 지분 보유 목적이‘일반투자’여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KB금융만 일반투자 목적으로 분류돼 있다.신한·하나·우리금융에 대해서는 올해 초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로 바꿨다.주가 상승이나 배당금과 같이 수익만을 목표로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경영계획 수립 등에 있어 사업성보다 이사회 통과 여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제는 사외이사가 세간의 우려처럼 단순히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는다.실제로도 예상 못한 이사회 부결 사례가 종종 있는데 단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이사회에선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면서 “국민연금 사외이사가 들어오면 파급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2023년 12월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이는 모범관행 성격으로 법적 강제력은 없으나 감독·검사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돼 정기검사 시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는 등 사실상 감독 압박으로 작용한다.이행이 미흡할 경우 경영평가 점수 하락이나 그에 따른 행정조치 등이 뒤따를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금감원의 모범관행이 지배구조를 선진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하지만 과도하게 세밀화될 경우 경영 유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최고경영자(CEO) 경영 승계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개선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지주회사 CEO 경영 승계는 금융시스템 안정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경영승계 요건과 절차는 명확하고 투명해야 하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이는 주요 금융지주가 진행 중인 금융지주 경영 승계 과정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최근 신한금융지주·BNK금융지주 회장은 연임이 확정됐고 우리금융지주가 회장 연임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KB금융지주 회장은 내년 임기가 만료된다.향후 지배구조 개선 TF에서는 CEO 자격기준 마련과 함께 사외이사 추천경로 다양화,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 제고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정보기술(IT) 보안 및 금융소비자 분야의 사외이사를 1인 이상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 원장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자 은행권은 금융회사의 개별 여건을 고려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금융권을 대표해 “지배구조는 회사별 경영 전략이나 조직의 특성이 반영돼야 실효성이 확보된다”며 “앞으로 지배구조 개선 논의 과정에서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개별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이 유지되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 보호도 어려워지게 되는 만큼 금융의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해달라”고도 주문했다.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선 “지난 1년간 책무구조도 운영을 통해 은행의 내부통제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갔다”고 자평하면서도 “금융회사 입장에서 여러 실무적인 문제점이나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은행연은 조만간 업권 애로사항 등을 취합해 제도 개선 방안을 건의할 예정이다.

김은희·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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