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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탈모 건보 적용 지시
"생존 문제"라지만 넘을 산 많아
건보 재정 적자,더 악화할 수도
"암 등 중증질환 급여화가 우선"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세종=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세종=왕태석 선임기자

보건복지부가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업무보고에서 검토 지시한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사안이라 제도 도입을 추진해야 하나 반발 여론도 크기 때문이다.건강보험 곳간이 비어가고,중증 환자들이 치료비 부담을 호소하는 다른 비급여 진료(건강보험 적용을 못 받는 진료)도 수두룩한 상황에서 탈모를 시급한 현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 대통령이 2022년 20대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후보로서 내걸었던 관련 공약을 다시 언급한 것이다.

당시 1,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탈모인이 환호했다.그런데 이 대통령은 최근 치러진 21대 대선에선 이 공약을 꺼내지 않았다.전날 이 대통령 발언은 복지부가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주문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탈모 치료제 급여화가 필요한 이유로 젊은 탈모인을 제시했다.탈모는 "미용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얘기다.또 청년들이 건강보험료를 내면서도 의료비 혜택은 받지 못하는 점도 거론했다.의료 현장에선 탈모로 우울증·불안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다고 본다.현재 건강보험은 의학적 이유로 생기는 원형 탈모 등에 의료비를 제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지난해 약 24만 명이 탈모로 건강보험을 적용받았다.

하지만 복지부가 탈모 치료제 급여화를 선뜻 추진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일단 탈모를 명쾌하게 의학적 요인에 의한 질병인지,자연적 현상인지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한 대학병원 피부과 교수는 "탈모는 노화의 일환인 경우가 많기에 어디까지를 질병으로 보고 건강보험을 적용할지 경계가 모호하다"며 "명확한 기준 없이 급여화를 진행할 경우 단순히 약을 싸게 처방받으려는 의료 쇼핑이 급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탈모 치료제를 급여 항목으로 전환하면 건강보험 재정 악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복지부가 2024년 발표한 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보면 건강보험 재정은 올해 4,스카이림 캐릭터 슬롯 공유633억 원 흑자에서 내년 3,072억 원 적자로 전환할 전망이다.이어 2028년에는 1조5,836억 원 적자로 건강보험 재정은 더욱 내려가게 된다.

정은경 장관도 "건보 재정에 부담"
그래픽=이지원 기자
그래픽=이지원 기자


건강보험은 국민연금처럼 보험료를 납부할 인원은 저출산으로 줄고,의료비를 지원받을 고령층은 많아져 재정 악화가 불가피하다.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탈모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재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 같냐'는 질문에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된 상황에서 탈모 치료제에 재원을 투입할 경우 중증·희소질환 환자들의 보장성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가뜩이나 건강보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약,의료 서비스가 많은 가운데 생사가 아닌 삶의 질과 연결된 탈모 치료제는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목소리다.

아울러 탈모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비만약,성형 수술,여드름 등 치료와 미용의 경계 사이에 있는 항목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빗장을 풀어달라는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탈모 치료제보다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급여화를 우선 추진하는 게 건강보험 원칙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물론 이 대통령도 탈모 치료제에 대한 총액·횟수 제한 검토를 언급하는 등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하긴 했다.하지만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탈모 치료제가 급여화하면 환자들에겐 당연히 좋은 일이겠지만 건강보험을 적용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정부가 건강보험 등재를 이유로 약가를 대폭 인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급여화가 되면 약가가 최소 반 토막 날 것"이라며 "이익을 보전하려면 처방 환자가 두 배 이상 늘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우려했다.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탈모 치료제 한 달 약값이 3만 원 안팎으로 환자 본인 부담이 크지 않은 수준"이라며 "고도 비만 치료제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미용 목적의 치료에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을 투입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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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161450000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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