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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베네수엘라 마두로 축출이 남긴 것] 서반구 중심 사고하는 트럼프,포커 온라인아시아 포기 가능성

● 법은 멀어지고 힘은 가까워진 국제질서
● 강대국 간 갈등 일선에 있는 한반도도 위험
● 미국,포커 온라인아시아 관심 없단 태도 보인다면
● 北·中 현상 변경 시도할 가능성도
● 韓,동병상련·日 손부터 잡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오른쪽부터)이 1월 3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오른쪽부터)이 1월 3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새해 벽두인 1월 3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적으로 체포·압송하자 멀리 떨어진 한반도에도 불이 붙었다.북한은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직후인 1월 4일 한반도 동해상에 탄도미사일을 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반미 성향의 국가 지도자를 체포하는 사태에 북한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오히려 반미 성향 국가에 압박 일변도로 나서고 있다.최근에는 베네수엘라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쿠바와 대규모 소요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이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수위도 올라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남북 미주 대륙을 포괄하는 서반구를 넘어 전 세계에 지정학적 충격을 줬다.그 여파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민감한 반응은 북한에 국한된 게 아니다.미국과 적대 또는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들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맹,우방국 지도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흔들리는 국제질서에 기름 부은 마두로 체포
이번 사건은 먼로 선언과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MAGA·Make America Great Again)가 결합한 이른바‘돈로 독트린’이 낳은 결과다‘먼로 선언’은 제임스 먼로(1758~1831) 전 미국 대통령이 주창한 외교 원칙이다.미국이 유럽에 개입하지 않을 테니 유럽 열강도 아메리카 대륙에 개입하지 말라는 주장이다.아메리카 대륙의 패권을 미국이 장악하는 데 다른 나라의 간섭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돈로 독트린은 먼로 선언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인‘도널드’를 합친 신조어다.역시 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의 행동에 중국·러시아 등 타국은 개입하지 말라는 주장이다.미국이 그간 해온 세계 경찰 역할에선 손을 떼는 동시에 국익에 필요하다면 정치·군사적 수단은 물론 관세나 제재를 동원하겠다는 의미도 녹아 있다.

두 선언은 서반구 중심의 안보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결이 같지만,그 조건과 배경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은 19세기 전반 미국이 세계의 강대국 반열에 들지 못했던 시절의 대통령이다.반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미국은 명실상부 세계 최강대국이다.먼로 선언은 유럽 중심의 세계질서에서 소외된 미국의 방어적 외교 전략이었다.반면 돈로 독트린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임해 왔던 자유 질서의 수호자 역할에서는 후퇴하면서도 서반구 중심의 미국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가진 정치·경제·군사적 역량을 쓸 수도 있다는 공세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국제질서는 21세기 들어‘국제적 합의 질서의 약화’와 이를 유지하려는‘초강대국의 리더십 약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강대국 간 갈등으로 국제적 합의 질서는 힘을 잃고 있다.이에 따라 국제규범도 점차 힘을 잃는 추세다.초강대국의 리더십 약화 현상은 트럼프 대통령 이후 더 커지고 있다.이중고로 흔들리는 국제질서에 이번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는 기름을 부었다.그 여파는 국제질서의 위기를 해결하는 해답을 주지는 못하고 오히려 혼란을 가중할 가능성이 크다.국제질서 위기의 종결이 아닌 더 큰 위기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 국제질서에서 법은 멀어지고 힘은 가까워졌다.이 같은 사례가 늘어날수록 국제질서는 약육강식의 정글 상태로 가게 될 위험성이 커졌다.강대국은 국제법과 규범을 굳이 지키려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결국 몇몇 강대국이 힘의 논리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국제관계의 야만 상태가 일상화할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강대국 간 경쟁과 갈등의 일선에 있는 지역이다.이를‘지정학적 단층대’라 한다.동유럽,코카서스,중동,서남아,남·동 중국해,한반도가 대표적 지정학적 단층대다.강대국 간 경쟁과 갈등이 이어지니 무력 충돌 가능성도 높다.세계지도에서 이 지역을 이어보면 활처럼 휘어지는 모양을 볼 수 있다.이를‘불안정의 호(Arc of Instability)’라 한다.이 지역을 중심으로 강대국의 힘 싸움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자유 국제질서의 두 기둥인 규범과 제도의 설계자이자 집행자이던 미국이 그 국제질서 와해에 앞장선다는 것도 문제다.미국을 중심으로 강대국 간 경쟁이 심화하며 국제질서의 불안정과 불확실성이 동시에 증대할 수 있다.강대국의 행동을 제한할 방안인 규칙과 제도가 점차 힘을 잃고 있어서다.위기관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규범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의도하지 않은 사건이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특히 지정학 단층대의 동북단에 있는 대만해협과 한반도에 대한 미중 간 위기관리 시스템의 부재는 심각한 우려 대상이다.

