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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온 유럽 통신원 ]

나토와 '협상 테이블' 차리기로 합의…그린란드 '영구 리스' 가능성 열리나
"협박에 굴복 안 해" '단일대오'로 맞선 유럽…美 '달래기'서 '맞대응'으로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막대한 광물자원을 보유한 지역으로 오래전부터 미국의 관심 대상이었다.여기에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권 활동 확대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며,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통제가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반복해 왔다.이에 트럼프는 그린란드를 매입하는 방안부터 군사적 점령 가능성까지 다양한 '획득 시나리오'를 거론해 왔다. 

군사력 카드까지 꺼낸 트럼프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던 유럽의 정면충돌 양상은 극적으로 '휴전 상태'에 접어드는 모양새다.트럼프는 1월21일(현지시간)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에 부과하려던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월17일 그린란드 누크(Nuuk)에서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미국 영사관으로 행진하고 있다.ⓒAP 연합
1월17일 그린란드 누크(Nuuk)에서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미국 영사관으로 행진하고 있다.ⓒAP 연합

장사꾼 트럼프,광물과 골든돔 챙겼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북극 지역 전체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framework)을 만들었다"며 "이 해결책이 실현된다면 미국과 모든 나토 회원국에 매우 유익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 발표 뒤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은 합의한 프레임워크에 따라 골든돔(미국의 차세대 공중 미사일 방어체계) 프로젝트와 광물자원 채굴권에도 협력할 것"이라며 "그들은 골든돔 건설과 광물 채굴권에 참여할 것이고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이 합의의 유효기간에 대해 "영원히(forever) 유지될 것"이라고 답했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뤼터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 뒤 "프레임워크 논의는 북극 동맹국의 공동 노력을 통한 북극 안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극적으로 유럽 국가들과 협상 국면에 돌입한 것은 트럼프 특유의 '거래의 기술'을 발휘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고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관세 부과를 발표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여 유럽을 흔듦으로써 그린란드를 사실상 '영구 리스(lease·임대 통치)'할 수 있는 기류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가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 관세 부과도 철회하겠다고 밝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지만,실제 자신이 의도했던 바는 모두 확보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덴마크를 포함한 나토와 그린란드 영토에 대한 프레임워크를 통해 영토 전체 혹은 일부에 대한 영구 리스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다. 

이에 나토 회원국과 정면으로 맞서는 무력 사용 가능성,무리수로 비쳤던 관세 부과가 나토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그는 SNS에 "이 해결책(프레임워크)이 실현된다면 미국과 모든 나토 회원국에 매우 유익할 것"이라며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나는 2월1일에 발효할 예정이었던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물론 트럼프는 앞서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 연차총회에서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재차 강조하며 계속해 판을 흔들고 결정하는 위치에 자신이 있음을 환기시켰다.그는 "미국 말고 어떤 나라도 그린란드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또 희토류가 풍부하게 매장된 그린란드가 적국인 중국·러시아 사이에 낀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이며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했다.자기 요구를 거부하는 덴마크를 향해서는 "은혜를 모른다(ungrateful)"고 비난했다.

덴마크 "美 야욕 여전…그린란드 매각은 없다"

일시적 휴전 상태에 접어들었지만,덴마크는 "야욕은 여전하다"며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그린란드 주민들도 거리로 나와 연일 영유권 이전에 반대하고 트럼프를 비판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은 이날 그린란드 병합을 위해 무력을 쓰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WEF 연설 직후 취재진과 만나 "군에 관한 발언만 놓고 보면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사람들 간에는 거래를 할 수 있지만,사람들을 거래할 수는 없다"며 "그린란드 매각은 없다는 입장을 지키며 미국과 외교적 해결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전했다.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재차 천명한 것이다.또 라스무센 장관은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주도적으로 구축한 국제법적 원칙 위에 서있다.이는 국민의 자결권과 국가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원칙에서 단 1인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린란드 정부는 이날 트럼프의 WEF 연설 직후 위기대응 지침서를 공개했다.페터 보르 어업·사냥·농업·자족·환경 담당 장관은 "미국이 그린란드를 점령하진 않겠지만,주민들은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 지침을 사용할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린란드 주민들은 수도 누크에 위치한 미국 영사관 건물 앞 등 거리에 모여 수일째 트럼프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1월17일에는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가 주민 수천 명이 모인 시위 현장에 등장해 그린란드 자치령기를 흔들며 '그린란드는 판매품이 아니다' '우리가 미래를 결정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당시 닐센 총리는 "그린란드는 판매품도,파워볼픽 전문장난감도 아니고 우리 집이다"라고 연설해 시위대의 환호를 받았다.

유럽의회는 이날 미국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합병 위협에 따른 대응으로 지난해 미국과 맺은 무역협정 승인을 보류했다.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미국이 대립 아닌 협력의 길로 돌아올 때까지 무역협정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다음 주에 예정된 표결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한편 유럽 정치권에선 트럼프가 한발 물러선 배경에는 이전과 달리 유럽의 단일대오 움직임이 한몫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트럼프의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유럽의 보복 조치와 관련해 집단행동을 한 것은 물론,파워볼픽 전문'무역 강압 대응 수단(Anti-Coercion Instrument·ACI)' 등 실제 사용된 전례가 없는 일종의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카드 사용에까지 한목소리를 내면서 트럼프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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