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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설립‘대중 교양서’독보적 성과 남긴 이마고김채수,2015년 돌연‘잠적’뒤 제주 책방·지역 기록자로
올해 “온전히 자유로운 삶” 좇아‘독립출판’재림 예고
“시골에서 10년가량 은둔 생활을 하다 보니 서울 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출판계 사정도 잘 모릅니다.” “2015년 여기로 이주하고 2년차부턴 서울 가면 내려오고 싶더라고요.제주공항에 딱 도착해야 안심이 되고요.”
김 대표가 기자에게‘변명’부터 두른 이유가 있다.2001년 출판사를 창업(서울 마포)하고 삽시간에 주류 중견으로 입지시키고선 2015년 돌연 자취를 감춰버린 출판사‘이마고’의 대표라는 행적 때문이다.이쯤에서도 누군가는 되뇔 법하다‘김미숙’이라는 이름.혹 올리버 색스(1933~2015)의‘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처음 소개한 출판사,또는 데라야마 슈지(1935~1983)를 국내 소개한 그 출판인?맞다.입지전적의 출판 이력을 단숨에 파묻고 낙향한 사례는 당시는 물론 지금도 흔치 않거니와,11년 전 봄 제주 표선면에 터를 잡은 김미숙씨는 모친의 바람대로 이름도 김채수로 바꾸면서‘서울’과 더 멀어지게 됐다.
이마고의 당시 기세는 한겨레에서도 확인된다.2003년 1월1일 새해 특집호 기사다.“90년대 후반 베스트셀러 출판사들의 흥망을 목격한 세대”로서 전망 불가의 21세기에 출판사를 차려 결국‘2세대 여성 출판인 전성시대’를 열어젖혔다고 평가받는 이들을 불러 모았으니,출판사 푸른숲의 자회사로 시작해 2000년 독립한 푸른역사의 박혜숙,2000년 설립한 마음산책의 정은숙,그리고 나머지 한명이 대담자 가운데서도 가장 연배가 적은 이마고의 김미숙 대표였다.발군의 기획 편집자가 직접 출판사를 차린 당대 시류를 김 대표 빼고 복기하기 어렵고,그 김 대표를 바로 전 직장 작가정신(대표 박진숙)에서 기획한 중편 시리즈 빼고 또 얘기하긴 어렵다.
“그때만 해도 문학 출판 공식은 장편 아니면 7~8꼭지로 된 작품집 딱 둘이었어요.훌륭한 중편이 너무 많았는데,프랑스처럼 이 작품들을 (단행본으로) 살려야겠다 싶어 작가들께 아주 긴 기획의 변을 써 보냈습니다.이윤기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시더니‘너 누구냐’고 물어 과천에 갔죠‘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편집자가 와 이런 엄청난 선언을 하냐’하면서 다른 작가들까지 섭외해주셨습니다.배수아 작가는 직접 제안해줘‘소설향’1차가 완성됐죠.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은 출판사였는데 문학 출판에서 존재감을 갖게 됐죠.”
대학 입시에서 “국문과에 떨어져 경영학을 전공”(1983년 입학)하게 된 김 대표는 20대에‘디자인 저널’편집자로 출판계에 발을 디뎠다.북디자인에 유별난 관심과 감각을 발현하게 된 계기다‘사회과학’이나‘학술’에 견줘‘대중 인문서’라는 용어가 낯설던 1990년대 출판사 자작나무에서 편집자로 인문서 출판 경력을 쌓고,작가정신에서 주간으로 문학 기획에 주력했던 그는 2003년 한겨레 신년 방담에서의 말마따나 “교통사고처럼 갑작스러운 일”로‘이마고’(이미지를 뜻하는 라틴어)를 차린다.2001년 작가정신 근처였고,자신의 출판 인생 2막을 연 데다.이마고는 시작부터 자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신문 서평에 나오면 초판은 거의 나가던 때였어요.그 덕을 많이 봤죠.어떤 출판사 사장이 기사 그렇게 나가려면 언론에 얼마를 줘야 하냐,어떻게 하면 되느냐 진짜 궁금해 묻기도 하던데‘언론 플레이는 안 하시면 훨씬 좋을 거’란 얘기 말곤 드릴 게 없었어요.전 술도 마시질 않으니까요.”
이마고는 2015년까지 140종 남짓을 펴냈다.이후 사실상 법인만 유지된‘휴업’상태가 되었다.출판 인생 2막의 돌연한 종료가 한두줄 사유로 설명되기 어렵다.표면적으로는 “심하게 앓던 이명이 2014년 12월 잠깐 머문 제주에서 기적처럼 사라진” 때문이지만,이명의 원인이 이명일 순 없으니 말이다.
독자는 결코 알 수 없는,출판에 대한 헌신과 피로,출판사 안팎에서 얻은 영광과 상처,출판 세계에서 맛본 환희와 환멸이 갈마들고 중층되어 왔던 것.김 대표는 말했다.
“어느 시점,흥미를 잃었던 것 같아요.기획을 해도 이전의 나를 복제하고 있고.회사가 어려워지면 경영자로서 위기 타파할 길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 방향을 제 삶이 원치 않았어요.여전히 주문 수량도,베스트셀러 목록도 안 보고 있는 거죠.”
