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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투자 재원인데 연내 유상증자 납입일 설정
배당금 442억 추가지출.인수자 단가인하 효과
기존 주주는 지분 희석에 배당 재원 축소까지
최윤범(가운데)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에서 생산해 미국 등에 수출하는 전략광물 안티모니를 살펴보고 있다./사진=고려아연
최윤범(가운데)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에서 생산해 미국 등에 수출하는 전략광물 안티모니를 살펴보고 있다./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이 미국에 약 11조원 규모의 비철금속 제련소 설립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유상증자 시점을 둘러싸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연내 대금 납입일정을 잡으면서 신규 투자자가 배당 대상에 포함돼 현금 유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시장에서는 이를 근거로 이번 유상증자를 경영권 분쟁과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미국 내 전략적 투자자(SI)·일반 기업 투자자들과 설립한 합작법인 크루시블(Crucible) JV LLC를 대상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한다.크루시블 JV는 고려아연 보통주 220만9716주를 2조8508억원(주당 129만원)에 인수할 예정이다.주주권리가 발생하는 증자 대금 납입일은 이달 26일이다.

유증을 마무리하면 크루시블 JV는 고려아연 지분 10.8%를 확보한다.회사가 기존에 공언한 자사주 소각(68만10주)을 이행할 경우 지분율은 11.2%로 올라간다.영풍·MBK파트너스와 최윤범 회장간 경영권 분쟁 구도에서 사실상 의결권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수준이다.

증자를 둘러싼 논란 중 하나는 증자 시점이다.크루시블 JV와 연계된 미국 제련소 건설은 2027년 이후 착공하는 중장기 프로젝트임에도 고려아연은 대금 납입을 연내로 설정했다. 실제 자금 집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굳이 연말 증자를 마무리하고자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건설 일정(자료: 고려아연)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건설 일정(자료: 고려아연)
결산배당 문제도 이 같은 증자 시점 논란과 맞물려 제기되는 이슈다.고려아연은 최근 결산배당 공시를 정정하며 배당 대상 주식수가 1818만3516주(자기주식 제외)에서 2039만3232주로 늘어난다고 밝혔다.늘어난 주식 수는 220만9716주로 크루시블 JV가 인수할 신주 물량과 일치한다.이에따라 고려아연이 지급할 배당총액도 3637억원에서 4079억원으로 442억원 늘어났다. 

늘어나는 배당금 442억원은 크루시블 JV의 몫이다. 유상증자 대금 납입을 전제로 크루시블 JV가 연말 주주명부에 포함되면서 배당 대상 주식수와 배당금 총액이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절묘하게도 크루시블 JV는 연말 결산배당 막차를 탔다. 고려아연이 결산배당 권리가 없는 배당락 전날(12월 26일)을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로 설정한 것이다.

납입 시점에 몇 일 더 여유를 뒀다면 굳이 지불하지 않아도 될 현금 유출을 자처한 것이다. 미국 제련소 건설은 2027년 공사를 시작해 수년에 걸쳐 자금을 투입하는 사업이다.그럼에도 유증을 연내에 마무리하기로 하면서 수백억 현금이 배당으로 먼저 빠져나가게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발행가 산정 방식도 시장의 시선을 끌고 있다.고려아연은 신주 발행가격을 약 9.8% 할인한 129만133원으로 정했다.제3자배정 유증 기준 법정 최대 할인율(10%)에 근접한 수준이다.이와함께 고려아연이 지급하기로 한 442억원이란 결산배당금이 크루시블 JV의 실질 인수단가를 더 낮추는 효과를 나타낸다.

반대로 기존주주 입장에선 제3자배정 증자 규모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할인율까지 최고한도를 적용해 지분 희석 부담이 커졌다.동시에 장래에 받을 수 있는 배당재원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납입 시점을 연말로 잡으면서 불필요한 배당 유출이 발생했다는 점은 재무 효율성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라며 “증자 시점을 단 며칠만 조정했어도 피할 수 있었던 비용이라는 걸 고려하면 이번 결정이 과연 사업 일정에 따른 판단이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풍과 MBK파트너스 이번 유상증자 관련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오는 19일 열릴 예정인 심문 절차에서 증자가 추진된 배경과 본질적 목적을 둘러싼 쟁점이 상당 부분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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