마두로 체포,한반도엔 발등에 떨어진 불
야만의 국제관계는 일종의‘세력권(Sphere of Influence)’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특정 국가가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지역이 생긴다는 의미다.다만 이 세력권이 국제질서의 안정을 가져온다는 이야기는 아니다.오히려 더 큰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상술한 지정학적 단층대가 가장 위험하다.

대서양과 태평양 너머 유럽과 동아시아의 미국 동맹국은 불안감이 더 커진다.특히 동유럽은 러시아,동아시아는 중국의 세력권임을 미국이 묵인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이러한 의문에 대해 명쾌한 답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적대 또는 경쟁국에는 오판,동맹에는 방기 위험 인식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이렇게 되면 지정학 단층대의 동북단이 활성화하고 미중 간 충돌 위험도 커진다.

돈로 독트린에 내재한 모순도 있다.트럼프 정부는 대외 분쟁의 장기 개입을 배제 또는 회피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왔다.그러나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이후에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1월 3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안전한 전환’을 이룰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와 베네수엘라 운영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대통령 체포도 물론 어려운 일이나 미국의 군사력으로 가능한 일이다.반면에 국가 운영은 베네수엘라 국내 정치의 복잡한 역학 관계가 얽힌 장기적 과제다.군사적 물리력이 아닌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다.정치적 해결은 국외자인 미국의 힘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미국이 군사적 승리 이후 20년 가까이 수조 달러의 막대한 재정과 인력을 투입하고도 국가 재건에 실패하고 철수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사건이 보여주는 국제관계의 혼란상은 한국에도 정교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가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별세상’이야기라 생각해선 안 된다.한국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정부의 서반구 중심의 안보 사고를 보여준다.그가 지금처럼 서반구 중심의 사고를 바꾸지 않는다면 언제든 대서양과 태평양 너머 동맹도 헌신짝이 될 수 있다.과거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집권기까지 유지돼 온‘아시아 회귀 (Pivot to Asia)’또는 인도·태평양전략이 상징하는 미국의 아시아 세력권 중시 정책이 약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관심이 옅어지면 아시아는 더 위험해진다.중국과 북한이 아시아가 더는 미국의 세력권이 아니라고 오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중국은 대만을 위협하며 현상을 변경하려 시도할 위험이 있다.북한은 같은 시도를 한반도에 벌일지도 모른다.한국은 이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이들의 현상 변경 시도를 방지하는 노력에 촌음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이 지역에서 전쟁 등 현상 변경 시도가 일어난다면 무력분쟁은 전 세계를 무대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월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언론 발표를 하던 중 눈을 마주치며 웃고 있다.동아DB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월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언론 발표를 하던 중 눈을 마주치며 웃고 있다.동아DB
전략적으로 가장 먼저 일본 손잡아야
한국은 최악에 대비하는 동시에 최선을 추구해야 한다.일단 한국에 최선의 선택지는 미국이 한반도와 아시아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라도 미국과 공조를 유지해야 한다.특히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이 왜 미국에 꼭 필요한 동맹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정교한 논리가 필요하다.이와 아울러 트럼프식 화법에 맞추어 한국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치밀한 각본과 외교술도 요구된다.

미국이 아시아권을 포기하더라도 한국에 올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한국과 같은 처지에 있는 미국의 동맹,우방국과 연대하고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특히 우리 외교안보의 기본 축인 한미일 협력에서 그간 과거사 문제 등으로 약한 고리였던 일본과 공조하는 것이 중요하다.일본은 한국과 같이 동북아 지정학 단층대의 일선에 서 있다.미국과 동맹 리스크도 공유하는 동병상련의 처지다.일본과 협력을 강화하며 외교안보 분야에서 역할 분담을 구체화하는 전략 대화가 시급하다.

만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실패하고 미국에 아시아 친화적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일본 혹은 다른 우방과 공조는 계속해 나가야 한다.이후에도 미국이 아시아를 포기하거나 국제규범을 무시하는 방식의 외교를 지속할지 여부의 판단은 시기상조이지만 미국의 점증하는 대외 개입 피로도를 감안할 때 그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또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국제 평화를 깨지 않도록 양국 간 공통분모를 모색하는 측면에서 도와주는 역할도 중요하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은 말하기는 쉬워도 실행은 매우 어렵다.무엇보다 시급한 첫걸음은 분열된 한국의 국론을 통합하는 일이다.한국보다 국력이 강한 주변 국가들을 상대로 한반도 문제를 관리해야 하는 처지에서 분열된 국론은 한국이 취하는 외교적 입장과 전략의 설득력을 약하게 만들 뿐이다.

분열된 국론은 주변국이 한국에 자국의 우선순위를 강요할 여지를 줄 수도 있다.작금의 양분된 국내 정치 상황에 비추어 보면 암울하지만 외교안보에서 당파를 넘어선 대응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위기 앞에서 뭉치는 한국의 저력이 다시 한번 발휘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

김원수
● 1956년 출생
● 제 12회 외무고시 합격
● 前 유엔대표부 참사관
● 前 대통령비서실 국제안보비서관
● 前 유엔 군축 고위대표(사무차장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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