그리고 또 말했다.“그 역할에서 벗어나고 싶어 안달을 했어요.”
“2017년 상반기 운이 좋게 건물을 짓게 되었는데,그때만도 책방 계획은 없었어요.공간에서 아이들 생태·인문 교육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고,주변의 권유가 더해졌죠.역시 책은 못 버리겠더라고요.게다 밤새 책은 만들었지만 엄밀한 의미의 독서란 걸 해본 적이 없구나 싶었어요.주문한 책 박스가 오잖아요?그걸 열기 전에 가슴이 두근두근하더라고요.너무 행복했습니다.이렇게 좋은 책을 만드는 분들이 많구나,내가 뭐 그리 잘났다고 그러고 있었을까 생각도 들었고요.”
김 대표가 비로소‘책방지기’가 된 때를 꼽자면 지난해 9월부터겠다.“브랜딩 업무도 대폭 줄여”가며 직접 상주 운영하고 있다.“(서울) 홍대 쪽에서 출판사 할 때 부동산 여사장이 절 끌고 옥상에 올라가 답답해 죽겠다고,저 건물은 출판사 누가 샀고 저건 누가 샀다고 맨날 얘기했지만 우린 다 다음 책 내는 데 썼다.직원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며 웃는 김 대표가 지난해 추가 매입한 책방 옆 부지 텃밭에서 따온 허브가 우려질 즈음 그의‘출판 인생 4막’도 오르고 있었다.
지난해는 근 10년 만에 처음 이마고 신간이 나온 해이기도 하다.이달 출간 1년을 맞은‘이카이노 이야기’(김순임·강경희 옮김)다.재일 한국인 작가 김찬정(1937~2018)이 일제강점기 제주에서 건너가 오사카 이카이노에 밀집한 1세대 조선인의 삶을 현지 조사·인터뷰해 기록(1985)한 지 40년 만에 국내 소개된 것으로,제주대 재일제주인센터의 제안과 지원이 있었다.제주 기반의‘로컬 아카이빙’책방 이마고가 서울에 묻어뒀던 출판사 이마고와 도킹한 격이다.김 대표는 그리고 난생처음으로 자신의 책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올해치다.
―기존 출판으로 복귀하는 건가요?
“그렇게 하고 싶진 않습니다.출판사는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책이 팔릴지 확신이 없어도 일단 밀어내고 봐야 해요.나중에 반품이 되더라도 일단 현금을 확보하게 되니까요.쳇바퀴 돌듯 끝이 없죠.공공 프로젝트도 제가 기획해 응모하더라도 조건이 따르게 마련이고요.그 모든 조건으로부터 구애받지 않고,기획,아레나 먹튀편집,디자인,인쇄 그리고 유통까지 직접 해보고 싶습니다.”
‘독립 출판’이다.“이제 저는 온전하게 혼자가 됐다”는 김 대표는 아트북 페어 등 여러 독립출판 페어·행사를 해를 거듭해 다니고 있다.지난해 리소 인쇄기를 책방에 들였고,북바인딩(제본)도 익혔다.오래전 “제 글을 쓰고 싶어” 실은 출판계 발을 디뎠던 그가 거의 40년 만에야 기획·편집자,발행인뿐만 아니라 저자로 나서 “제 방식의 독립 출판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유가 뭔가요?
“젊어서부터 노모를 부양하고 아이 키우고,일로 고군분투하고 다시 일어서야 했어요.마침 지난해엔 딸도 서울로 대학을 갔고 남편 사업도 좀 안정이 됐어요.이런 때가 제 인생에서 처음입니다‘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진 내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죠.독립 출판은 형식도 너무 다양해져 있어요.흔히 말하길 독립 출판이지만,개인적으론 완전히 독립하는 삶을 의미합니다.”
준비 중인 책은 내용상 지난해 나온‘이카이노 이야기’의 21세기판이다.제주의 옛 관습이 차라리 오사카의 1세대 재일 제주인에겐 남아 있다.“진짜 제주를 더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지난해 3월에 이어 6월 한달 동안 1세대부터 3세대까지 현지 인터뷰와 취재를 했다.
김 대표는 “주류 출판에서는 저자와 편집자가 생산자이지만 독립 출판에선 그 생산자를 창작자로 부른다”고 말한다.독립 출판물이 결결이 수공예품과 같아서다.이마고 한쪽에도 책 겉봉투 제작을 고려한 재봉틀이 구비되어 있다.오는 3월 책방 이마고에선 일대 아이들,학부모와 아트북 만들기 워크숍을 예정하고 있다.함께 창작할 때 텍스트는 텍스트 너머 행위로 연결되고 문화로 체화된다.“어쩔 수가 없다.머릿속에서 기획이 계속된다”는 말마따나 구상 중인 책은 더 많다.
11일 해거름,문을 닫아도 문이 닫히진 않는 이 책방에 기척도 없이 구석을 차지하고 소설을 읽는 예비 여중생도 있었다.최근 이 마을로 이사 오고선,추위를 뚫고 “책 읽을 데를 검색해 왔다”는 친구와 함께였다.바야흐로 이마고 책장에 독립 출판 이마고의 책들도 꽂힐 터.이 책과 저 책이 서로를 당겨 꼿꼿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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